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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May 17. 2024

뉴진스님이 내 남편을 울렸다.

뉴진스님의 가르침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 힘든 거야?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 힘든 거야? (18분 35초)

뉴진스님이 내 남편을 울렸따.


남편의 휴일. 우리는 함께 유투브를 보고 있었다. 마침 대세로 떠오른 '뉴진스님', 개그맨 윤성호씨가 인터뷰 중이었다. 법복을 입고 디제잉 하던 모습을 여러 차례 봐왔던 터라 결코 낯설지 않은 모습.


코로나를 거쳐 어려운 시간에도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준비된 자로서 기반을 닦아왔고 오늘의 '뉴진스님'으로 부캐를 잡을 수 있었다는 매우 건전한 내용. 조계종에서 정식법명 '뉴진스님'을 부여받고 부처님오신날에 행사섭외 0순위.


대만, 홍콩, 마카오 등 동남아에 K-불교를 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는 내용이었는데...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울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포인트에서? 뉴진스님! 왜 내 남편 울립니까?

뉴진스님과 굉장히 다른 AI스님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 힘든거야?


딱 그 순간이었다. 남편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던 순간이. 동영상 18분 35초를 기해서 윤성호씨가 오열하기 시작했고 보고 있던 남편의 눈에도 눈물이 쥬륵쥬륵 흐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 힘든거야?"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던 긴 터널 같은 시간을 그렇게 되뇌이며 자신을 다독거렸다는 울먹거림에 남편은 함께 울고 있었다. 코로나 때도 힘들었었는데 지난해에는 야심차게 시작한 유투브 채널마저 해킹당하며 말 그대로 '멘붕' 상태가 왔다는 것.


남편은 그 내용을 들으며 휴지로 두 눈을 틀어막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남편의 우는 모습을 본 건.


휴지로 눈물 닦다가 자체 모자이크처리 / 콧물이 아니라 눈물입니다.



안구건조증 때문이야.


휴지를 몇 장 더 집어주며 괜찮냐는 말에 남편은 '안구건조증'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남편은 눈의 뻑뻑함이 극에 달하면 눈물을 왈칵 쏟곤 하는데 그런 눈물이 아닌 줄은 잘 알고 있었다. 


둑이 터지듯 남편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순간, 그의 맘 속에 묵혀왔던 찌꺼기들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 힘든건가?' 이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현재의 힘듦과 그것의 깊이, 더이상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고난의 무게까지. 버텨도 버텨도 더이상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


지난해부터 어려워진 가게 사정. 이것은 우리 뿐만이 아니라 옆집, 앞집, 모든 이웃집들이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자그마한 가게를 하나 운영 중인 데 그게 벌써 7~8년 째가 된다. 코로나 때도 씩씩하게 견뎌왔던 남편이었는데 코로나가 끝난 후에는 사정이 더 안 좋아졌다.



난 꽃가루 알러지때문에


나에겐 최대한 티를 낸다고 했지만 그게 참다참다 결국, 뉴진스님 앞에서 터지고야 말았다.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 힘든건가?" 바꿔 말하면 '미래에 대한 심리적 기대치를 현재의 위안으로 당겨 정도로 지금 너무 절망적이다.' 라는 얘기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남편은 혼자서 이런 느낌들을 짊어왔던 것일까?' 순간 마음에도 무거운 쩌릿함이 와닿았다. 순식간에 나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남편을 안아 주었다. "난 꽃가루 알러지때문에..."


그때 느꼈다. 이 남자가 모든 것을 버텨주고 있었구나. 내 마음 속 에베레스트 위로 높은 해일이 덮쳤다. 무거움, 멘붕, 마음의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죄책감, 미안함. 남편의 눈물이 나를 그렇게 덮쳤다.




모두가 어두운 새벽


지금이 그런 것 같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 동트기 직전이 제일 어렵다고 했던가? 그런데 뉴진스님은 이 모자란 중생에게 가르침을 주셨다.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 힘든건가?" 고난의 시간을 지혜로 엮어 보낸다면 "내가 이렇게 잘 되려고 그렇게 힘들었나보네."란 말을 남길 수 있다는 걸.


그냥 지금은 어두운 새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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