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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입니다 Dec 05. 2023

눈마중달을 보내며 (샘플북 만들고 번아웃 온 사람)

11월은 도대체가 흔적이 안 남는다. 남은 건... 나의..

썼다 지우고 다시 쓰는 글

11월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이건 행복살인데 어째 기억 남는 즐거움이 없다.

그래서 다시 사진을 살펴본다. 뭘 많이 먹긴 했다.


금요일마다 피자먹고요 파스타는 1접시가 부족해요


이렇게 기억에 안 남는 건 10월에는 도서관에서 미국 여행기 원고를 썼는데 11월에는 거의 집에서 작업하려고 했다. 그리고 번아웃 급행열차를 탔다. 샘플북 나오고 오탈자 때문에 원고 폴더를 한 번 클릭하고 보고 다시는 페이지앱에도 안 들어가더라.

그러니까 글을 안 써서 이렇게 됐다. 기록하지 않으면 그만큼 잃어버리는 걸까. 미국 여행도 저번 겨울 이야기인데도 그걸 쓰느냐 안 쓰느냐가 차이가 있다.


그리고 10월 원고 쓰면서 내 글은 글도 아닌 것 같아서 불안감에 책을 왕창 샀다. 그래서 10월 말에 다짐했다 이제는 다 읽고 산다고. 그러나 결국 6권을 사고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사인본과 소책자를 둘 다 받는다고 2권이나 샀다. -같은 책 2권은 절대 안 샀는데 왜 그랬을까 이제 둘 곳도 없는데-

새로운 작가도 알게 되고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사기만 했던 책들도 많이 읽고 북토크도 듣고 글쓰기 강연도 줌으로 참여하고 가평에 가서 캔들도 만들고 그림도 다시 그리고 글 쓰는 것만 빼고는 뭘 하기는 계속했다.


그런데도 11월이 기억에 안 남는 건. 두 가지 이유다.

첫째, 기록하지 않음

둘째, 넷플릭스에서 영쉘던에 빠져 삶


 10월 30일 탈고하고 인쇄소에 파일 넘기고 11월 11일에 샘플북을 받았는데 정확하게 샘플북 받기까지 이게 번아웃인가 싶은 기간을 경험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2주 이상 이런 상태로 지내면 안 될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2주를 조금 못 채우고 정신이 돌아왔다. 그래서 영쉘던을 엄청 보기 시작해서 시즌 6까지 봤다. 보면서 많이 웃긴 했지만 나를 위한 생산적 시간은 못 가지게 됐다. 이런 게 동전의 양면이라는 걸까.


11월을 보내면서 알게 된 건

나는 가지고 있는 옷이 안 맞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더 먹는다는 것과,

내 만족감은 평일을 어떻게 보냈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인스타툰 매주1화씩 올렸는데 손목통증이 다시 시작되길래 “아서라”

11월은 이런 점에 있어서 불만족스러웠다.

샘플북 한 권 만들었을 뿐이고 이제 제대로 수정해서 인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하기 싫었다. 그리고 하기 싫어하는 나도 꼴 보기 싫었다. ‘도대체 왜?‘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스스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럴 때 모닝페이지도 더 쓰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다행히 11월 다음이 4월도 아니고 6월도 아니고 12월이라 연말이 주는 날짜의 힘이 컸다, 냉수마찰효과랄까.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로 본 탈잉 강의가 방황하던 나를 잡아줬다. 그건 바로 솔파의 콘텐츠 강의다. 내가 지금까지 들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개념들을 이해하게 해 줬다. 지금까지 들은 내용들이긴 한데 내가 듣기만 했지 나한테 적용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듣고 앞으로의 방향이 잡히게 됐다.


11월의 나는 얼어있는 호수 위에 있었다. 호수 위에서 나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얼음을 밟고 조심스럽게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호수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본 호수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좁은 곳이었다. 이제는 호수 밖으로 가려고 한다.


심심한 한 달을 보냈더니 이번 달은 안 하던 일을 하게 됐다. 주말 오전에 카페에 가서 책을 한 권 읽고 온다든지 하고 있다.

11월에는 막연했다면 12월은 방향은 알겠고 흘러가는 시간에 나도 같이 흐르려고 한다.

기다리면 당신은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갈 거예요. 그곳을 알고 있으니까. 반드시.



한동안 싱겁게 살았더니 이제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시간이 답이라는 뻔한 말이 진실임을 경험한 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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