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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훈 Nov 01. 2023

디지털 공간에서 주인 되기

취향 유행의 사이에서

 우리 삶 속에서 취향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좋아하는 음식, 관심 있는 취미, 선호하는 옷차림 등 이 모든 것들이 개개인의 취향의 영역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취향의 표현은 유행이라는 단어와 혼동되기도 한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취향이 유행에 휩쓸리는 경우를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 서비스가 눈앞에 쏟아지면서 우리의 선택은 필요와 취향에 근거하기보다는 그저 유행에 따르기가 쉬워졌다. 물론 디지털화가 우리의 삶에 가져다준 수많은 혜택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디지털 공간으로부터 동떨어진 비문명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그러한 변화 속에서 내면과 본질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과 좋아하는 것에 충실한 디지털 서비스의 사용은 유행에 이끌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의 출발점이다.



 ‘○이클럽, ○리챌, ○모임, ○이월드, ○디버디, ○이트온, ○니팡, ○그리버드, ○키런….’ 순간에 떠올려보아도 우리의 시대를 관통했던 수많은 온라인 서비스들이 존재한다. 학창 시절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친구들이 특정 게임을 즐기고 있었기에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혹시 내가 지금도 그 게임을 즐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매일 습관처럼 접속했던, 그리고 절대로 영원할 것 같았던 서비스들도 결국에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디지털 공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가 해당 서비스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지 여부는 때때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당장 모바일 화면을 열어보면 내가 언제 설치했는지도 모르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리는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들 사이에서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하고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서비스들은 과감하게 삭제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에 충실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유행이라는 것은 현재 사회의 트렌드와 많은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내면의 검증 과정이다. 현재의 디지털 시대에서는 우리 모두가 쉽게 디지털 공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선택하거나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


 방을 어지럽히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려한 가구, 값비싼 전자제품 일지라도 나의 생활방식과 우리 집의 분위기와 맞지 않다면 그것은 단지 나의 공간을 해치는 불쾌한 존재가 될 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디지털 공간도 나에게 편안하고 쾌적하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취향과 유행 사이에서 주체적인 선택을 실천하는 첫 마음가짐이 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유행하던 게임을 즐기던 10대에서 시간이 흘러 30대가 된 지금, 그 소년들 중 누군가는 지금 골프를 치고 누군가는 헬스를 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새롭게 유행하는 게임을 즐기며 누군가는 독서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도 그 누군가에게도 손가락질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시절 유행하는 무언가를 즐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금에 와서 후회할 필요도 전혀 없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취향을 발견하고, 무엇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주체적인 삶을 살며 디지털 공간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삶에서 필요와 취향을 추구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실천하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충분한 여유를 제공한다.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우리는 알람과 정보의 범람으로부터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찾을 것이며, 더 주체적인 삶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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