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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Oct 01. 2021

제44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수사권'


[제44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2020년 1월 13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을 다룬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경찰 조직의 오랜 숙원이었으며,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의 폐지, 현재 상명하복으로 수직 관계인 검사와 경찰의 관계를 대등한 수평적 관계로의 재설정, 수사 책임자로서의 경찰에 1차적 수사 종결권의 부여,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하향, 검사의 직접 수사 제한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_____

       


경찰 99% VS 검찰 1%


99프로...


대한민국 범죄 사건의 대부분을 경찰이 수사하는 현실에서 실제 수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었던 경찰이었지만, 형사소송법상에는 수사 주체가 아닌 단지 검사의 보조자에 불과했습니다.


10년 전인 2011년 수사권 조정 때에 형사소송법에 경찰의 수사개시권 조항을 삽입하는 날... 저 역시 수사 일선에 있었던 한 수사관으로 한층 고무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10년 전에도 이번과 같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무산되었고... 그중 법안 개정이 이루어진 단 1개의 조항이 경찰에 형사소송법상 명문으로 '수사개시권'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창피한 얘기지만... 저는 이때에도 잠복을 하고, 범인을 잡고 수사를 하고 있었지만, 경찰인 저에게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인 '수사권'이 없다는 것을 이때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런데 법안이 통과되자 검사들은 수사권 조정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 전원의 사의 표명과 함께 검찰총장님이 수사권 조정의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검사님들이야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서 그런지 자신 있게 사표를 내고 나갈 수 있다지만... 경찰이 원래부터 하고 있었던 ‘수사개시권’을 법에 몇 글자 삽입하는 것이 검사들에겐 그리 큰 굴욕이었나 하는 당시의 생각도 떠 오릅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일선서의 말단 형사에 불과한 제가 느끼기에도 정말 대대적인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사권 조정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코 저희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온전한 수사의 주체로써 능력을 검증받았다기 보다는... 결국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검사들이 자초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검사들에게 부여된 권한은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한이었습니다.


이를 달리 얘기하자면 이전의 '형사사법체계'하에서는 만약 검사가 잘못을 하더라도, 같은 검사 말고는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은 대한민국에는 없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 특사경을 포함한 모든 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권 등 실로 막강한 권한들은 '정의 실현을 위한 도구'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인데, 검사들은 애초부터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권리로 착각을 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통과되기 전ㆍ후에 경찰청에서는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공론화하고자,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였고 저 역시도 이에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중 제가 참여를 할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수사권 조정에 대한 피켓을 들고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의견을 표현하던 그때에, 비록 주변의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저를 공개하고,

"저는 순경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범인만을 잡아 왔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자 지금도 현장에서 뛰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권 조정이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오로지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그런데 순경이란 바닥부터 시작한... 그리고 솔직하면서도 순수한 일선형사의 외침에 동료들뿐 아니라 여러 국민분께서도 공감을 해주셨고, 때 묻지 않고 정치적 색깔이 전혀 없어 보이는 저를 보시고 기자님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그런데 모 언론사의 기자님께서는 "김형사님, 지금 특수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형소법에 개정되기는 했는데요.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건 결국 경찰도 외부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거 아닙니까?"라고 물으셔서,


저는 "저는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게 국민분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검사의 지휘를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그게 국민분들을 위한 것이라면요."라고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현재의 경찰 활동은 과거 범인 검거에만 총력을 기울였던 정통적 정의에서 범죄를 미리 예방하고 방지하는 예방적 검거활동과 피해자에 관점을 둔 회복적 정의의 추구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분들은 저희 경찰에 수사 책임자로서 많은 권한을 부여해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 문제가 제기되고, 오히려 검사의 지휘를 받을 때보다 수사 품질이 못하다고 평가되면 국민분들은 가차 없이 등을 돌릴 것입니다.


경찰이 추구하는 정의는 검사가 택한 선택적 정의가 아닌 보편적 정의입니다. 신임 형사 시설 선배님들에게 '수사'라는 일을 배울 때, '권리는 나를 위해 쓰고, 권한은 남을 위해 쓴다'라고 배웠습니다.

  

수사권 조정은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정치적 쟁점이나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오로지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체계의 수립'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국민 #경찰 #보이스피싱 #범죄예방

#강력팀 #형사 #수사권 #소통 #코로나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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