팬덤 형성하며 ‘펭구 카르텔’ 형성…“NFT를 통한 자기표현 시대 온다”
크립토 윈터라고 불릴 정도로 가상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현재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 가는 분야가 있다. 바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이다.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은 자체 아바타 NFT를 무료로 배포해 큰 성공을 이끌어 냈고 인스타그램은 NFT 작품을 피드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선미·송민호 씨 등 유명 연예인 역시 NFT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자 NFT에 대한 사람들의 친숙도가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NFT 유행에 발맞춰 수많은 신규 NFT 프로젝트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루한원숭이요트클럽(BAYC)’이나 ‘크립토펑크(CryptoPunk)’ 같이 대중도 그 존재에 대해 인식할 만한 신규 ‘블루칩 NFT(주식 시장에서 대형 우량주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에서 차용)’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눈에 띄는 가격 상승세를 보이며 다시 한 번 블루칩 NFT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한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퍼지펭귄(Pudgy Penguins) 프로젝트(이하 퍼지펭귄)’다. 과연 블루칩 NFT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 것일까. 퍼지펭귄의 과거 사건들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요소들이 오늘날 퍼지펭귄을 블루칩 NFT로 존재하게 했는지 되짚어 본다.
통통한 펭귄들이라는 뜻을 가진 퍼지펭귄은 총 150여 개의 특성을 조합해 만든 8888마리의 귀여운 펭귄들로 구성된 컬렉션이다. 2021년 7월 0.03이더(당시 약 7만5000원 상당)에 판매를 시작해 19분 만에 완판을 기록하며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이후 레딧의 공동 창립자인 알렉시스 오하니언(Alexis Ohanian)과 같은 유명인들이 해당 NFT를 구매해 소셜 미디어에 자랑하고 뒤이어 뉴욕타임스에서 ‘나는 펭귄 NFT클럽에 가입했다(I Joined a Penguin NFT Club)’라는 제목의 펭귄 NFT 커뮤니티 체험기를 보도하며 퍼지펭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특히 2021년 9월 8888마리 중 유일하게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퍼지펭귄 #6873’이 225이더(약 10억원)에 거래되며 퍼지펭귄 프로젝트는 단숨에 큰 인기를 끌게 됐다.
초기 퍼지펭귄 팀 역시 이 인기에 부응하고자 했다.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을 바탕으로 향후 게임 제작, 토큰 발행, NFT 교육용 교재 발행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로드맵을 출시하고 펭귄 NFT 홀더들에게 크리스마스 날 부화하는 알 모양의 NFT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 프로젝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퍼지펭귄은 한때 대표적 블루칩 NFT인 BAYC의 거래량을 넘어설 만큼 뜨거운 인기를 끄는 프로젝트로 떠올랐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퍼지펭귄 프로젝트에서 균열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관리자였던 콜드피자닷이더(Coldpizza.eth)와 핵심 팀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된 팀과 NFT 홀더(보유자) 간의 불만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전에 무료로 받은 ‘알’ 모양의 NFT에서 정말 뜬금 없고 조악한 수준의 낚싯대 NFT가 등장하면서 홀더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에 팀은 아기 펭귄 모양의 프로젝트 ‘릴 퍼지(Lil pudgys)’를 황급히 출시해 성난 민심을 달래려고 했지만 이미 많은 구성원들이 팀에 등을 돌린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마리가 넘는 펭귄 NFT를 보유한 유명 트위터리안 9x9x9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핵심 팀의 부도덕한 행실을 폭로하며 퍼지펭귄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대혼돈에 빠지게 된다.
이 폭로로 퍼지펭귄 NFT의 가격이 80% 넘게 하락했고 결국 퍼지펭귄 커뮤니티는 폭발했다. 트위터에는 세이브더펭귄(#Savethepenguins)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수많은 트윗들이 올라왔다. 심지어 초기 창업자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 주장은 강력한 동의를 얻었다. 팀은 이 같은 홀더들의 뿔난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고 결국 초기 팀은 펭귄 NFT 홀더이자 기업가였던 루카 넷츠(Luka Netz) 넷츠캐피털 최고경영자(CEO)에게 프로젝트 전체 운영 권한을 750이더(약 250만 달러) 상당에 양도하며 물러났다.
