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다가 아닌데.

겉모습이 얼마나 작은 부분인지 그땐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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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 자리의 뒤쪽에 서있던 어린 여자아이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스물한두 살이나 되었을까. 최대한 쩌렁한 목소리로 "나 쎄~ 존나 쎄~"라고 광고하듯 떠드는 류의 아이들이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 어마한 목소리의 데시벨에 본의 아니게 대화를 엿듣게 되어 버렸다.


대충 그 아이들의 대화는


“잘생긴 남자가 아니면 안 사귄다”

“걔가 뭐가 잘생겼냐 존나 못생겼다”

“인스타 스타 누구누구 아냐, 걔 존나 잘생기지 않았냐”

“난 남자 따위 필요 없다 잘생겨야 만난다”


등의 하나같이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 얘기로 무려 30분을 떠드는 것이 놀라워지려는 순간,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했고, 예비군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버스에 올랐다. 그러자 여자아이 중 하나가 또 어마어마한 데시벨로


"와 존나 못생겼다. 저 얼굴로 왜 살지? 나 같음 죽어버리겠다"


라고 말했다.



말도 안 되고 근본도 없는 그 아이의 외모 비하가 본의 아니게 버스에 탄 모든 이들의 귀에 들어갔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대다수가 그 여자애가 안타까워 죽으려고 했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면 그렇게 말한 여자아이 본인도 부끄러워 이불 킥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오겠지.


얘야, 그 예비군이 너에겐 죽고 싶을 만큼의 외모인 것처럼, 그 예비군도 너처럼 머리가 텅텅 빈 여자애랑 사귀느니 죽고 싶을지 몰라…

자신의 현재 가치관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이기 마련인 것 같다. 외모가 첫째라고 생각하면 지나가는 모든 못생긴 사람들의 인생이 불쌍해 보일 것이다. 학벌이 첫째라고 생각하면 명문대 이하의 삶이 불안해 보일 것이고, 돈이 첫째라 생각하면 타인의 경제관념은 무시한 채 시계와 구두, 자동차 브랜드를 보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살면서 이런 오류에 빠지는 건 얼마나 미련한 일일까. 저마다 지향하는 삶이 다른데. 자신만의 알량한 가치관으로 남의 인생을 함부로 저울질하다니. 그러나 단 한 가지 정당하게 비난할 수 있는 타인의 삶이란, 자신의 가치관이 전부라 생각하고 남의 인생을 헐뜯고 다니는 한심한 삶이다.


나도 나이를 많이 먹진 않았지만, 요즘 들어 이런 애들을 보면 참 답답하다. 경험해보니, 외모는 살아가는데 결정적인 자존감을 형성해주지 못하더라.


오히려 나이를 먹으며 부러워지는 사람들은, 목 늘어난 티셔츠 차림에 유행에 무심하고 못생겼더라도, 넘치는 내면의 매력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여자든, 남자든, 부자이든, 블루칼라 노동자이든 그런 사람들은 내면의 귀티가 흐른다. 그것을 경험하고 깨달은 사람들은, 겉치레로 사람을 평가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얘야, 곧 커가면서 학벌과 스펙이 기준이 되는 세상을 접하고, 부동산과 자식농사의 성공이 자랑이 되는 세상을 접하게 되겠지만. 그전에, 어떤 기준보다 불공평하고 바보 같은 기준이 '외모'라는 것을 빠른 시일 내에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얘야, 내리다가 너의 얼굴이 너무 궁금해서 살짝 뒤돌아봤는데, 너도 그리 안 예뻤어.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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