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긴 오징어 2마리가 있었다.
내장을 다 덜어내고 눈과 입을 잃은 불쌍한 오징어가 납작하게 누워있었다. 꽁꽁 언 냉동실에서 거죽만 남아 축 늘어져있다.
못 생긴 오징어는 쓰고 있던 모자를 내어주고, 몸통도 내어주고 다리 10개도 모두 내주었다. 불쌍했던 몰골은 프라이팬 위에서 열을 받으면 먹음직하게 오동통해진다. 나는 비린내가 싫어서 후추, 간마늘, 산초가루를 듬뿍듬뿍 넣는다.
게다가 고추장의 텁텁한 맛은 더 싫어서 간장과 굵은 고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무엇을 위하여 이 오징어 가죽을 씹어야하는가? 먹는다고 배가 부르지 않고, 마음만 더 헛헛해진다.
오늘은 왠지 더 마음이 쓰인다. 삼각 모자를 쓴 오징어가 다리를 쫙 펼치며 말을 걸어 올 것 같다.
"내 고향은 따뜻한 바다. 난 거기서 춤도 추고 물총도 쏘고, 다리 열개를 꽃처럼 펼쳤다 오므리며 자유를 만끽했지. 너도 놀러오지 않을래?"
차가운 손질오징어가 진공포장으로 납작하게 눌리기 전 다하지 못 했던 말들을 나에게 늘어놓는다. 눈을 잃어 앞을 못 보는 심봉사 같은 오징어의 마음이 텔레파시처럼 들린다.
너에게 파를 넣고, 매운 청양고추를 넣는다. 괜시리 미안해져서 빨간 것들을 더 넣어 맵게맵게 만든다. 다시 보내주지 못 할 파란 바다가 맘에 걸린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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