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과 군자의 길 사이에서
최근에 IT 외의 다른 직종 사람들을 만났다.
업무 때문은 아니었고, 그저 가볍게 보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할 말이 없었다.
대화를 듣고 있자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시덥잖은 농담과 시간 때우는 이야기들.
물론 항상 발전적인 이야기만 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쉬는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방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화는 이상하게 허무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깨달았다.
허무했던 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는 걸.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걸까.
목적지를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아직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야 할 길은 보이는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상태.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대화가 더 크게 들렸던 이유가.
꿈이 없다는 건 무엇일까.
목적지를 모른 채 차를 모는 것과 비슷하다.
“가다 보면 어디든 가겠지.”
어디든 가긴 간다. 하지만 그곳이 내가 원한 곳인지는 끝에 가봐야 안다.
어릴 적 꿈은 단순했다. 대통령, 축구선수, 연예인.
시간이 지나 사회를 알게 되면 꿈은 구체화되는 대신 두려움이 붙는다.
가능성보다 확률을 먼저 계산하게 되고, 어느 순간 스스로 접는다.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여행 다니고.
그렇게 사는 게 전부인가 싶은 생각이 스친다.
나는 한동안 ‘꿈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닿았다. 그들에게도 꿈은 있다.
다만 크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굳이 “꿈”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들.
안정, 소득, 편안함, 주말의 여유.
그게 누군가에겐 충분한 목적지일지도 모른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 나도 설득당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멀리 있는 목표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환경은 종종 꿈을 사치처럼 보이게 한다.
그래서 소확행은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그것이 휴식이 아니라 정착지가 될 때다.
군자지대로(君子之大路)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큰 길로 간다.
큰 길은 멀고, 지루하고, 불확실하다.
그래서 자꾸 묻게 된다.
이 길 끝에 정말 무엇이 있나.
이 꿈은 실현 가능한가.
오늘의 작은 만족을 내려놓을 만큼 가치가 있나.
설날 연휴가 끝나는 즈음,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길 위에 있는가.
아니면, 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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