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형 형사 Feb 14. 2021

보이스피싱 예방이 최선입니다.

22살 파출소 순경으로 시작하여 41살 강력형사의 이야기...


어제 당직 때에도 피해금 2천5백만 원인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분은 남편과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몇 개월 전에 ○○캐피탈에서 높은 이율 2천5백만 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가족에게도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던 급한 사정 때문에 캐피탈 대출을 받았지만 16% 대의 이자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분이 캐피탈의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가족들과 친한 지인도 몰랐으며... 이 세상에서 엄마와 가장 가까운 딸마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분은 주변인들로부터 지금 힘든 이때... 코로나 시기에 정부에서 서민들을 위해 낮은 이자의 정부 지원 대출을 해준 다는 얘기를 들었었던 거 같았고, TV에서도 그런 대출이 있다는 광고를 언 듯 본 거 같았습니다.


몇 개 전에는 너무나 급했기 때문에 ○○캐피탈 대출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캐피탈부터 대출금을 받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금은 높은 이자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남들은 신용도가 좋아서인지 담보물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의 은행 대출을 이용하고 있었고 자신만 높은 이자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대출을 한번 알아봐야겠다고...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낮은 이자의 대출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만원 버스의 바쁜 출근길 중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광고 전화로나 생각하고 바로 끊었을 전화였는데...


"고객님, □□은행 신용대출부 □□□팀장입니다. ○○캐피탈에 대출 있으시죠? 저희 은행에서 정부 지원으로 저이율 대출 상품이 출시되었습니다. 고객님의 대출 가능 여부를 한번 조회해 드릴까요?"라는 말에 귀신에 홀린 듯이 전화를 끊지 않고 통화를 이어가셨습니다.

(피해자분의 개인정보를 이미 조직원의 손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팀장은 코로나19 시기라면서 비대면으로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며 카톡으로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사업자등록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대출 신청은 자신들의 □□은행 휴대폰 어플로도 가능하다며 어플 설치로 연결되는 URL 주소를 카톡으로 보냈고, 피해자분은 이 가짜 어플을 □□은행의 정식 어플인 줄로 알고 휴대폰에 설치를 하습니다.


하지만 이 어플은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작할 수 있는 □□은행으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해 있는 블랙해커가 만든 원격조정 어플이었습니다.


어플의 안내에 따라 이름과 생년월일, 신청할 대출 금액인 2천5백만 원을 입하고, 마지막으로 문자메시지로 전송된 인증번호 6자리를 마저 입력하셨습니다.



블랙해커가 만든 원격제어 어플(가짜어플)



□□□팀장은 대출 신청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다내일이면 신청한 2천5백만 원이 지정한 통장으로 입금될 것이라며, 다시 한번 피해자 안심시켰습니다.


피해자분은 높은 이자의 대출을 꽤나 낮은 이자의 은행권 대출로 갈아탄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고, 조금 더 빨리 알아보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1시간 후 기존의 대출금이 있는 ○○캐피탈의 채권추심팀의 모 대리라는 남자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채권추심팀의 대리는 자신들 회사의 캐피탈 대출을 받을 때, 다른 곳에서 같은 사유로 대출을 받지 않기로 한 약정을 몰랐냐면서, 계약을 위반했다면서 지급된 2천5백만 원의 대출금을 긴급히 회수할 예정이고, 이미 금감독원에 약정 위반으로 신고가 들어간 상태라면서 피해자분의 모든 계좌가 지급 정지되었고, 조금 전에 ○○은행에 신청한 대출도 승인이 거절될 것이라며 화가 난 말투로 말했습니다.


너무나 당황한 피해자분은 대출을 신청한 □□은행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이어 휴대폰에 저장된 ○○캐피탈 '1588-0000 대표전화'에도 전화를 걸었으며, 인터넷을 검색하여 금감원의 대표전화인 '1588-0000'에도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모두 하였는데, ○○캐피탈 대리의 말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습니다.


