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지 않는 여름
10월의 참외는 참 낯설고도 반갑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추석 이후의 노란 참외는 상상도 못했는데. 올해는 달콤한 향이 여름 못지 않은 샛노란 참외가 가을 중턱에 와있다. 가을이 다가오면 여름의 색채와 향기가 물러가면서 차분하고 서늘한 가을이 냉장고 안에 꽉 들어차야하는데 시기가 너무 늦어버렸다.
잔뜩 여물은 황금들판의 쌀알처럼 어딘가 무거워보이는 은행잎보다 참외의 샛노람은 더 활기는 띈다. 그만큼 아직 더운 여름이 아직 냉장고에 들어차있다.
몇 달 전 연예인 누군가가 참외샐러드를 맛있게 만들어먹었단 소리를 들었다. 가지런한 참외 위에 보석 같은 빨간 석류가 올려져 있는 사진. 순간 코끝에 시원한 참외향이 돌면서 입안엔 단맛이 싹 고였다.
단맛이 진한 참외는 내 입맛엔 3~4개 정도가 적당하다. 그 이상 먹으면 너무 달아서 싫다. 샐러드라지만 역시 참외 반 개를 한번에 먹기엔 입맛이 너무 달아진다.
대신 참외와 향이 비슷한 오이를 섞어보면 어떨까?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둘의 조합은 어떨까? 이미 머릿 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깨끗이 씻은 노오란 참외를 껍질째 얇게 썬 다음 역시나 얇게 슬라이스한 오이를 버무린 조합이 눈앞에 아련하다.
노랑과 연두빛 초록의 만남. 가을에도 물러나지 못 한 짙은 열기를 식혀줄 대나무 숲처럼 싱그럽다. 그런 다음 이 밋밋해진 단맛에 적당히 간을 하면 디저트가 아닌 밥반찬으로 탄생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외할머니의 노각무침. 그 맛이 불현 듯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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