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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없이 만드는 반찬 12가지

이번 여름은 화.탕.지.옥.

시원하게 묵은지 넣고 말아먹은 묵사발


불교에는 여러 지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화탕지옥(火湯地獄)'이다. 엄청난 크기의 무쇠솥에 물을 끓이고 있는 지옥. 똥물, 황산 등이 포함된 용암 속에 잠겨 펄펄 끓여지는 형벌.


화.탕.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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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살아서 겪는 화탕지옥이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열받은 지구가 사람들에게 가하는 형벌인가? 심지어 올여름이 제일 시원할 거라던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지? 밥을 해먹을래도 가스불을 켤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냉국을 만들어서 불 안 쓰는 반찬들에 의지해 한 끼를 해결한다.


이걸 몇 번이나 해먹었는지..
묵사발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도토리 같이 생긴 남편은 도토리묵을 좋아한다. 시원한 묵사발 한 그릇이면 그를 바보로 만들 수 있다. 춘식이 넥쿨러를 머리에 끼고 좋하는 모습이란...쯧쯧.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고, 한밤중 새벽 1~2시에도 기온은 30도를 넘나든다. 날씨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에어컨을 켜고 있어도 더운데.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 더위에 취약한 어르신들은 더 덥지 않을까? 시댁, 친정의 집안 어르신들이 걱정된다.


구독자 분들도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시원하게 이번 여름 나시길 바래요!
춘식이 밥그릇 좀 봐주세요. 긔엽죠?ㅋㅋ


내가 너무 더워하니까 남편이 밥상을 차려줬다. 우리집에서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오이지냉국. 삼치찜, 김장아찌, 무생채. 이번 여름은 불 안 쓰고 만드는 반찬들이 최고였다.


날이 더워 에어프라이어로 삼치를 먼저 굽는 삼치찜을 만들어봤다. 살이 쫀득해서 더 맛있다. 그후에도 가스불은 켜야한다는 게 함정. 친정어머니께서 이런 거 해먹지 말라고 전화하셨다.


냉동실에 남아도는 삼치가 없다면 도전하지 마세요. 날이 시원해지면 그때 하세요.
요건 정말 별미입니다. 초간단!


시댁에서 보내주신 명이나물 장아찌와 내가 만든 무생채. 오이지냉국, 양파절임. 그리고 남편의 비건 짜장밥.


남편이 만들어 준 비건짜장밥. 양배추와 양파, 콩고기를 넣어서 만들어 줬는데 너무 맛있었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난 중식은 양파라고 생각하는데 양배추를 함께 넣어도 정말 맛있다.bb 중식은 언제나 남편의 승리다.



이열치열이라고 남편이 냉장고털이를 하겠다며 짬뽕라면을 끓여줬다. 냉장고에 돌아다니던 삶은 오징어와 버섯, 각종 채소를 넣어 라면과 끓였다. 라면스프를 안 쓰고 남편이 직접 국물을 냈다. 헐....다시마와 가쯔오부시 국물을 내서 얼큰하게 끓였는데 난 아직까지도 비법을 모른다.


부부사이에도 알려주지 않는 비밀레시피. 우리는 식탁 위에서 요리로 전쟁 중이니까. 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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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도 엄청 탱글탱글하니 찬물에 한번 헹군거 같았는데. 내가 워낙 라면을 먹지 않아서 라면은 남편의 담당이 됐다. 처음엔 많이 사뒀었는데 이젠 먹고 싶을 때만 조금씩 사먹게 됐다. 내가 하도 안 끓여주니 남편은 자기가 먹고 싶을 때 서로의 입맛에 맞춰서 잘 끓여 준다. 남편은 라면도사다.


식물성 라구소스, 식물성 파마산향 치즈 파우더를 뿌린 플랜트 라구 파스타. 플랜트 숯불갈비(식물성 숯불갈비), 망고샐러드, 연어샐러드, 콩고기 미트볼 김치볶음밥.


그래도 더울 땐 외식이 최고다. 언젠부턴가 우리 부부의 맛집이 된 이케아 레스토랑. 사는 건 없지만 구경하는 겸 실내 몰에서 돌아다니고, 밥도 먹고 온다. 플랜트 채식메뉴가 있어서 페스코 식단이나 1일 1비건식 하기에 좋다.


그런데 어떻게 식물성 파마산향 치즈 파우더가 있을 수 있지? 플랜트 라구 파스타는 신기한 메뉴다. 플랜트 숯불갈비도 그렇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연어샐러드다. 페스코 식단을 하면서 연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럭셔리 외식메뉴가 됐다. 그래도 소고기보단 싸다.


더위에 폐사하는 가축이 지난해보다 5배 늘었다. 계란 값도 한 판에 만원. 한판씩 사던거 이제는 15알을 사서 아끼다 아끼다 남편을 준다. 바닷물도 뜨거워져서 양식장 물고기도 폐사하고, 채소값,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박이 한 통에 2만 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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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도 많은데. 이러다 페스코 채식까지 못 하게 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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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 다시마, 해조류는 잘 있니? 매생이, 감태는? 김은 잘 지내고 있니? 김이 안나오면 난 김장아찌를 못 해먹는 단다. 김아. 죽지마. 바닷 속도 화탕지옥, 육지도 화탕지옥, 사람 사는 곳도 화탕지옥. 정말 지옥이 따로 없는 여름이다.


해파리도 독성 있는 거 말고, 먹을 수 있는 거나 올라오지. 그럼 뜰채들고 뛰어갈텐데. 그것도 페스코 채식인데...


다들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

요리부부에 발행하려고 했더니 전자책 연재가 최대 30화까지군요. 난 6개월 동안 조리사 자격증 안 따고 뭐한거지? 벌써...30주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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