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토크노믹스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최근 웹3 게임에 대해 리서치를 이어나가면서 기존 게임사들의 철학과 생각을 대부분 유튜브와 칼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 참여는 내게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었다.
지스타 2022는 크게 여러 게임사들의 신작 게임을 체험하고, 전시 관람, 이벤트 참여 등을 즐길 수 있는 BTC관, 기업 담당자 간 미팅을 통해 협력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BTB관, 여러 게임사들의 게임 개발 히스토리와 철학을 주제로 세션을 진행하는 G-CON으로 구분되어 진행되었다. 이 중에서 애널리스트라는 직함에 맞게 G-CON 행사에 주로 참여하였으며, 기성 게임 제작자들의 강연을 들으며 가졌던 웹3 게임, 특히 게이밍 토크노믹스에 대해 들었던 생각을 공유해보려 한다.
지스타 개막과 함께 가장 먼저 진행된 데이비드 케이지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한 세션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헤비 레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 유명 인터랙티브 드라마 게임을 제작한 ‘퀀틱 드림’의 대표인 그는 자신들이 게임을 제작하는 방식과 철학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인터랙티브 드라마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떠한 선택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 스토리의 진행, 결과 등이 달라지는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장르의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 제작사는 방대한 분량의 시나리오와 함께 각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다양한 장면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제작에만 약 4,000 페이지 분량이 스크립트가 쓰였으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선택지를 구성하기 위해 2년 동안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리서치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78795 (인벤 기사)
퀀틱 드림 외에도 G-CON 기간 동안 세션을 진행했던 여러 트리플 A급 게임 제작사들은 각자의 철학과 게임 제작에 들이는 엄청난 노력을 피력하였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게임 플레이어에게 다채롭고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회사의 미션으로 내걸고 있었다. 과연 이러한 게임 제작사들이 인게임 상에 토큰을 적용할 인센티브가 있을까? 오히려 제작사 입장에서는 토큰의 도입을 플레이어의 몰입도와 플레이어 경험을 해치는 요소로 간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경우 게임 플레이어들은 게임 캐릭터 몰입하여 답이 정해지지 않는 질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게임사가 의도한 질문의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몰입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게임 진행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토큰 보상을 주고 그것을 기반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이 플레이어 경험에 어떠한 효과를 선사해줄 수 있을까? 최근 웹3 게임에 대해 리서치를 이어나가고 있는 나로서도 쉽사리 정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토큰의 도입이 플레이어 경험의 확장을 발생시킨다는 확신만 있으면 많은 게임사들이 토큰 도입을 고려할 것이지만, 아직 이러한 관점에서 진행된 게이밍 토크노믹스 연구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제까지의 토큰은 게임 플레이에 대한 보상, 게이머의 권리 신장 등의 측면에서 많이 논의되었으나, 토큰의 특성을 고려해서 어떻게 플레이어의 경험을 개선할 것인지는 생각해 본 이들이 많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 자산과 게임의 융합’ 혹은 ‘게이밍 토크노믹스의 성공적 도입’ 따위의 목표는, 토큰을 보상의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토큰을 활용하여 플레이어의 경험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을 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게이밍 토크노믹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 장르는 무엇일까? ‘라스트 오리진'의 제작자이자 현재 젠틀 매니악의 대표로 있는 복규동 강연자 님의 ‘몰입-나와 나의 거리' 세션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게임의 성패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재접속률(Retention Rate)이 제시되곤 한다. 재접속률을 결정짓는 요소는 ‘유저가 해당 게임에 얼마나 몰입해 있는가’라는 게임 몰입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게임 몰입감은 결국 플레이어가 게임에 대해 얼마나 감정 이입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감정 이입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크게 게임 캐릭터와 캐릭터를 둘러싼 세계 두 가지를 제시할 수 있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감정 이입의 대표적인 세 가지 형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VR 형
- 가장 전통적인 유형으로 현실과 격리된 세계에서 플레이어의 아바타로 활동하는 캐릭터가 존재
- 최대한 내적으로 완성되고 현실적인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목표로 함
- ex) 콜 오브 듀티, 엘더스크롤
메타버스 형
- 온라인 게임에서 일어나는 형태로 플레이어는 게임이 가짜 세계인 것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임
- 단지 게임이라는 점을 인정한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 게임과 현실의 커뮤니티가 통합되기도 함
-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대리인이며 가장 강력한 감정 이입의 형태를 보임
- ex) 리니지 M과 같은 MMORPG 장르, 타인과 소통하는 온라인 게임
JRPG 형
- 명시된 주인공을 두지 않고 게임 세계 안에 감정 이입을 할 대상이 없음
- 캐릭터는 소유물로 취급되며 플레이어는 다수의 캐릭터를 소유
- 다양하게 감정 이입을 할 인물들을 배치하고 그 중 하나, 혹은 전체에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
- ex) 모바일 수집형 게임 장르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78856&hotnews=3&page=2 (인벤 기사)
FT와 NFT 등의 디지털 자산을 인게임 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개인적으로는 개방성을 바탕으로 게임과 현실세계와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게이밍 토크노믹스의 도입은 메타버스 형 > JRPG 형 > VR 형 순으로 궁합이 좋을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 형 게임이 대규모 커뮤니티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토큰의 도입이 이러한 지점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게임의 지속성을 위해 토크노믹스에 대한 고민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지만 말이다.
지스타를 참여하며 게이밍 토크노믹스에 대해 느낀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보상'의 차원에서 확장하여 ‘플레이어 경험'의 관점에서 게이밍 토크노믹스를 바라보아야 한다.
2. 토큰의 특성과 게임 장르별 감정 이입 및 몰입 유발 형태를 이해하고 궁합이 좋은 장르부터 토크노믹스를 도입해야 한다.
게임 제작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플레이어 경험’과 ‘몰입'이며,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토크노믹스의 도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아직 웹3 게임의 절대적이 역사가 짧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는 웹3 게임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게이밍 토크노믹스를 논하면서 주로 ‘보상’이나 ‘게이머의 권리’ 등 게임의 본질과는 다소 동떨어진 관점에서 토큰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게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위 두 가지를 향상하면서,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방식의 토크노믹스를 구축할 수 있을 때 웹3 게임의 대중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Written by Do Dive, DeSpread Research Analy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