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시선] 기본? 당연함?

by 일야 OneGolf

“이건 기본이잖아.”


회의실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보고를 듣던 팀장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이건 당연히 이렇게 했어야지.”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결론이 담겨 있었다.
보고를 한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지시받은 대로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팀장이 생각하는 ‘기본’과
그가 이해한 ‘기본’은 달랐다.


어느 지점에서부터 어긋났는지
서로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이미 결과는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위에서
‘기본’이라는 말이 내려왔다.


“이건 기본이잖아.”


가볍게 던진 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전제가 담겨 있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이미 해봤을 것이라는 전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했을 것이라는 전제.


하지만 그 ‘기본’은
누구에게나 같지 않다.
어떤 사람에게는 수없이 반복해 온 익숙한 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 접하는 일일 수 있다.


경험의 차이,
이해의 차이,
기준의 차이.


그 간극을 확인하지 않은 채
‘기본’이라는 말로 덮는 순간
업무의 핵심은 전달되지 않고
결과에 대한 기대만 남는다.


“당연히 이렇게 했어야지.”
조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낯선 일일 수 있다.
그 차이를 설명하지 않은 채
결과만 요구하는 순간
지시는 전달된 것이 아니라
생략된 것이 된다.


‘기본’이라는 말은 종종
설명을 생략하기 위한 이유가 되고,
‘당연함’이라는 말은
확인을 생략하기 위한 명분이 된다.


그리고 그 둘이 겹치는 순간
문제는 반복된다.


“왜 이렇게 했지?”


“이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결과를 보고 난 뒤에야
기준이 드러난다.


지휘와 감독의 역할은
결과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기준을 맞추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그것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확인하는 것.


기본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이해했을 때 성립된다.


전달되지 않은 기본은
기본이 아니라 가정이다.
그리고 가정 위에서 이루어진 일은
결국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말과
‘기본이다’라는 말은
가장 조심해서 써야 한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설명이 빠지고 있는지
확인이 생략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당연한 것은 없다.
기본은 맞춰가는 것이다.


그 과정을 책임지는 것,
그것이 지휘 감독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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