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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싱가포르에 살고 있나?

3박5일 싱가포르 고물가 체험기

여기 싱가포르 맞아?


3박5일로 떠난 신혼여행. 극악스럽기로 소문난 싱가포르 물가를 예상하고 갔으나...어라? 한국과 별 차이 없는 가격에 남편이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고급 쇼핑몰 마리나베이에서 만난 한국배는 3개에 7000원, 싱가포르 달러로 7달러이니 분명 얼추 계산해도 7000원이 맞았습니다.



한국배, 싱가포르에서 먹고 갈까?


갑자기 낯선땅에서 낯설지 않은 고물가라니. 우리나라 물가가 언제 이렇게 올랐나?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며칠전 집 앞 과일가게에서 본 신고배는 분명 4개, 11000원이었거든요.


너무 비싸서 손도 못대고 구경만 하다 왔는데 그건 분명 한국에서의 일이었습니다. 마음이 착잡해져서 남편에게 괜히 한소리 건네봅니다. 한국 가서 못 먹을 한국배, 싱가포르에서 먹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국배 3개 (7.00 싱가포르 달러)
집근처 과일가게의 신고배, 4개 11000원.


다시 눈을 부비고 가격을 확인해 봅니다. 분명히 7.00달러. 한국배 3개는 싱가포르에서 그렇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허나 포장지의 작은 글씨들을 꼼꼼히 뜯어보니 'Product of China'란 글씨를 확인할 수 있었죠. "그럼 그렇지!" 이름만 교묘히 속인 중국산 배였지만 워낙에 고물가로 소문난 싱가포르보다 우리나라 물가가 더 비싼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유명 관광지로 소문난 마리나베이 쇼핑몰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비쌀텐데. 다른 지역의 평범한 마트를 가보면 우리나라 물가와 비슷하거나 싼 곳이 있진 않을까? 특히 우리나라는 나주배, 신고배 등등 배가 유명해서 수입하는 국가도 아닌데. 언젠간 싱가포르처럼 중국산 배가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식탁까지 밀고 들어올 것 같아 걱정입니다.



#싱가포르보다 고물가인 나라?

농작물의 작황이라던가 재배농가의 감소 등 여러가지 환경요인이 있을테지만 그래도 고물가인 싱가포르보다 우라나라 물가가 높았다는 게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의 고급 식료품점 가격과 우리나라 동네에 있는 과일가게의 배 가격이 역전됐단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 했죠. 동남아 어딘가에서 수입하는 게 뻔한 바나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싱가포르도 수입을 하고, 우리나라도 수입을 할텐데? 왜 우리나라가 더 비싼걸까?


바나나 한송이 3.68 싱가포르 달러.

저는 요즘 우리나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3000원 대의 바나나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4000~4500원 대의 바나나가 많았죠. 거뭇거뭇해진 세일 바나나가 3000원 대인 건 봤어도 싱싱하고 크고 풍성한 바나나는 대부분 한 송이 가격이 4000원을 넘어가더라고요.


바나나는 물론이고, 사과, 샤인머스켓 등 어쩔 땐 한국과 비슷한 가격대도 있었고, 가끔씩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보다 저렴한 과일들도 있었습니다. 열대과일은 싱가포르가 아열대지역이라 쳐도 많은 식료품을 수입하는 고물가 나라인데 생각보다 훨씬 더 싸게 팔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럼 반대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비싸게 팔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지금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걸까요?


싱가포르 엔비사과 3개, 7000원.
우리나라 과일가게 사과 4개 만 원.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약간씩 비싼 과일 가격. 싱가포르의 고물가를 따라잡는 우리나라의 고물가 수준. 문제는 먹는 것,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고, 그 가격 폭이 꽤나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나나 한 송이에 1500원이었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는데. 어렴풋한 기억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가격이 꽤나 가파르게 오르고 있단 사실이겠죠?


사실 사과도 너무 비싸서 못 사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의 사과 가격(세일가)은 우리나라보다 쌉니다. 엔비사과가 3개 7000원. 우리나라는 그냥 사과가 4개 만 원.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박스 단위 과일도 어쩔 땐 양이 너무 많아 큰 부담이 됩니다. 조금씩 사먹으려면 큰 맘 먹고 만 원 한 장 써야하죠.


싱가포르 샤인머스켓 800g, 9950원(좌). 열대과일 모음 300~500g, 3000~5000원(우).


#과일가게 아저씨의 한숨

"요즘엔 싼 게 샤인머스켓 뿐이 없어요." 과일가게 안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던 저에게 갑자기 주인 아저씨께서 돌직구를 날리십니다. 싱가포르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서 과일 사는 게 더 망설여졌는데 거기에 솔직한 한 방을 날려주시다니.


샤인머스켓도 워낙에 비싼 과일이지만 그것보다 싼 과일이 없다니! 싱가포르를 따라잡은 우리나라의 고물가는 멈출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과일가격은 말이죠.


"휴우..." 과일가게 사장님의 한숨에 제 한숨이 더해집니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높은 가격이 고통스러운 건 마찬가지.


저는 오늘도 세일과일 앞에서 기웃기웃 거립니다. 어제보다 싼 건 없으려나?약간은 물러진 샤인머스켓 한박스를 사들고 가게를 나섭니다.



※ 다음주에는 '싱가포르 외식물가' 편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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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SBS 8시 뉴스]

5:15 사과값 1년 전보다 72.4%↑…농산물 물가 29개월만 최대 상승



[2023.11.02 KBS 9시 뉴스]

0:20 먹거리 가격 급등에 10월 물가 3.8%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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