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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필 Jul 02. 2020

타임머신 (prologue)

추억이라는 연료로 떠나는 타임머신 여행

오랜만에 너저분해진 작업실을 정리합니다.

작디작은 작업실에서 무척이나 많은 짐들을 끄집어냅니다. 나오고 또 나옵니다. 끝도 없이 나오는 재료, 공구, 책, 먼지 그리고 편지...


“응? 편지?”


그동안 잊고 지냈던 큰 상자에 넘치게 담긴 손편지들이 쥬만지 게임인 양 가슴을 둥둥거리며 어서 열어 보라며 손짓합니다.


하던 정리를 뒤로하고 하나씩 하나씩 찰리의 초콜릿을 까듯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이제 타임머신을 탈 시간이야!.’



누구나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타임머신은 자신에 의해서 그리고 만남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나는 어떤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을까?’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물음에 이런저런 답을 꺼내봅니다.


추억이라는 연료가 있습니다.

편지, 사진, 노래, 그 시절 라디오...

생각보다 많은 연료가 제 주위에 있습니다. 이 연료는 와인처럼 오래될수록 강력한 연료가 됩니다.

타임머신에 연료 하나를 주입하면, 자동으로 이동 날짜가 세팅됩니다. 학생 시절로, 군대 시절로, 연애 시절로, 아이와 첫 만남으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와의 해후(邂逅)는 자동으로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이 만남이 즐겁습니다.


영화 ‘백 투 더 퓨쳐’에서는 과거의 나에게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로써 미래가 바뀌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제가 가진 타임머신으로는 과거의 나에게 말을 할 수도, 쪽지를 남길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몰랐어? 네가 이런 사람이었어!’

‘잊고 지냈나 본데, 넌 이런 걸 좋아했었지!’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단서가 하나씩 열리면서  신기하게도 지금의 내 모습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집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일이란 없구나...’


어린시절 놀이터 옥상에서

오랜만의 여행이라 그런지 꽤 많은 기쁨을 가지고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함께 여행해준 이들에게 가벼운 메시지를 남겨봅니다.

고맙다고... 행복했었다고...


당신은 어떤 타임머신을 가지고 계신가요?

지금 어떤 타임머신을 만들고 있나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타임머신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글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타임머신 프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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