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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Jun 29. 2023

할 말 있으면 춤으로 해

영화 <스윙 키즈>

열여섯 번째 영화: <스윙 키즈>
감독: 강형철
선정자: T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S: 영화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P : 저도 재미는 있었어요! 그치만 감독이 어떤 걸 말하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T : 저도 진짜 재밌게 봤어요. 평이 좋길래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라 추천했던 건데.

S : 약간 노브레싱 같은 모먼트가 있긴 했는데(웃음)

P : 미군과의 춤배틀 장면에서 그런 기분을 잠깐 느낀 것 같아요

T : 불만 있으면 춤으로 해


줄거리

6.25 전쟁 중. 거제 포로 수용소. 새로 부임한 미군 소장은 수용소 이미지를 위해 댄스팀 창단을 제안한다. 그렇게 모인 다섯 명. 언어도 이념도 다르지만 춤을 출 때만큼은 한 팀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게 쉽지만은 않은데.


S : 도경수씨 연기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팬 될 것 같아. 춤도 진짜 잘 추시고.

P : 생각보다 연기를 잘하시더라고요.

T : 저는 그 결말 부분 연기 너무 좋았어요. 결말이 이럴 줄 몰랐어요. 진짜 충격이었고.

S : 저도요. 영화가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한 편이었잖아요.

P : 한국영화가 보통 해피엔딩이기도 하고요.

T : 근데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너무,

S : 좀 뻔했을 것 같긴 해요

T : 맞아요. 그래서 이 엔딩이 좋은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충격이었어요

S : 거기서 로기수 형님이 나올지도 몰랐어요.

T : 저는 처음에 형님 나왔을 때 냉혈한일 줄 알았는데 엄청 동생바보더라고요.

(동감)

S : 인민의 영웅이라 그래서 동생이 미제 춤추는 거 보고 엄청 뭐라고 할 줄 알았거든요.

T : 디지게 팰 줄 알았어요

S : 그 덩치로 디오 패면 진짜 죽을텐데.......

T : 덩치차이 너무 심해(웃음)

S : 디오 너무 자그마해 보여서. 실제로도 작긴 하겠지만 너무 귀여웠어요

T : 디오가 좀 작기도 하고 그 형 역할 분이 평균보다 좀 더 크기도 한 거 같아요. 키가 몇이시지 갑자기 궁금하네

(187cm랍니다)

디오 씨 너무 귀엽습니다(서기 사심)

S : 이거 원작이 뮤지컬인가봐요. 원작 제목은 로기수네요

T : 뮤지컬로 보면 재밌을 거 같아요

P : 장면이 상상되는 기분이에요.

S : 영화 자체도 굉장히 뮤지컬적인 요소가 있었잖아요. 저 이런 거 너무너무 좋아해서 (라라랜드는 안봤지만) 카네기홀의 관객이 되어서 완전 기립박수 쳤네요. 근데 별로라는 분도 계셔서 이야기 들어보고 싶었는데 오늘 못 오신대서 아쉽네요.

T : 저는 양판래 캐릭터도 너무 좋았어요

S : 저도저도 너무 좋았어요! 똑 부러지고 무려 4개국어 능통

P : 특히 잭슨하고 대화하는 장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백인 속의 흑인보다 전쟁 속에서 여자로 살아남기가 더 힘들다는 말을 하잖아요. 그 대사가 너무 좋았네요.

-K 등장-

T : K님은 영화 어떠셨어요?

K : 결말이 너무했어요

T : 결말이 이런 영화만 자꾸 추천하는 거 같고(머쓱)

K : 크리스마스 앞두고 결말이 너무 예상이 가서 잠시 쉬느라 늦었어요ㅠㅠ그렇게 쏴버리길래 제 멘탈도 날아갔어요

S : 근데 주인공이 어떻게 됐는지는 안 나온 것 같아요.

K : 마지막에 반짝이는 신발 그리고 다리를 쏘는 장면을 보여준 게 모든 게 끝났구나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형도 죽었고 춤마저 없으니 이제 살 의미가 없지요. 살아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념도 버린 거나 마찬가지고. 그냥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았어요. 이념이 달라도 댄스로 하나 되는 사람들. 그치만 전쟁이 이렇게 무섭단다      

S : 전쟁의 참상을 한 장면으로 압축한 것 같았어요

T : 다섯 명이 춤 하나로 묶이는 게 좋았어요. 오정세가 자기는 이제 아내 안 찾을 거니까 춤도 출 이유 없다고 해놓고 발소리 듣자마자 같이 춤추는 장면도 너무 좋았고요.

S : 디오 그 리듬에 중독돼서 모든 게 다 탭댄스 소리로 들리는 거 너무 웃겼어요

K : 디오가 마지막에 혼자 독무를 추잖아요. 저는 그 몸짓이 빨리 쏘라는 거 같아서 엄청 가슴 졸이면서 봤거든요. 근데 형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어요. 저 그 형이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지능은 어린아이 수준인데 살인병기처럼 세뇌한 건지, 아니면 다 연기였던 건지 잘 파악이 안 되더라고요.

