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소백산 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가을의 산은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나를 받아준다.
519번 지방도를 따라 충북 단양 어상천면의 마을길을 지난다. 소소한 마을의 모습은 아기자기하고, 당산나무가 우뚝 서 있다. 유독 사람 사는 냄새가 날 것 같은 마을 풍경들, 그 속을 나는 오토바이로 달린다. 말티재, 지안재, 만항재 그리고 보발재. 우리나라 4대 굽이길로 칭해지는 이 길들 중에서도 가을경치가 으뜸으로 꼽히는 보발재는 소백산 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다. 보발재를 넘어 영월로 향한다. 구인사를 지나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의 풍경은 마치 알프스의 어딘가를 닮았다.
계곡을 빠져나오면 다시 남한강을 만난다. 북벽교를 지나면서 잠시 강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강을 끼고 달린다. 각동교를 건너면서 남한강을 왼편에 꽤 가까이 두고 죽 뻗은 왕복 2차선 길이 제법 경쾌하다. 운이 좋다면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30여 분 남짓 달려 영월에 도착했다. 영월 읍내에 들어서면 가장 높아 보이는 봉우리에 은색의 돔이 하나 보인다. 유명한 별마로 천문대이다. 별마로 천문대까지 가는 길은 영월읍내를 통과해서 가는 방향과 동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가는 방법이 있다. 천문대가 있는 정상까지의 길은 제법 굽이지고 좁다. 차로 간다면 두 대가 지나가는 것은 다소 아슬아슬해 보인다.
가을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 위를 달린다. 오토바이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경사도 꽤 가팔라 겨울에는 강설 시 입산이 통제되기도 한다. 오고가는 차량들이 낙엽 위의 두 바퀴까지 생각해주기는 힘들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스로틀을 쥔다.
길은 한적하고, 산과 강, 하늘이 어우러져 있다.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와 낙엽이 부딪히는 소리가 제법 잘 어울린다. 계절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가을이 주는 황금빛 정경, 나무들이 마지막 남은 잎들을 떨구며 보내는 이별의 인사. 길 위에서 나는 이 모든 것을 마주한다. 가을의 산은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나를 받아준다. 다시 낙엽은 바람에 흩날리고,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는 그 속에서 잔잔하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