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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닙 Jan 13. 2024

마음 걷기

늦은 밤 샤워를 하고 나와 책상 앞에 앉았다. 약간은 잠이 오긴 하지만 이 몽롱한 느낌도 괜찮다.



새해 첫날에는 장필순의 <방랑자>를 들었다. 이전에 모르던 곡이었고, 그녀의 노래들이 그저 흐르고 있었는데 마침 2024로 넘어가는 시점에 이 곡이 나왔다. 생각해 보면 그녀를 처음 인지하게 된 건 스무 살 가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우연히 들었던 곡이 마음에 자리 잡아서 지금까지도 종종 듣는다. 이렇게 보면 우연은 참 재밌지. 마치 필연이었나 싶을 만큼 중요하게 남는 몇몇 시간들이 있으니까. 그게 정말 필연이었건, 우연이었건 어찌 됐든 모두 흘러간다. 흐르는 방향을 어찌하긴 어렵지만, 계속 잡고 있을지 아니면 놓아줄지는 자신의 몫이다.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시 이어지는 경우도 있더라. 이쯤 되면 필연이려나?



저녁에는 초코 케이크와 와인 몇 모금을 마시며 그림을 그렸다. 처음 듣는 노래에는 추억이 없다. 그래서 새로운 공상을 불러오기에 좋다. 이런저런 장면들을 떠올리다보면, 잠재된 기억이 얼마간 스치기도 한다. 낯섦이 불러오는 과거는 생소하기 짝이 없다. 잠깐 눈앞에 다가온 거대한 기억에 놀라면서도 천천히 되짚으며 그때로 돌아가 본다.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것이겠지만. 20대 초반인 나는 유년 시절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떠올리려면 유치원, 초, 중, 고 시기를 대부분 기억할 수 있고, 몇 번이고 왕복 티켓으로 다녀온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내 뒤로 수많은 기억이 쌓일 텐데, 나는 나의 다섯, 스물, 서른, 그리고 마흔으로 언제든 다녀올 수 있을까. 지금은 겪지 못해 알 수 없지만, 그날들을 위해 열심히 왕복 티켓을 만들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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