T : 지능이 어린아이 수준이래요

S : 너무 착해서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동생이 최우선이고

K : 속상하네요. 그 형제 행복하길 바랐는데

T : 세뇌당해서 제일 많은 사람을 죽일 만큼 살인병기로 살았는데 마지막엔 동생을 위해서 행동하는 게 너무 슬펐어요....

K : 전쟁이 사람을 무섭게 변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중간중간 평범한 모습들을 보여주잖아요. 가족을 그리워하고 평범하게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군인이 되기 전에도 자기 직업이 있고 삶이 있는 사람들인데.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마음 아팠어요.

S : 그런 걸 세심하게 보여주면서도 너무 무겁진 않아서 좋았어요.

T : 그 장면도 좋았어요. 별안간 댄스배틀 신청하던 그 군인한테 디오가 자기 손 찌르면서 죽은 척하라고 할 때.

K :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서로 다치게 하기 싫어도 그런 상황들이 계속 오는 거 같아요. 그러기 싫은 사람들까지도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니까요. 배신한 친구가 나는 그냥 할머니랑 같이 살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을 때도 슬펐어요.

S : ‘이데올로기만 아니었어도’ 하는 대사도 나오고요.

K : 이념이 밥 먹여주는 게 아닌데. 사람이 죽는 걸 본 입장에서는 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냥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 이해되어서 너무 마음 아팠어요.

T : 그래서 잭슨이 누구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로 한 대사도 좋았어요.

K : 직업 얘기하면 일찍 죽는다 그러지 않아? 하다가 바로 총 맞고 다 몰살 당하는 장면도 충격이었구요. 진짜 전쟁에서는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니 놀랄 일도 아닐테지만.....감독은 그냥 이게 현실이다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소학교 선생, 냉면집 주인, 노래배우, 문학청년.....

S : 감독이 은근히 냉정한 면이 있었네요

K : 마지막에 잭슨이 한명씩 소개하잖아요. 그 사람의 꿈과 삶에 대해서요. 전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살았을 사람들을 한명 한 명 조명하는데 그렇게 보여주고 나서 모두 죽는 장면을 넣음으로서 전쟁이 이 사람들의 꿈을 앗아갔다, 그 당시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 죽었다 그리고 잊혀졌다는 걸 시각적으로 한눈에 보여준 것 같아요.

S : K의 명쾌한 분석에 기립박수

K : 이념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다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잖아요. 상황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구요. 아주 잠시지만 춤으로 하나될 수 있어서 다행인 시간이었어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지만 춤출 때만큼은 모두 행복해보여서 너무 좋았어요.

T : 공연 이름도 딱 영화를 함축해놓은 거 같았어요. 빌어먹을 이념따위.

K : 특히 우리나라 전쟁영화가 그래요. 결말은 파국. 하지만 실제 전쟁이 파국이었고 전쟁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도 못한 채 분단국가가 되었으니 그럴만도 해요.

S : 희망적인 결말이 나올 환경이 아니죠.

K : 전쟁 직후의 이념싸움도 한참이나 남아 있었고 여전히 지역감정도 있을 만큼 골이 깊으니까요. 그래도 저도 모르게 희망적인 결말을 조금이나마 기대했나봐요. 해피엔딩이었다면 T가 이 영화 추천 안했을 거 같아요. 아 재밌다 하고 끝냈을 거야(T의 지난 추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웃음 터짐)

K : 잭슨...... 왜 한국에 다시 돌아왔어요

S : 이 거지같은 땅에

K : 그런 추억 가지고 오지마.....돌아가.....나 너무 슬퍼

S : 저 어릴 때 거제 포로수용소 갔었는데 그땐 정말 아무생각 없었고 걍 집에 가고싶었거든요. 지금 가면 눈물 한 방울 정도 흘릴 것 같아요. 탭댄스 추고 올지도 몰라

(웃음)

K : 참전용사들은 정말 나중에 다시 한국 방문하고 그러더라구요. 그 사람들도 그때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기억 하겠죠? 그런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져

S :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정말 인류애가 넘치는 사람들이에요

K : 잭슨 신경 안쓰는 척 하면서도 팀 많이 챙겼는데

S: 츤데레예요 완전. 디오도 그렇고. 신발 주니까 방긋 웃는거봐. 너무 귀여워

T : 오정세가 춤 잘 추지나 말던가~! 할때 뒤돌아서 방긋 웃는것도. 인물 반전도 정말 예상 못 했어요.

S : 그 애기도 좋았어요. 디오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춤 가르쳐 달라고 안그러면 다 말할거라고. 똑똑해 짜식이

K : 저는 창고에서 미군 애들이 각목으로 두들길 줄 알았는데 그거 들고 춤 춘 장면도 좋았어요 댄스 배틀 신청. 물론 그 뒤에 때리긴 했지만

T : 각목 보고 무조건 저거 갈기는거다 했는데 리듬 맞추면서 별안간 춤을

춤으로 보여주갓어

K : 중간중간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있어서 그런지 뮤지컬영화같기도 하고 현실감 없고 좋았어요. 진짜 전쟁이 아닌 거 같다 싶기도 하고

T : 스윙키즈 멤버들 춤추는 장면 나올 때마다 너무 즐거웠어요.

