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質 — 귀할수록 찰나처럼 스쳐간다

by 든해


하루하루가 전쟁과 다를 바 없다 느껴졌던 인턴으로서
1년 365일을 빠짐없이 채우고는,
마침내 레지던트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레지던트가 된 지 두 달 가까이 흘렀다.


아침 6시부터 밤, 나아가 새벽 늦게까지 병동에 꽁꽁 묶여
자의로든 타의로든,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당탕탕 지내던 인턴의 루틴에서 잠시 물러나
의국 책상에 앉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인턴의 날들처럼 다이나믹하지 않아
이제 좀 살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 느낀다.


그러다 보니,
지난 다이나믹했던 나의 날들을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꺼낸다.



지난 추석 연휴에 당직을 서다 만났던
91세 고령의 환자분.

침을 놓으러 온 나를 두고
"외롭다"고 하셨다.


33년생인 그분의 부친께서 당시 한의사이셨고,
부유한 집에서 자랐다고 한다.
남들이 콩만 먹을 때
쌀 아까운 줄 모르고 먹으며 살았다고.

노래를 참 잘해서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박수받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인생이 너무 잠깐이라 하셨다.
아무리 잘났고, 똑똑하고, 잘 살아도
죽을 땐 다 부질없다고.
텅 빈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셨다.


“내일을 오늘처럼 살고,
젊을 때 부지런히 살고,
하고픈 거 주저 없이 하여
후회 없이 살아라.”


하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본질은
어느덧 뚜렷해졌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주저했던 시간이 참 길었다.


이제는 돛단배가 두둥실 흘러가듯
내 마음과 몸이 향하는 대로
조심스레 적어 내려가 보려 한다.


本質

이곳이 나에게는,
귀하고 귀할수록 야속하게도
쏜살 같이 스쳐가는 마음들을
오래도록 붙잡아둘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은은히 스며들어
지치고 힘든 날,
불현듯 떠오르는 위로가 되기를.


이 글은 그 본질을 향해
작게, 조용히 발을 내딛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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