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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싱가포르?

집밥 먹는 횟수가 더 늘어가는 이유

정신 똑띡히 차리자.


싱가포르 여행을 시작하면서 남편이 한 말입니다. (똑띡히는 오타가 아니라 남편이 재미로 쓰는 말입니다.ㅋ)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싱가포르에서 정신 없이 돈을 쓰다보면 거지가 되어 한국에 간다나? 그래도 신혼여행인데 이왕 잘 먹기로한 거 꼭 이래야겠나? 싶었죠.


그래도 빙수는 한국보다 싸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유명 디저트전문점에 들러 시원한 빙수로 열기를 식히고 갈 작정이었죠. 그런데 메뉴판에 나온 빙수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게 아니겠어요?


망고빙수 7.00달러 / 대부분의 빙수는 7~8달러 (7000~8000원) 정도
우리가 시킨 첸돌빙수는 8.00달러 (한국돈 8000원)


#빙수값은 누가 올렸나?

맛과 재료, 양에 있어서 실망스러우면 어떻하나? 빙수를 시키는 내내 걱정했죠. 그런데 우리가 시킨 첸돌빙수는 꽤나 성공적이었습니다. 맛에 있어서도 과한 단맛도 없고, 깔끔한 맛이 입에 잘 맞았지요. 양도 둘이서 딱 먹기 좋은 양이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팥만 전문점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빙수집에 들어갔다가 만 원 넘는 가격에 왠 종지(?) 같은 그릇에 나와 실망한 적이 있지요. 뭐 국내산 팥에다 좋은 재료, 맛과 퀄리티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하다 싶었죠. 그 이후엔 빙수를 잘 안 먹게 됐습니다.


덩달아 SNS에선 어떤 호텔 무슨 빙수, 무슨 빙수 하며 고급진 빙수들이 화제가 되더니 다른 빙수들도 덩달아 가격이 오르더라고요. (물론 영양사 뇌피셜입니다.)



#언제 빙수값이 이렇게 올랐지?

고급진 빙수는 사진도 찍기 좋아 SNS를 타고 번져나갔고, 고급 평준화되면서 만원이 넘는 비싼 빙수를 만들어낸게 아닐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빙수의 가격은 12000~13000원 선. 뭐 여럿이 모여 한 숟가락씩 나눠 먹다보면 부담은 덜 할테지만 분명 쉽게 시킬 수 있는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빙수 뿐만이 아니라 무더운 날씨 탓인지 길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시원한 음료, 차 종류는 한국보다 싱가포르가 저렴했어요. 2000~3000원 정도. 물론 고급지고 비싼 곳도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음료의 가격은 우리나라 메가커피보다 비슷하거나 저렴한 정도였습니다.


적도의 작열하는 태양과 덥고 습한 항구날씨에 시원한 음료라도 마음껏 마시며 돌아다녀야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보면 아무리 비싼 싱가포르라도 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냉면으로 단련된 고물가 충격

새우국수 사이즈 별로 7.00~12.80 싱가포르 달러 (약 7000~12800원)
새우국수 12.80달러, 옆에서 주문할 수 있는 음료는 꽤 싼 편.


만원이 넘는 국수 가격에 예전이라면 혀를 끌끌 차면서 홀랑 나와버렸을텐데. 문제는 이곳이 싱가포르고, 관광객이라면 꼭 가봐야하는 새우국수 맛집이라는 거였지요.


남편과 저는 둘 다 라지(12800원)를 시켰습니다. 국수가 만원이 넘는다고 하면 왠지 찝찝한 마음이 들었을텐데 튼실한 새우와 맛있는 국물이 제 마음을 녹여주었지요.


이제는 한국에서도 냉면의 가격은 만 원이 넘어갑니다. 외식물가의 지표 노릇을 하면서 뉴스에 꼭 나오던데 그 가격이 어느새 올라 12000~13000원을 넘어 15000~16000원 하는 시대가 왔죠.


저희 남편은 평양냉면을 너무 좋아해서 해마다 여름이면 만 원 넘는 고급진 평양냉면을 꼭 한 그릇씩 먹었는데 올해는 먹자는 소리를 안 하더군요.


저는 국수란 본디 서민음식 아닌가? 그런 음식이 만원이 넘을 이유가 있나? 생각이들어 그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싱가포르의 고물가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더군요. 유명 맛집의 새우국수 가격이 생소하지 않은 이유는 왜 일까?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 단련된 냉면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냉면아, 고맙고 미안하다. 올해부터는 면과 육수를 사다가 집에서 직접 삶아 먹는 구나. 가격이 내려가면 다시 연락주련? 우리 남편이 널 못 잊어 그리워한다.



#GST 8%, Service charge 10%의 함정

사실 위에 소개한 음식들은 현금으로 결제한 음식들입니다. 싱가포르에서 외식비용은 카드 계산을 하면 GST(부가가치세) 음식값의 8%가 붙고 10%의 서비스 비용도 붙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외식할 때는 음식값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메뉴판에 써있는 음식값이 다가 아니라 8%의 부가가치세와 10%의 서비스 비용을 더해서 생각해야하지요. 그렇게 하면 대부분의 외식비는 역시 한국보단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따라잡고 있는 추세? 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와 물가 비교를 위해 챙겨온 싱가포르 영수증들. (중요 개인정보는 모자이크로 가렸습니다.)
우리는 뭘 또 이렇게 많이 먹었나?


정말 우리나라는 팁문화나 서비스비용을 따로 계산하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라고 여겨지지만 반대로 그런 것들이 없음에도 외식물가가 싱가포르를 향해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원재료 값도 오르고 높은 임대료에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다는 사장님들 말 들을 때는 저도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사장님도 울고, 나도 운다.

사태거리에서 마신 타이거생맥주는 500ml 4잔에 25000원 정도. (한 잔에 6250원, 현금결제)


저도 외식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요즘은 거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남편 휴일에도 집밥을 차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얼마전 남편과 제가 자주가는 생맥주 집에서 사장님이 생맥주 500cc 가격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자주가는 단골인지라 미안해하시면서 말씀하시는데 저희도 울고, 사장님도 울뻔했습니다. 술값은 또 왜 이렇게 오른걸까요? 싱가포르는 술에 관대하지 않은 문화라 술값이 굉장히 비싼데. 이러다 술값에도 고물가 내성 생길까봐 걱정이 됩니다.

홈술에 집에서 만든 술안주로 남편과 한 잔 할 때면 저도 마음이 씁쓸해져옵니다. 경제도 힘든데 시름과 애환 달래주는 술값 만큼은 더이상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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