K : 그치만 마지막 장면으로 현실 뒤통수 때리기. 뚜들겨맞고 정신을 잃고 행앗 들어왔다네요. 추천자 누구예요 "T님"

S : "T님" 둔둔 착!

K : 추천자 누구에요 묻는 작품의 추천자

T : 뒤통수 때리는 영화들만 추천하기

S : K님 멘탈 털렸다고 하실때마다 약간 자아성찰 하게 돼요. 자극적인걸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박살엔딩을 많이 봐서 별로 아무렇지가 않은거예요.

K : 지난번은 세상에 이렇게 보낼 수 없어 칠월아!!!!!!였다면 오늘은 아.....정도의 경미한 충격이었어요.

T : 경미한 거 맞죠?

K : 결말을 알아서 정을 주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하지만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그런 결말을 낼 분위기가 아니었잖아요. 둘이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구요. 전쟁영화는 감안하고 보는데 소울메이트는 우리한테 그러면 안되었잖아요.

S : 그러면 안되었대(웃음)

K : 소울메이트라며.....소울 몰라? 소울?

S : 이제 진정한 소울메이트가 된 거죠

K : S가 더 너무해 ㅠㅠㅠㅠ

S : 천국에서 행복해질거예요 칠월의 영혼은 언제나 안생과 함께라구요. 안생의 소설속에 살아서

K : 힐링영화를 보고 잠들어야겠어요.....그치만 스윙키즈 너무 좋았어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흥행은 크게 못한 거 같아서 아쉬웠어요

S : 맞아요 이런 영화가 잘 팔려줘야 하는데. 러브라인은 살짝 유치했지만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도 좋았어요

K : 전투 상황을 잔인하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 상황을 잘 보여주고 텝댄스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게 마음에 들었어요.

S : 수용소 안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전혀 몰랐는데 그것도 새로 알게 되어서 좋았네요

K : 춤추면서 양공주같은 여자들 나오길래 불쾌한 장면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감독이 여자들을 그렇게 쓰지 않더라구요. 오정세 부인도 음식을 받고 몸을 파는 거 같았는데 그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암시할 수만 있게 표현한 것도 폭력적이지 않다고 느꼈어요.

T : 그리고 감독님이 양판래를 모든 걸 쟁취하는 역할로 그리고 싶었대요. 그래서 배우분한테 쫄지 말고 당당하라고 요구하셨대요.

K : 제가 전쟁 영화에 대한 기대도가 낮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그냥 예상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이 장면 이렇게 쓰겠네 싶은 부분들을 피해가서 좋았어요.

S : 거리를 두어야 할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건조해서 좋았어요.

T : 저 감독님 인터뷰도 찾아봤는데 저희가 계속 언급했던 흑인, 여자 언급하는 부분이요. 그 때와 영화 개봉년도(2018)의 인권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관객들한테 생각해보게끔 하고 싶었대요.

K : 인간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영화 내내 나오는 제네바 선언도 그렇구요. 포로수용소에서는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고 다큐로 시작하잖아요. 실상은 전혀 지켜지고 있지 못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 같았어요.

S : 제네바선언 하니까 생각났는데 초반쯤에 디오가 달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네바 선언이랑 국기가 나오는데 그걸 춤을 추면서 통과해가는 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그 두가지 이념이 공존하는 공간임을 보여주기도 하고. 춤 앞에서 다 의미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K : 춤을 출 때만큼은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난 느낌이었어요. 오정세랑 중공군이랑 몸으로 대화하는 것도요.

S : 희한하게 말이 통하네?

T : 둘이 케미 너무 좋았어요

S : 개그 느낌이었지만 결국 다 같은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네요.

K : 춤이 언어나 인종, 이념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인 거 같아서 좋았어요. 진정한 자유를 찾은 거 같아서. 마지막에 빌어먹을 이념 이 부분도 잭슨은 디오가 죽을 걸 알고 있었고 말렸지만, 디오는 무대에 서기로 했고 아무도 죽이지 않기로도 결심했고요. 멤버들이 말리려는데도 손짓으로 막고 마지막 춤을 춘 장면이 그래서 긴장감 있고 좋았어요. 정말로 죽을 걸 알고 추는 춤이라서요.

S : 카네기홀 겹쳐진거 넘 사망플래그였네요

K :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냥 춤추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을텐데요. 한국전쟁때도 그런 꿈이 있는 어린 친구들이 많았을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니 씁쓸해졌어요

S : 정말 K같은 사람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것 같아요. 이런 영화를 보고 이런 느낌을 받다니

K : 저처럼 영화보고 생각만 해서는 평화로워지지 않구요. 행동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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