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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요리부부 16화

흰 눈

<폭싹 속았수다> 봄맞이 백일장

저 때의 나는 알았을까? 앞으로 다가 올 인생이 구만리라는 걸.



어린 시절 잇몸에 쌓인 하얀 눈.

뽀얀 이 되어 자라나도 모든 걸 꼭꼭 씹어 준 당신.


이제는 당신만큼 머리에 흰 눈이 내려

소화시키기 힘든 생각들을 꼭꼭 씹어 삼킵니다.


당신이 기억 못 하는 추억이 있다면 내가 대신 꼭꼭 씹어 기억하겠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스웩이 넘쳤다. 왼손의 손꾸락 포즈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어느덧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


어린 시절엔 뭐든 잘 씹어삼키라고 뽀얀이가 입 안에 돋아났는데


어른이 되고 나이 들 수록 힘들고 거친 생각만 머릿 속에 빼곡하다.


흰 머리가 나는 건 낯설고 소화시키기 힘든 생각들을


잘 씹어 삼키라고,


혹은 그런 생각을 소화시킨 증거일거다.


멀뚱 바라본 티비 옆의 사진들.

이제는 내가 사진 속의 어머니보다 나이가 더 많네.


나보다 어린 새댁은 무슨 힘으로

어린 딸을 길렀을까?


그러다 나처럼 흰 머리 많아졌나?


색동저고리 입은 어리고 젊은 새댁

그 옆엔 똑 닮은 딸하나


아이 입 안에서 자란 하얀 이는

이제 흰 머리카락으로 자라난다.


기억으로 남지 않는 추억이 있다면

내가 대신 꼭꼭 씹어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나도 엄마처럼 색동저고리 입고 결혼하고 싶었는데


신랑의 만류로 그냥 전통혼례를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


엄마, 결혼이 힘든 게 아니라

결혼 후가 힘들다고... 왜 말해주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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