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분은 이른 아침 일어나 일찍 출근하는 남편과 이제 막 취직하여 신입사원인 딸의 배웅을 한 다음, 분주한 아침을 마치고 잠시 소파에 몸을 눕혔습니다.
살짝 잠이 들까 말까 할 때에 '띠링~'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무슨 문자인가 휴대폰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입하지도 않은 다이슨 청소기가... 그것도 해외직구로, 게다가 ○○신용카드로 799,000원이 결제되었다는 문자였습니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지갑 안에 ○○신용카드가 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카드는 지갑 안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 신용카드가 도용이 되었나?' 생각을 하고 문자에 적혀있는 다이슨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고객센터의 상냥한 목소리의 여성 상담원이었습니다. 상담원은 최근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되어 결제하지도 않았는데 자사 청소기가 결제되었다는 문의 전화가 폭주를 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피해자분도 피해를 당한 것 같으니까 빨리 사이버수사대에 전화를 하여 신고를 해야만 카드결제 금액이 청구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이버수사대 직통 전화번호 02-○○○○-□□□□와 '다이슨 청소기 카드 부정사용 사건'의 담당인 ○○○ 수사관의 이름까지도 친절히 알려주었습니다.
피해자분은 별다른 의심 없이 사이버수사대에 전화를 걸어 ○○○ 수사관을 바꿔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 수사관은 피해자분의 신용카드가 도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들도 대포통장으로 마약밀매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데 사용되었다면서, 마약조직과 관련이 있지 않냐면서... 오히려 피해자분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검찰, 금융감독원과 함께 극비리에 수사 중인데 누구에게 이 사건을 들었고, 어떻게 여기 사이버수사대 전화번호와 담당 수사관인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냐면서 피해자분을 다그쳤습니다. 그리고 만약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본인이 감수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피해자분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항변하자, 믿지 못하겠으면 금융감독원에 접속을 하여 사건번호를 조회해 보라면서 문자메시지로 사건번호와 함께 금융감독원 어플을 설치할 수 있는 URL주소를 전송하였고, 피해자분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휴대폰에 금융감독원의 어플을 깔고 사건번호와 함께 성명,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문자메시지로 전송된 6자리 숫자의 인증번호를 마저 입력하셨습니다.
(이 가짜 어플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해 있는 블랙해커가 만든 어플로 화면은 금융감독원으로 위장하였지만, 사실은 피해자분의 통화를 조작하고 저장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원격제어 악성 앱 이었습니다. 이 앱이 휴대폰에 설치되게 되면 금융감독원 대표번호나 검찰청 대표번호, 은행이나 캐피탈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더라도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연결되게 됩니다. 그래서 피해자분은 더욱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분은 이때부터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건보고서에 도장이 찍혀있는 ○○○ 검사가 근무한다는 서울○○지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 검사는 피해자분에게 불이익을 면하고 싶으면 사이버수사대 ○○○ 수사관과 금융감독원 □□□ 주임에게 최대한 협조를 하시라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시 인터넷으로 검색한 금융감독원 대표번호인 1633번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금융감독원 특수조사과 □□□ 주임입니다."라면서 □□□ 주임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피해자분은 자신도 모르게 마약밀매 조직에서 자신의 신용카드와 은행 계좌 정보를 빼내가, 카드와 계좌가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이버수사대의 ○○○ 수사관과 금융감독원 □□□ 주임의 지시에 따라 수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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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물건이 카드로 결제되었다는 피싱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시작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입니다. 그리고 최근 택배 관련 피싱 문자도 그 수법이 이와 비슷하게 전개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공격자는 프로의 범죄집단이고, 방어자는 아마추어인 개인입니다.
보이스피싱은 사람의 무지와 공포를 이용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약점과 어려움에 공감하는 지능범죄입니다. 그래서 법조인과 고지식층도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보신 분은 절대 자신을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이스피싱 예방이 최선입니다. 이점만 유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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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은행, 캐피탈, 금융감독원, 경찰, 검찰도 절대로 사람을 직접 보내 현금을 받아가지 않습니다. (계좌이체형 수법에 잘 속지 않자 -> 대면형 수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상대방이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 당신의 휴대폰에 설치하라는 어플을 절대 설치하시면 안 됩니다. 경찰 개발 '시티즌코난' 앱은 이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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