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관대한 소비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주말. 남편과 아침 겸 점심으로 간단히 빵을 먹으려고 파리바게트에서 배달어플로 빵을 주문했다. 세상이 좋아져 이제는 집 근처의 빵집에서 빵도 시켜먹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게 문명의 달콤함일까.
30분이 채 안되어 집 앞으로 빵이 도착했다. 그런데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해보니, 분명히 수량을 2개로 주문한 빵이 하나만 들어있었다. 혹시나 싶어 내가 주문한 내역을 다시 보았는데, 2개가 맞았다. 하나는 어디로 간 거지?
매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이렇게 배가 고픈데 니들이 얼마나 일을 못하는지 면박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빵 한 개가 안 왔다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앳된 목소리의 아르바이트생이 받더니, 아마도 점장인 듯한 여성이 호다닥 전화를 이어받았다. 그녀는 매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연신 사과를 했다. 난 그저 내 빵 하나가 어디서 착오가 생겨 사라진 건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왠지 미안했다. 세상에 얼마나 고래고래 난리를 치는 손님들이 많았으면, 이 좁쌀만 한 실수를 대역죄라도 되는 것 마냥 납작 엎드려 사과를 해댈까. 빵을 하나 덜 받은 서러움보다, 못돼 쳐 먹은 사람들로 득실 거리는 이 사회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매장 측은 몇십 분 뒤 다시 배달로 누락된 빵을 보내주었다. 다시 빵을 보내기 위해 또 배달기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았는데, 맙소사. 봉투를 열어보니, 내가 못 받은 빵 한 개 말고도 다른 빵들 서너 개가 더 들어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미안하다는 메세지가 담긴 포스트잇도 함께 붙어있었다.
아아아... 백화점에서 일하던 때, 절대적인 을 위치에 서서 갖은 고초와 모욕을 겪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잘못한 게 1이라면 보상을 5 정도는 해주어야 하고, 그게 참된 서비스라 배웠던 나날들. 그 서비스 속에서 점점 더 무례하고 바라는 게 많아지던 고객들. 동네빵집이라고 그 사정을 비껴가리란 법은 없었던 모양이다.
마음이 안 좋아 배달어플에 리뷰를 남겼다.
리뷰 내용은, "늘 시켜먹는 곳인데 깨끗하고 맛있어요"였다. 늘 느끼던 사실이었다. 누락 이야기는 왜 안 썼냐고? 빵을 세 개나 더 받아놓고 그러는 건 좀 쪼잔한 처사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이 쪼그만 실수를 지적했다가, 그 리뷰를 본 다른 사람들이 그곳의 방문을 꺼리고, 매출이 떨어지고, 결국 얼마 못가 문을 닫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끔찍한 일이니까.
아침 7시부터 빵을 굽고, 봉투에 넣고, 팔고, 정리하고,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하나의 컴플레인에 무너지는 게 사람 마음임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안다. 뻔한 감상에 젖은 생각일지는 몰라도, 일하는 사람의 인간적인 실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10년가량 직장생활을 하며 내가 저지른 많은 실수들을 눈감아주었던 선량한 이들을 떠올리며. 그리고 먼지만도 못한 작은 실수를 있는 힘껏 부풀려 나를 패대기 치던 나쁜 인간들을 떠올리며.
남편과 나는 덕분에 빵을 배 터지게 먹고도 남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내 전화를 받고 손발이 닳도록 사과했던 분이 부디 내 리뷰를 보았기를, 세상에 그렇게 무섭고 나쁜 사람만 있지는 않다는 걸 기억하기를, 바래본다. 그렇다고 내가 좋은 사람이란 이야기는 아니구...
2021 일상의짧은글
ⓒ글쓰는우두미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 @wood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