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스토리를 올리지 않으면 좀이 쑤셨던 내가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브런치에 접속하지 않은지 어느덧 2년이 넘게 흘렀더라. 가입했을 때는 이곳에 글을 모아 에세이 집을 출간하자, 좋은 글을 올려서 출판사의 눈에 띄자, 그런 기세등등한 포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해이해져 버렸다. 사는 게 바빴다는 핑계와 다른 일이 급했다는 실화(?)를 늘어놓으며...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2023년 12월 말, 2018년부터 사용했던 오랜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오래 운영한 만큼 사진도 많이 쌓이고, 그동안 인연을 쌓아온 사람들과의 팔로우도 쌓인 상태였다. 무엇보다 관심이 생기는 분야가 있으면 인스타그램으로 관련 계정을 찾아 팔로우해 왔던 탓(?)에 팔로잉 또한 800개 계정이 넘어갔다. 좋은 점은 피드에 내가 관심 있는 계정 중심으로 알고리즘이 구성되어 기업, 브랜드가 올리는 게시물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정보를 얻기가 좋았고, 나쁜 점은 너무 많은 정보에 가끔은 피로해지기도 했다. 800개 넘는 계정이 올리는 게시물을 다 확인할 수 없으니 피드는 밀려만 갔고 스토리는 봐도 봐도 끊기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소통하고 싶은 친구들의 계정이 밀려서 보이지 않았다. 결국 친한 친구들의 계정만 팔로우하고 좀 더 내밀한 이야기나 잘 못 나온 사진도 올릴 수 있는 부계정을 팠다. 두 개의 계정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게시물과 스토리를 확인하곤 했다. 아무도 시킨 사람이 없는데 숙제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인스타그램에 시간을 쏟지? 문득 현타가 올 때도 있었지만, 순기능도 있었다.(그렇다고 믿었다.)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기는 어색하고, 때로는 너무 바빠 개인적으로 연락하기 어려운 지인들의 근황은 인스타그램으로 확인하는 것. 종종 그런 친구들과 댓글이나 디엠을 주고받고 '잘 살고 있구나' 안심하는 것.
그런데 그렇게 만나는 친구들은 나를 오해하기도 했다. 나는 맛있는 것도 잘 먹으러 다니고, 친구도 많이 만나고, 공연이나 영화, 전시도 자주 보고, 항상 긍정적이고, 사소한 장면이나 날씨의 풍경에도 감사해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일부분은 맞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그건 보이는 모습일 뿐, 대부분의 나는 불안정하고 게으르고 작은 일에도 괴로워하는 일상을 견뎌내기도 했다. 그런 모습까지 인스타그램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올리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러니까, 인스타그램 속의 나는 허상이었다. 허상 속에 나의 진짜가 포함된다 한들, 그걸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모두가 허상을 앞세우니, 그 허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나만의 알고 있는 진짜 삶에 집중하면 된다고 조언하는 콘텐츠로 여럿 보았다. 예전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의문이 들었다. 보여지기 위한 SNS라... 보여지는 SNS이기 때문에 꾸며진 모습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고, 그걸 접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건 가짜니까, 흔들리지 말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모순적이지 않은가.
작년 연말에 나는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꾸며진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올린 게시물로 연말의 인스타그램은 도배가 되었다. 파티가 없는 날에는 불 꺼버린 집에 누워서 끊임없이 남들이 행복한 사진을 보고 보고 또 보았는데, 다들 좋아 보였고, 그러다가 뉴스 기사에서 이태원 유가족들이 특별법을 위해 오체투지 시위를 하는 사진을 보았다. 시위를 하고 계신지 몰랐다. 그 사진을 보고 나서야 특별법을 위해서 지금껏 싸워오셨다는 것을 알았다. 처참했다. 너무도 양면적인 세상이었다. 그런데 나 또한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사진들을 몇 장씩이나 업로드하지 않았나.
그래, 아무도 인스타그램에 전쟁에 대한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는 불행이 거세되어 있다. 어쩌면 눈을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행복하고, 누릴 것이 많은 곳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자본을 소비한 게시물이 아닌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지 않은가. 나는 누구보다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고, 술자리에서 농담 식으로 '하루라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사람'에 모두가 나를 가리킬 정도로... 그 매체에 의지했다. 나에 대한 관심에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심은 인스타그램 속의 나에 대한 관심이지, 진짜 복합적인 생각 속에서 삶을 사는 나에 대한 관심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나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많이 올리고 일상을 공유하던 나는 솔직하다고. 어쩌면 나 자신까지도 허상으로 속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최근에 SNS 소통은 줄어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관객의 위치에 있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보고 어쩌면 나처럼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를 떠나올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행복,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소비 조장 이미지들에 질려가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사는 것이 팍팍해져 간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인스타그램을 정리했고, 그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브런치에 적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나에 대해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인스타그램을 그렇게 열심히 했던 거겠지... 하지만 이제는 그 방식을 다르게 가져보고 싶다. 소비하는 나, 행복한 나보다는 복합적인 나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니 이미지가 아닌 글이 더 적합하다.
이쯤까지 글을 써놓고 보니 브런치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 돌아온 거 열심히 하자, 까짓 거~!~! 아래 내가 읽었던 기사를 첨부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3355
이렇게 써놓고 언젠가는 다시 인스타그램을 깔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저장된 내 지난 추억이 많고, 친구들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하지만 이미 한번 깊게 느껴버린 회의감은 떨칠 수 없을 것 같다. 여전히 인스타그램을 즐겨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비활성화 이후에 가장 허전한 것은 친구들에게 부러 연락하지 않으면 소식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소중한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하게 되는 좋은 기능도 있고, 이로써 애매한 사이였던 인간관계가 정리되기도 했으니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나지만, 아무튼 올해 8월까지는 로그인할 생각이 없다. 생일 즈음에 한번 로그인해서 지인들의 소식을 살펴보고 다시 비활성화할까 계획 중이다.
그러니... 브런치. 앞으로의 나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매체가 되어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