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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훈 Oct 26. 2023

생일(生日)에 대한 단상

특별한 하루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

 생일이었다.


 한 해에 단 하루씩 돌아오는 생일 날. 많은 사람들은 이 날 하루를 즐거운 파티와 격앙된 기분 속에서 보낸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술과 음악, 그리고 끊임없는 축하메시지 속에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러나 이번 생일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카카오톡이 없으니 내가 굳이 나서서 알리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들이 특별히 생일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오늘이 나의 생일이며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오늘 하루를 특별한 날로 만들어 보겠다고. 오늘 하루 내가 타인에게 더 인내심을 갖고, 더 미소 지으며, 더 긍정적인 언어와 행동을 행함으로써 나와 주변 사람들이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환상적인 생일 선물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10년도 더 지난 나의 어느 생일 날이 떠오른다. 평소와 같은 일상 속에서 어색한 생일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익숙한 그 기분이 왠지 모르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모자에 ‘나님생일’ 이라는 글자를 적어 붙이고, 학교 안 곳곳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돌아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건내는 축하 인사에 모두가 웃음이 터졌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익명이 건내는 따뜻함을 느꼈다. 주머니에서 간식거리를 꺼내 선물하는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동 받기도 했다. 오후에는 대형 강의실로 향했다. 교수님께서 강의실 앞으로 나오라 하셔서 100명이 넘는 학우들이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를 듣기도 했다. 그 순간, 내 생일은 정말 특별한 날이 되었다.


 그 날의 교훈은 명확했다. 내 스스로가 내 생일을 특별히 여기지 않으면, 그 날은 결코 특별해질 수 없다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지금도 생생한 그 감각이 불현듯 떠올라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그 날의 깨달음을 앞으로 매일매일의 삶에 적용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오늘 당장 시작하고 싶었기에 출근 길에도 여느 때와 같은 노래를 듣고, 버스에서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식사는 운동으로 대체하고, 퇴근 후에는 학원을 마친 후에 헬스장으로 향했다. 오늘의 내 자신에게 마음을 다해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려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평소와 달라진 것 하나는 달리 하루를 마무리 하기 위해 동작대교 전망대로 가서 차를 주차하고 명상을 즐겼다. 다행히도, 생일과 관련된 10분짜리 가이드 명상이 있어 도움이 되었다.


 외부적인 자극을 찾는 것은 생일이나 특별한 날을 즐기는 방법들 중 하나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진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내면에 집중하여 삶을 즐기는 방식만으로도 생일을 특별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외부적인 자극을 찾는 것과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은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선택지이다. 내면에 집중하면서도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이다.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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