(피해자분은 설마 하는 생각에 걸려온 번호가 아닌 인터넷으로 검색한 기관의 정상적인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은 ○○캐피탈과 금융감독원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었습니다. 휴대폰에 설치된 원격제어 어플이 통화를 조작하여 조직원들에게 연결된 것이었고 피해자분은 더욱더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분은 대출금이 회수되고 자신의 모든 계좌가 막으며, 신청한 ○○은행 대출도 불가할 것이라는 대리의 말에... 이제는 당스러움을 넘어 극도의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고,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몰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기존 대출금이 있는 ○캐피탈 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아니 묻는다기 보다는 애절히 사정을 하였습니다. 아무런 방법도 없다며 쌀쌀맞던 대리는 돌연 해결 방법이 있다면서 기존 대출금 2천5백만 원을 오늘 중에 상환하면 금감원에 접수된 신고도 취소되고, 그러면 자연히 동결된 계좌도 풀리며 ○○은행에 신청한 대출금도 문제없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한은 내일도 아닌... 오늘 하루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라 생각하였고 마음이 다급했습니다. 우선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로 카드론 대출과 현금서비스를 급한 대로 받았고, 모자라는 돈은 다른 핑계를 둘러대면 친한 지인들에게 빌려서 2천5백만 원이란 큰 돈급하게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캐피탈 대리에게 전화를 걸어서 돈을 준비했으니 대출금을 상환할 계좌를 불러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데 대리는 금감원의 신고가 취소되지 않아 피해자의 계좌가 막혀있어 계좌 송금으로는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피해자분은 당혹스러웠고 기한은 오늘뿐이란 말에 다시 다른 방법은 없냐고 대리에게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대리는 없던 선심을 쓰는 듯이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라면서 회사의 채권회수팀 직원을 지금 바로 보낼 테니 그 직원에게 대출상환금 2천5백만 원을 현금으로 찾아서 건네주라고 하였습니다. 돈을 건네주면 직원이 '대출금 상환 확인서'를 즉시 교부해 줄 것이고, 1시간 내에 대출금 상환이 완료되고 금강원 신고도 자연히 철회된다며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날 ○시경 피해자분은 자신의 가게 앞에서 누군지 알지 못하는 캐피탈 채권회수팀 직원이라 그 남자에게 현금 2천5백만 원이 든 쇼핑백을 넘겨주고 마셨습니다.



위조 대출금 상환 확인서






보이스피싱 사건이 연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계속발생하고 있는 송금ㆍ이체형이 아닌 사람을 보내 돈을 받아가는 대표적인 '대면형 보이스피싱' 수법입니다.


과거 전화로 속여 돈을 계좌로 이체받던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범죄가 오랜 시간에 걸친 홍보와 금융기간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 그리고 '송금 후 지연인출 제도'와 같은 예방정책으로 인해 범죄 성공률이 현저히 낮아지자,

경제 악화란 코로나 시대를 빌미로 고이율의 대출 이자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저이율의 은행권 대출을 해주겠다며 접근하여 속인 다음에... 정작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여야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며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보내는 직원에게 기존 대출금과 동액의 현금을 전달하라는 '대면형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그 수법이 변경되었습니다.

신종 수법으로 아직까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고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 조차 밝힐 수 없는 제2ㆍ제3 금융권의 높은 대출 이자에 큰 부담을 느끼는 바로 그 타이밍에... 범인들이 코로나 시대에 서민들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장려하는 저이율 대출 정책이라면서 전화와 문자로 접근하고 있어서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위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구성원은 작게는 20여 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넘어가며 주요 조직원은 중국 등 해외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조직 체계는 우두머리인 조직 총책을 시작으로 간부급 팀장, 자금책, 콜센터, 조직원 관리 및 모집책, 대포통장ㆍ대포폰 수급책, 송금책과 말단 전달책과 수거책으로 세분화되어있으며, 이들은 이가 딱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만 범죄를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이들의 범죄를 수사하면서 느낀 것은 그 계획부터 실행까지 일반 범죄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매우 치밀한 계획성과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범행 대상의 약점과 조합하여 그 작은 틈을 파고든다는 것입니다.






이점만 유의해 주십시오!!!

- 최근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이 이자가 싼 대출로 갈아타게 해 주겠다는 '대환대출' 유혹입니다.

- 어떠한 은행, 캐피탈, 금융감독원, 경찰, 검찰도 절대로 사람을 직접 보내 현금을 받아가지 않습니다.
(계좌이체형 수법에 잘 속지 않자 -> 대면형 수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상대방이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 당신의 휴대폰에 설치하라는 어플을 절대 설치하시면 안 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예방>
이 이야기를 꼭 가족과 친한 지인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외근 중일 때 소꿉놀이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친한 친구의 전화를 반갑게 받았습니다. 그러데 친구는 아버님께서 조금 전 보이스피싱을 당하여 저희 경찰서에 신고를 하러 왔다면서 지금 경찰서에 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급히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아버님은 어려서부터 봐왔던 저를 보고 애써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옆에 있던 누님도 물리고 친구는 피해금을 찾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담당 수사관이 최선을 다할 거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분들은 자신을 자책할 필요도, 가족들로부터 비난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지식층과 법조인도 당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샜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조차도 모르는 당신의 약점과 어려움을 알고 있습니다.

이 둘을 조합하여 최적의 수법으로 당신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옵니다. 공격자는 프로의 범죄 집단이고 방어자는 아마추어인 개인입니다.

당신이 급전이 필요하다면 돈을 빌려준다고 할 것이고, 캐피탈의 대출 이자로 힘들어하면 은행권 대환대출을 권할 것이며, 자녀가 해외여행 중이면 납치를 했다고 할 것입니다.

당신이 건네준 돈은 1~2시간 안에 자금세탁을 거쳐 한국 수사기관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로 넘어가기 때문에 피해회복이 가장 어려운 범죄가 보이스피싱입니다.

이 이야기를 꼭 가족과 친한 지인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전 08화 현실과 영화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