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1945에서 배운 조망과 리스크의 기술
이 개발자의 사고방식 #1
나는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고 게임을 즐기던 세대다. ‘원코인(50원)’으로 엔딩을 봐야 비로소 속이 시원했기에, 웬만해서는 이어하기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즐겼던 대부분의 게임은 단 한 개의 동전으로 끝을 보곤 했다. 참으로 게임에 생을 지독하게 밀어 넣었던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게임에 몰입했던 이유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었다. 캐릭터를 내 의지대로 조종한다는 신비함, 매번 마주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 그리고 이 정교한 세계를 설계한 창작자들에 대한 경외심이 나를 화면 앞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수많은 가상 세계를 거치며 나는 삶의 여러 단면을 자연스레 배웠다. 그중에서도 슈팅 게임 ‘1945’를 하며 얻은 깨달음은 지금까지도 내 삶의 지표로 남아 있다.
슈팅 게임의 고수가 되는 요령은 역설적이게도 ‘내 비행기’를 보지 않는 데 있다.
시선은 내 기체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에 놓여 있어야 한다. 화면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내 비행기의 위치는 눈으로 확인하는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감각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총알 또한 무한하지 않다. 화면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탄환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무턱대고 버튼을 연타하는 것이 아니라, 쏠 이유가 있을 때 정확히 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략은 보스전에서 가장 선명해진다. 가까이 다가가 화력을 집중하면 전투는 빨리 끝나지만 위험은 급격히 커진다. 반대로 거리를 유지하며 탄도를 예측하는 방식은 안전하지만 긴 인내를 요구한다.
때로는 과감하게 전진하고, 때로는 신중하게 물러나며 리듬을 타야 한다. 손가락이 마모될 정도로 버튼을 갈아대면서도, 머릿속은 냉정하게 앞과 뒤를 오가는 판단을 내려야 했다. 필살기인 ‘B폭탄’의 운용도 인생과 닮았다. 아끼다 똥이 되거나, 적절한 순간에 던져 내 목숨을 건지거나. 점수를 올리겠다고 실력 밖의 욕심을 부리며 코인을 먹으러 가는 순간, 게임은 허망하게 종료된다. 위험을 감수할 능력 없는 욕심은 곧 파멸이라는 사실을 나는 아주 어린 나이에 몸으로 배웠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때의 장면들을 다시 반추해 본다.
지금의 나는 정말로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당장 눈앞의 바쁜 현실만 보느라 몇 수 앞의 탄도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내 삶을 지켜줄 B폭탄 같은 안전장치는 마련해 두었는가. 지나치게 아끼느라 빈궁한 삶을 자처하고 있지는 않은가. 무엇보다, 그 위험을 감수할 자격이 될 만큼의 실력을 갖추었는가.
어른들이 바둑에 인생이 있다고 말하듯, 내게는 게임 속에 인생이 녹아 있었다. 그 깨달음의 끝에서 나는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게임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비슷한 깨달음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 좁고 어두운 오락실에서 배운 ‘삶의 탄도학’은 여전히 내 선택과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비록 게임에 쏟은 시간만큼 잃은 것도 분명 있겠지만, 그 치열했던 몰입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근육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화면 전체를 조망하려 애쓰며, 오늘이라는 이름의 스테이지를 신중하게 플레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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