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세이렌의 유혹

우리가 오디세우스를 영웅이라 칭하는 이유

 신호, 경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사이렌(siren)’의 어원으로도 알려진 반인반어의 세이렌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지중해의 한 섬에 살며 아름다운 미모와 감미로운 노래로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을 유혹하여 잡아 먹거나 배를 난파시켰다고 한다. 영웅 오디세우스가 이를 피하기 위해 밀랍으로 선원들의 귀를 막게 하고 본인은 기둥에 묶인 채 그 노래를 감상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오늘 날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디지털기기에서 수시로 울리는 알림 소리에 빠져드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세이렌의 유혹을 떠올리게 한다. 소셜미디어의 끊임없는 알림, 온라인 쇼핑이 주는 편리함, 그리고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혹적인 컨텐츠는 우리를 디지털의 깊은 바다로 우리를 끌어내린다. 그 결과 우리는 현실 세계를 잠시 망각한 채 정신과 시간을 모두 디지털 세계의 유희에 허비하게 된다. 디지털디톡스를 실천하는 것은 곧 이러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고, 현실 세계에 더욱 집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디지털디톡스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디지털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알림을 끄는 것 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받는 많은 알림들 중 대부분은 실시간으로 반응할 필요가 없는 정보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알림들은 필요한 정보와 생산성을 주는 대신 우리의 주의를 딴 방향으로 돌리고, 되려 집중력을 해치기 때문에 적절한 통제를 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알림 설정 시 중요한 업무나 활동과 관련된 알림만 받도록 하거나 실시간 알림, 배지 알림, 배너 알림 중 특정 방식만을 선택하여 수신할 수도 있다. 또한 정해진 시간대나 상황에서만 디지털기기 또는 특정 어플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기기를 완전히 꺼두거나 휴식시간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몇 일 동안은 모든 디지털기기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현실 세계와 다시 연결되고 자극으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도 있다.

 또한,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에너지를 모두 디지털 자극이나 가상 세계에 소진하면, 실제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스트레스, 불면증, 혹은 정신적인 피로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증상, 시력 저하 등 신체적 문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디지털 환경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정해진 시간에만 관련 작업에 집중함으로써 우리의 일상 생활과 건강에 방해가 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

 디지털디톡스를 실천하는 것은 우리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유혹을 이기고, 우리의 주의력을 현실 세계에 집중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의미있는 시간과 정신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순간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한 자극의 통제를 통한 정신적 자유와 재충전된 에너지로 인해 생산력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디지털 기기에서의 알림은 우리의 주변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세이렌의 노래와 같다. 이에 대한 인식을 바탕에 두고, 우리는 디지털디톡스를 통해 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디지털디톡스의 끝이 디지털기기나 문명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대신 디지털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에서 균형과 올바른 판단능력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들으며 그 유혹에 이끌리지 않고 지혜롭게 나아갔던 것처럼, 우리도 디지털 세계가 주는 문명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충분히 생각하고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