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일야 OneGolf

​신계 위원회 심의장은 달빛조차 들지 않는, 영원의 시간만이 존재하는 거대한 석조 공간이었다. 징계 대상 1순위로 끌려온 월하노인은 무릎 꿇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위원장인 서왕모(西王母)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심의를 시작했다. 그녀의 뒤편 대형 화면에는 인간계의 붕괴된 인연 통계가 섬뜩하게 떠올라 있었다.


​서왕모 : “월하노인. 그대의 무단이탈은 수천 년간 지켜온 인연의 질서를 파괴했다. 그대가 떠난 후, 인간계는 ‘인연 불성립 세태’라는 최악의 혼란에 빠졌다. 결혼율 70% 급감, 이혼율 50% 급증. 사랑이 사라지고 계산만 남은 이 참담한 현실에 대해 마지막으로 변론하라.”


​신계 통신관 : “그의 짝이라고 주장하는 인간 송운(宋運)은 통계상 ESTJ, 즉 극도의 현실주의자입니다. 신의 짝이 될 수 없는, 가장 비논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월하노인은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월하 : “신이시여, 송운이 ESTJ임은 사실입니다! 그녀는 평생 논리와 통계만을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증거입니다! 저는 그녀의 차가운 이성이 그녀의 뜨거운 감정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의 동반자는 논리를 통해 운명을 증명한 유일한 인간입니다. 인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엮는 법을 잊었습니다. 저는 동반자가 될 송운과 함께, 그들에게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엮이는 진정한 사랑의 힘을 다시 보여줄 것입니다! 그 벌을 받는다면, 나의 동반자를 영원히 나의 곁에 두어 함께 질서를 복구하게 해 주십시오!”

​위원들은 월하노인의 진심과, 인간계의 혼란이 그의 가출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는 통계에 주목했다. 신계가 너무 기계적으로 인연을 맺어왔기에, 인간들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잊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서왕모 : “징계를 명한다. 첫째, 그대는 즉시 월하노인의 임무를 복귀하고 질서를 재정립하라! 둘째, 가장 큰 죄에 대한 가장 큰 징벌이자, 가장 큰 축복을 내린다. 인간 송운(宋運)을 영생하게 하여 신계의 일원으로 삼고, 그대의 곁에 둔다!”


​심의장이 술렁였다. 인간에게 영생을 주는 것은 창조주의 권한에 가까운 처사였다.


​서왕모 : “송운은 앞으로 월하부인(月下夫人)이 되어 월하노인의 곁을 지킨다. 그녀의 인간적인 논리는 월하노인의 신적인 운명과 합쳐져, 세상에 잊혀진 가장 완벽하고 진실한 인연을 엮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라! 이것이 너희가 스스로 찾아낸 운명의 결과다!”

​현세로 통하는 통로 앞에서, 신의 복장과 신력을 되찾은 월하노인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빛나는 신복을 입은 송운이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붉은 실을 볼 수 있는 신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송운 : “월하 씨. 아니, 당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내가 영생이라니! 나는 논리적으로 영원히 살 이유가 없었는데!”


​월하 (활짝 웃으며) : “나의 월하부인. 당신의 논리가 드디어 영원한 운명을 맞이했소. 나의 벌은 결국 당신이라는 가장 큰 축복이 되었소.”


​월하부인 송운 : “좋아요. 나의 논리와 당신의 운명, 99%의 상극이 1%의 완벽한 운명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인정할게요. 하지만 명심해요. 당신이 나에게 운명론을 강요할 때마다, 나는 신계의 모든 통계 자료를 던져서 당신을 괴롭힐 거예요. 이것이 운명을 엮는 나의 방식이니까.”


​월하노인은 송운의 손을 잡고, 현세로 통하는 통로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손에는 이제 논리와 감정이 완벽하게 조화된, 가장 아름다운 붉은 실타래가 쥐어져 있었다.


​월하 : “갑시다, 나의 영원한 동반자여! 사랑이 사라진 세상에 진정한 운명의 힘을 보여줍시다!”

​두 사람은 함께 붉은 실타래를 들고, 다시 한번 인간 세상으로 내려갔다. 영원히 함께, 진정한 사랑의 인연을 엮기 위해서.



{그동안 "미남 월하는 스펙이 없어요"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많이 사랑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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