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객 S Jul 11. 2023

그는 나에게로 와서 소설이 되었다

영화 <비커밍 제인>

스물 한 번째 영화: <비커밍 제인>
감독: 줄리언 재롤드
선정자: S


S:오붓한 행앗이 되겠군요 영화는 어떠셨나요

N:다시 보니 귀여웠습니다

J:전 그냥 그랬어요 무던하게 볼 만했던~?

S:사실 할 얘기가 있어서 선정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너무 좋아서 골랐습니다^^

N:제인 오스틴 본인이 봤으면 웃으면서 감상했을 것 같아요

J:이거 실화 기반이죠?

S:오스틴 본인 얘기예요. 편지나 뭐 그런걸로 재구성했겠죠?

N:실화에 로맨스라는 허구를 붙인 거죠

J:본인의 삶을 2차 창작한 3차 창작이겠군요

N:사실 르프로이랑 오스틴은 별 관계가 아니었다고 해요. 로맨틱한 텐션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만나고 서로 시듦

(웃음)

S:사실 첫인상이 너무 별로였잖아요. 둘이 오만과 편견 찍고 있어서 막 소리지르면서 봤거든요. 오만과 편견 광인이라

J:아 오만과 편견이 저런 내용인가요

S:네네네

N:다아시같지 않은 르프로이.....먼가 다아시는 좀 더 공략하는 맛이 있었는데 르프로이는 처음부터 느끼한 그런 느낌? 자꾸 어필하려는 느낌?

J: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재수 없었어요ㅠ

S:그는 그냥 좋은 소재였네요

N:그래도 맥어보이의 이런 모습은 오랜만에 봐서 신선했네요

S:평소엔 어떤 걸 맡길래

N:마초 피 튀기는 스릴러에 집착함 로코에 안 나와요

S:저는 이걸로 처음 봐서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데

N:비커밍제인이 제일 독특한거예요. 이거랑 <페넬로피>인가

J:전 자꾸 프로페서X 겹쳐져서 이거 여기서도 꼰대질하네

N:이미지변신이 참 빠른 배우죠

J:그에 비해서 앤 해서웨이는 천사죠 천사. 어쩜 이렇게 명화 같지? 존재가 빛

S:근데 시대적 배경이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았어요. 21세기적 미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제 취향입니다

N:사실 르프로이도 그렇고 다 현대적인 미남미녀들이죠. 그래도 앤 해서웨이가 피아노치는 그런 장면은 좋았네요

J:제인 작가 자존심 진짜 세구나 싶었어요.

N: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후다닥 달려가고. 그리고 복식이 정말 대박이지 않나요. 그......복부에 리본을 매고 일자형으로 늘어뜨리는 드레스

J:복식 너무 좋아요 취향이야

S:완전 환장

N:아니 자꾸 작가가 제인 오스틴을 리지처럼 만들려고 하는 욕망이 그득그득 보여서(웃음)

J:근데 제가 나이가 들긴 했는지 제인이 돈 한 푼 없는 남자랑 사랑의 도피 하려는 거 보고 자꾸 말리고 싶고 결과적으로 잘 도망쳐 나온 거 같아요.

S:도망칠 때 제인이 자기가 글 써서 돈 벌 수 있다고 그러잖아요. 거기서 자신감 뿜뿜하는건 좋았는데 어쨌든 그만두길 잘했죠

N:왠지 찐 오스틴 그루피들이 봤으면 모욕적이라고 항의했을 법한

(웃음)

J:실제 오스틴은 어땠대요?

N:차라리 앤 르프로이랑 더 교류를 많이 했다고 해요. 그리고 앤이 자기 남동생이랑 사귀는 제인이 우려돼서 편지로 교류도 많이 했고 염려를 내비친 적도 많대요

J:좋은 사람들이 많았군요

N:후대 사람들이 낭만을 너무 부풀린 것 같죠. 하지만 이것도 나름 귀엽네요

S:원래 이런 건덕지 있으면 막 살 갖다 붙이잖아요

J:전 멍청한 위즐리랑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거 같은데 이모님이 호그와트 교감이라

S:어우 걔 얼굴이 너무 아니어서

N:본인도 너무 싫어했을 것 같고

J:아 진짜요? 전 재산이 탐났거든요 전 재산을 주겠다는데 뭐

N:독신으로 살면서 결혼 생각하는 조카한테도 가성비 안 맞으면 하지 말라고 우려할 정도였다는데. 그건 뭐 현대 여성도 하는 고민이니까요. 기혼자로 살면서 귀찮지만 그나마 생계걱정 없이 살기 vs 비혼여성으로 살기. 위즐리라고 결혼하면 안 변했으리란 보장은 없어요

J:땡전 한 푼 없는 남정네와 사랑의 도피하기도 있죠

S:재산 받고 마음껏 글 썼으면 지금보다 작품 더 많이 나왔을 것 같아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평생 독신으로 산 게 마음에 들었다네요.