넷츠 CEO의 부임 이후 퍼지펭귄 프로젝트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넷츠 CEO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지식재산권(IP) 경쟁력 확보’였다. 홈페이지 리뉴얼을 시작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의 온라인 채널 활성화는 물론 오프라인 행사 역시 꾸준히 개최하며 퍼지펭귄의 존재를 웹3(Web3) 바깥 세상에도 알리기 시작했다. Web3 내부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인 난센(Nansen)의 CEO, 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최고제품책임자(CPO) 등을 퍼지펭귄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펭귄 NFT 홀더=웹3 신 내부의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프로젝트에 성공적으로 입혀 냈다.
또 자체 NFT 마켓 플레이스를 출시하고 트위터와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홀더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 나가며 ‘펭구 카르텔’이라고 불릴 정도의 끈끈한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펭귄 NFT 홀더들은 자발적으로 펭귄 이모티콘을 제작하거나 NFT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펭귄 이미지에 옷을 입혀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행사를 자체적으로 개최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곧 가시적 사업 성과로 이어졌다. 유명 시리얼 업체 켈로그와 협업 제품을 출시하고 경매 업체 소더비에서는 10종의 ‘눈에 갇힌 퍼지펭귄(Pudgy Penguins Snowed in)’ 컬렉션을 판매해 총 12만9000달러(약 1억6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거둬 들였다. 이와 같은 성공 사례들을 바탕으로 퍼지펭귄은 자사 IP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프로젝트 측이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퍼지펭귄 특유의 귀여움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 굿즈와 장난감 출시다. 이 사업은 기존에 온라인에만 머물러 있던 여타 NFT 프로젝트와 달리 확실한 차별점을 둘 수 있는 퍼지펭귄 팀만의 독특한 시도로 풀이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퍼지펭귄 프로젝트가 1000만 달러 규모의 펀딩을 받는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넷츠 CEO는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정했지만 과거 넷츠 CEO가 ‘법을 존중하는 토큰은 결국 발행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 현재 많은 이들이 퍼지펭귄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마치 BAYC가 $APE 토큰을 발행한 것처럼 퍼지펭귄 역시 $PENGU 토큰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처럼 퍼지펭귄 프로젝트는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일을 겪어 왔다. 그 과정에서 퍼지펭귄은 ‘블루칩 NFT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충족돼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본다. 올바른 리더십을 세운 프로젝트는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를 비롯해 홀더들에게 소속감과 자긍심을 어떻게 부여할 수 있는지, 암흑기 시절마저 함께했던 수많은 열성적 NFT 홀더들 기반의 커뮤니티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NFT가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어할 때 매스 어댑션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등 말이다.
심지어 그간 프로젝트가 겪어 왔던 고난의 사건들마저 오늘날 시간적·역사적 가치로 변모해 NFT 가격 속에 녹아 들었다고 생각한다. PFP(Profile Picture) 이미지 자체의 귀여움도 한몫했다고 본다.
향후 블루칩 NFT를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위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필자 역시 한 명의 개인 참여자로서 시장을 관찰하다 보면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특히 ‘시간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많이 보여 아쉽게 느껴진다. 장기적 빌딩보다 당장의 일회성 민팅 수익에 집중하고 NFT 홀더들에게 커뮤니티 소속감이나 자부심 같은 무형적 가치를 부여하기보다 실질적 혜택에 기반한 유형적 가치의 NFT를 설계한다.
필자는 향후 자기표현 수단으로서 NFT를 사용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 때문에 아직 완전한 대중화가 되지 않은 지금 이 시점이 ‘NFT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적기라고 본다. 프로젝트 관점이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소비자들은 과연 NFT의 어떤 속성을 좋아하고 이 니즈를 채워 주기 위해 프로젝트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