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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Nov 06. 2021

방화 사건의 피해자, 할머님을 찾아뵙고 왔습니다.


방화 사건의 피해자이셨던, 할머님을 찾아뵙고 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알려드렸는데, 골목길 앞까지 나오셔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며칠 전 처가댁에서 담근 김치 한통과 관내에 있어서 친하게 지내는 식당 사장님께서 선뜻 지원해주신 쌀 한 포대를 들고 들어갔습니다.


할머님께서는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와도 된다며... 언제나처럼 제 얼굴을 보는 게 가장 좋다고 말씀 하십니다.


쌀은 제 돈으로 산 게 아니라, 저번처럼 식당을 하시는 사장님께서 지원을 해 주신거라 알려드리니, 그 사장님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감사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시면서, 혼자 살고 계셔서 쌀이 가장 반갑다고 말하십니다.


제가 들어서자 마자 미리 갂아 놓은 사과 한 접시를 들고 나오시면서, 요새는 바쁘지 않냐고, 바쁘면 이 할미 보러 올 필요 없다고 하시기에,


"할머님, 이거 며칠 전에 처가댁에서 담근 김치예요. 이 통에 든 김치는 제가 직접 버무린 거니까, 아마도 맛있을 거여요"라고 하였더니, 할머님은 "아이구, 그래~ 세상에서 제일 맛난 김치를 갖고 오셨구만"이라며 맞장구를 해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금은 지방에 내려가 계신, 8년전 제 파트너였던 문형사님께 영상 통화를 걸어 전화를 바꿔드렸습니다. 할머님은 전화기를 받아 드시고 첫 마디가 "내 셋째 아드님은 잘 지내고 있죠"라면서, 얼굴에 환한 함박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저는 혹여나 불을 지른 양아들에게 연락이 오지는 않았냐고 물으니, 할머님께서는 "형사님들이 지금도 이렇게 숨겨주고 있는데, 둘째가 날 어찌 찾겠누"하시면서 아무일 없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님께서는 항상 제가 다른 경찰서로 옮기지 말고 10년, 20년... 도봉경찰서에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할머님이 살아계신 동안에는 최대한 여기경찰서에 있어 볼께요. 대신 120살까지 사셔야 되요"라고 답해드렸습니다.


할머님이 사시는 그 골목길에서, 주변분들은 저를 할머님의 막둥이 넷째 아들로 알고 계십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국민 #경찰 #보이스피싱 #범죄예방

#강력팀 #형사 #소통 #코로나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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