J:전 르프로이랑 결혼하는 게 제일 불행이었을 거 같아요. 결혼하면 딱 내가 싫어하는 남편상 될 거 같거든요. 자꾸 마초 어필하려 그래. 오스틴은 왜 거기에 설레는가

N:주위에 샌님밖에 없어서......

(터짐)

J:중간에 제인이 만난 작가님이요. 그분은 실존 인물인가요?

N:이름이 뭐였지

S:레드클리프 아니었나요? 사실 저도 기억이(앤 래드클리프)

J:그 작가님 소설 읽고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데 아주 눈에서 빛이 초롱초롱하는 오스틴

S:귀여워

J:한편 그런 소설가를 여류로 취급하는 르프로이 삼촌. 1천파운드를 번다니까 뒤늦게 #어이쿠

S:하여간 여류라는 말 불태워버려야 해

N:오스틴은 패니 버니의 팬이기도 했다네요. 마찬가지로 여성작가

J:여성 작가가 귀했을까요? 아님 소설 쓰는 거 자체를 천대했던 건가요? 변호사도 찬밥 취급당하는 거 같고.

S:보통 가명으로 활동했죠

N:소설 자체를 천대하는 것도 있고 애초에 오스틴이 살던 시대는 (로맨스)소설이 '여자의 취미'였던 시대니까요.

J:오스틴이 소설 낭독 할때 르프로이 졸았잖아요. 저 때부터 아주 그냥

N:처음부터 헤어질 거라고 복선 깔아줌

S:감히 오스틴님께서 낭독을 하시는데

J:소설 추천도 무슨 그런걸

N:전 실제로는 오스틴 본인이 적극적으로 찾아봤을 거라 생각하는데

J:헐 진짜요?

N:네ㅋㅋㅋ외설도 읽었을 것 같아요

J:막 낭만 로맨스 이렇게 포장하기보단 호기심으로 읽어봤을 거 같은

N:확실한 건 아니고요. 가족이랑 주고받은 편지 보면 당대에 유행한 외설과 관련된 농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J:그러고보면 19금 로판이 인기가 많죠 요즘도

S:19금은 언제나 인기만점이죠

N:오스틴이 쓴 첫 작품을 보면 절대 정숙한 것만 보고 자라진 않았을 거에요(웃음)

J:앤 해서웨이 비커밍 제인 보니까 프린세스 다이어리 생각날 정도로 비주얼이.....암튼 끝내주게 좋았다네요.

S:말이 필요없죠

N:호숫가에 있는 거 완전 님프인줄

S:N님 또 오스틴 얘기 아는 거 있으시면 해주세요. 완전 좋아

N:인기가 많은 작가랍니다. 그 왜 셜록홈즈 광팬들을 홈지언이나 셜로키언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셜록홈즈 팬들은 마치 해포 팬들처럼 작가를 작가의 창조물보다 더 바보 취급하는 팬덤이기도 하죠.

(터짐)

N:하지만 오스틴 팬들은 제이나이트? 대충 이런 이름인데 오스틴을 숭배해요


Austenian, Austen-worshipper, Austenpros, Austenites, Austenolatry, Janeism 같은 말부터 Austen Cult, Austen Culture, Austen-land 같은 단어도 있다. 심지어는 제인 오스틴을 ‘Divine Jane(신성한 제인)’이라고 까지 부른다(뚜르 드 몽드_세상 모든 연인들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J:오스틴은 살아생전에도 자기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았나요?

S:후기에는 디킨스나 뭐 그쪽에 좀 밀렸지만 먹고 살 정도로는 벌었죠

N:슈퍼스타까지는 아니었어요. 슬로우 번이라고 해야 하나. 차근차근 인기가 올라갔죠. 나만 알고 싶은 밴드 같은 느낌

J:진짜 N님 비유 완전

N:그리고 마크 트웨인은 오스틴을 정말 미워하는데 제인 오스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무덤을 파헤쳐서 정강이뼈로 유골을 때려주고 싶었대요. 그러면 왜 읽었는지......?

