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 써둔 2025년 회고를 이제야 브런치에 옮겨 적어본다. 나중에 보면 2025년엔 이렇게 살았구나~ 돌아보기 좋을 것 같아서 기록해 둔다. 제목은 2025년에 얻은 것과 잃은 것.
무엇보다 나라를 바꾼 게 가장 컸던 이번 해는 캐나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감각을 획득했습니다.
아직 5개월 차 밖에 안 됐지만 이제 웬만큼 적응할 건 적응했어요. 그동안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아갈지, 어떻게 하면 영어를 더 잘할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여유 시간을 채울지, 주 6일 이상 비가 오는 밴쿠버 겨울엔 무기력함을 어떻게 이겨낼지 등등 여러 고민과 시도가 정말 많았어요.
2025년에는 즐기기보단 살림하고 취준 하느라 바빴는데, 2026년에는 주변도 좀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특히 밴쿠버에 널리고 널린 자연과 더 친해지려고요.
아무래도 새로운 나라에서 인맥 거의 0에 수렴하는 채로 시작하다 보니 초반엔 어려울 것 같았어요.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정말 많은, 좋은 인연들을 만났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네트워킹 자리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밴쿠버 오기 전부터도 이런저런 사람들과 커피챗하며 인연들을 만들어놔서 그런 지 와서 적응하는 데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낯선 환경에 저를 놓고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에 어렵지 않은 제 모습이 기특하고 신기했습니다.
'매일 글쓰기 프렌즈'라는 글쓰기 모임을 2025년 1월에 시작했습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글들이 많이 쌓여서 체감상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생각보다 별로 안 됐더라고요. 첫 글을 쓴 게 밴쿠버 사전답사 겸 여행 왔던 1월이었는데 진짜로 밴쿠버에 올 줄이야.
매일 글을 써왔던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했던 한 해를 기록할 수 있었어요. 무엇이든 꾸준히 한다는 건 참 뿌듯한 일입니다. 거기다 다시 브랜치까지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이번 해에 치아 교정기를 떼었어요. 2024년 5월부터 시작해 이번 해 8월에 떼었으니 1년 조금 넘은 거죠. 사실 대학생 때 교정을 했다가 관리를 잘 못하는 바람에 큰 맘먹고 교정을 다시 했답니다. 교정기 끼면 뒤따라오는 여러 불편함을 정말 다시 한번 겪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하고 나니 결과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웠어요. 이제는 입을 가리지 않고 활짝! 웃을 수 있어 정말 좋아요.
8월에 1년간 다녔던 곳을 퇴사했습니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이었기에 상황이 휙휙 바뀔 수는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 리더와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상황이 있어서 아쉬웠어요. 물론 어차피 캐나다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서 예상보다 빨리 퇴사했고 후회는 전혀 없어요. 그 회사를 선택했던 때는 여러모로 잘 살폈고 좋은 선택이라 믿었지만 마지막에 가서 마무리가 아쉬웠을 뿐.
그래도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름 좋은 사람들, 좋은 회사였던 것 같긴 해요. 어쨌거나 초기 스타트업은 정말 비전, 리더, 팀원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2025년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하나같이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20대 때는 볼살 턱살이 고민이었는데 30대에 접어들며 점점 볼살이 빠지기 시작하고, 또 적게 먹는 습관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살이 빠지더라고요. 원래 진짜 많이 먹는 편이었거든요. 대학교 1학년 때 인생 최저 몸무게였는데 지금 거의 그 수준입니다. 그래도 건강식 먹고 필라테스로 잔근육 붙여가며 천천히 자연스럽게 빠진 거라 만족스러워요.
원래 캐나다 영주권 획득을 위해, 그리고 취업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플랜 B로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포기했습니다. 포기하는 과정에서 돈과 시간,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며칠 동안 울고 슬퍼했어요.
어쩔 수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제가 잘못 알았던 부분이 있어서 실수했다는 자괴감이 컸어요. 이번 해에 가장 아쉬웠던 순간인 것 같네요.
충분히 감안했던 것이긴 하지만 캐나다로 오고 나서 가족과의 시간이 줄었어요. 막상 가보니 특별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와 저녁 먹고 장보고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타국에서 살면서 부모님께 감사하고 죄송했던 것들이 많이 떠올랐어서, 앞으로 부모님께 덜 짜증 내고 말도 더 이쁘게 하려고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