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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요리부부 30화

닭갈비전쟁

닭도, 남편도 아닌, 나와의 전쟁

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닭갈비전쟁의 서막. 이것은 남편과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나와의 전쟁이기도 했다. 오른쪽은 문제가 된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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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를 차고 있던 남편의 왼다리는 퇴화해버렸다. 한동안 쓰지 않아서 그런지 근육량도 많이 줄어들었고 걷고 있을 때도 많이 쩔뚝거렸다. 내가 왼쪽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목발 없이 계속 절뚝거리며 걸어야한다.


뒤에서 보기 정말 안쓰러웠다. 오른다리에 비해 굉장히 얇아진 왼다리는 힘없이 후들거렸다. 근육으로 가득차 땅땅해보이는 오른다리와는 달리 왼다리는 걸을 때마다 살이 떨렸다.


본인은 싫다고 하더라도 내가 잡아주고 싶었다. 왼쪽에서 부축을 해주면 그나마 나으니까. 이렇게 하고 재활운동처럼 산책을 다니다가 요즘은 날이 더워져서 그것도 못 한다.


바깥에 좀 나갈만하니까 폭염이 찾아왔다. 산책을 몇 번 하지도 못했는데 더위는 금세 다가왔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씩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실내몰에서 걷기 연습을 하기로했다.


이날은 간만에 둘이서 산책겸 실내몰로 콧바람을 쐬러갔다. 한강변에 새로 생긴 드넓은 쇼핑몰. 남편과 나는 시원한 곳에서 구경도 하고, 천천히 걸으며 운동도 하기로했다.


쇼핑몰 안에 유치된 닭갈비 맛집. 밖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아주 자극적이었다.


그런데 음식이 문제였다. 쇼핑몰 5층은 맛집을 유치해서 만든 스트리트 푸드 형식의 식당층이었다. 아직 오픈 안 된 매장도 많았고, 새로운 쇼핑몰이라 그런지 색다른 맛집도 많았다.


뭘 먹을까 둘러보다가 심상치 않은 냄새에 우리 둘다 걸음이 멈춰버렸다. 카레 + 매콤 + 조미료 풍미가 잔뜩 풍겨오는 마성의 닭갈비 맛집. 순간 눈빛을 교환한 남편과 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직접 이 냄새를 맡지 않았다면 절대 느낄 수 없다. 코끝으로 전해오는 쾌락의 끝. 냄새만으로 오감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마성의 향기.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닭갈비란 닭갈비는 많이 먹어봤어도 이런 미친 냄새는 처음이었다.


'먹을까? 말까?' 여태까지 걸어왔던 페스코 식단을 걸고 쓰나미 같은 고민이 시작됐다. '이걸 먹어야하나?' 언젠가부터 나의 고민은 '먹을까? 말까?' 에서 '이걸 꼭 먹어야하나?'로 바뀌어 있었다.


닭강정 가게를 오래 운영한 남편은 닭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히 닭고기는 별로라며 그냥 지나칠거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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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디톡스 중. 해산물+우리콩 많이 먹어요. 페스코 채식, 건강한 채식을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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