S:알고 보니 찐팬 아닌지? 너무 재밌어서 질투가 남

J:아니면 이 마음을 전해야 하는데 이미 제인이 죽어서 슬퍼하는 거라든지. 신기하고 재밌네요. 야사 듣는 기분

N:마크 트웨인은 소설에 당대 사회 이슈를 넣는데 오스틴 소설에는 영국이 다른 나라와 다투는 전쟁이라든지 당대의 사회적 어쩌구를 다룬 게 거의 없어서 사소설이라고 경멸한듯해요. 이건 제 생각이고요. 그 시대 사람들 한계죠 뭐....오스틴만큼 사캐즘(풍자) 잘 쓰는 작가도 별로 없는데.

(다시 영화 얘기)

J:전 제인이 어디서 르뭐시기에게 사랑을 느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초반까진 취향이었는데.

N:역시 샌님이 아니라서 그래요. 감독이 날조를 설득력 있게 하지 못해서 생기는 구멍인 것

J:근데 전 제인이 르프로이 깔 때 너무 후련해서 좋았거든요.

N:저도요

J:그 까는 감정 끝까지 끌고 갔으면 둘 밀었을 듯

N:혐관(애증관계)

J:로맨스 장르에서 로맨스 안 밀고 로맨스 아니어야 로맨스 미는 청개구리 심보

S:원래 로맨스 아닌 데서 로맨스 미는 게 재밌죠

N:역시 오편은 명작이야 로맨스 아닌 척하면서 밑밥 깔고 로맨스로 끝낸다니까

J:오편 영업하는 것 봐. 제가 <제인 에어>가 진짜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S:오 그렇다면 오편입니다

N:오편22

J:약간 정설이더라고요. 제인 에어 좋아하는 사람은 오편 안 좋아하고 오편 좋아하는 사람은 제인 에어 안 좋아하고. 저 폭풍의 언덕도 안 읽었는데 무슨 내용이죠?

N:정병로맨스요

S:죽어도 못 보내는 내용이요

N:맞다맞다 저 히스클리프 진짜 싫어했었는데 카야 스코델라리오 주연 영화에서 히스클리프를 흑인 배우가 연기한 것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재평가하게 됨

S:아 그거 보다 말았는데 마저 봐야겠네요

J:이것도 영화화 진짜 많이 됐네요. 오편 결혼엔딩인가요 이것만

N:yes

S:yes

J:ok........bye

N:Noooo

S:아 왜요

J:아니 저 노맨스가 좋다구요

S:아니 원래 로맨스장르예요

N:그럼 폭풍의 언덕인데

J:아니 폭풍의 언덕도 싫어 잉잉 탈로맨스

N:그럼 <레이디 수잔>을 보시는 게 어때요. 제 오스틴 최애작

S:헐! 그건 저도 안 봤는데

N:팜므파탈 악녀 주인공이 정의구현을 안 당하고 끝나는 드문 작품이랍니다

S:약간 레이디 멕베스 생각나네요

N:그쵸. 심지어 주인공이 결혼적령기의 딸을 둔 과부예요. 딸을 부잣집에 시집보내려다 마지막엔 자기가 그 부자랑 결혼해버리는

(?!)

N:그 시대치고 매운맛이에요. 이게 그녀의 첫 작품이라니까요

S:그 후로 좀 매운맛을 조절한 모양이네요

N:그렇죠.....사실 출간되기는 제일 나중에 출간됐어요. 출판사들이 맛알못이었던게 분명해. 또 아는 제인 오스틴 얘기가 있었는데 혹시 팬 사이트에 관심이 생기신다면 http://www.pemberley.com 여길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J:역시 N님은 걸어 다니는 잡학사전 같네요

N:사실 예전에 과제로 제인 오스틴을 조사한 적이 있어서 잡학만 늘었네요. 핵심은 기억 안 남

J:N님 전공 궁금해

(.....)

N:이건 전공 아니고 교양으로 들은 거였어요. 제 전공과는 거리가 멀어요

J:그치만 대단해요

S:맞아요

N:감사합니다......여러분들의 전공도 굉장합니다 S님의 전공은 모르지만 굉장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S:저는 전공과 서먹해서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N:문창과이신가요 혹시

S:예?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N:아니.....단어선택이, 뭔가 어휘가 흡입력 있어서;;

S:헐 감사해요

(기분 좋아서 넣음)

S:저는 그냥 글 쓰는 게 취미라서 그렇게 됐네요. 전공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무것도 묻지 말아 주세요.

(웃음)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꿈이 피를 말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