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정을 전해줘...
우리는 대화, 메시지, 사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감정을 전합니다. 대부분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려 합니다.
행복한 사진, 좋은 음식, 멋진 장소, 즐거워 보이는 글들...
하지만 이들은 감정을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아니 숨겨야만 해서 거짓을 만들어냅니다.
별일 없지? 회사는 어렵지 않고?
“네 별일 없어요. 다들 어렵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몇 달 일 못한다고 안 망해요. ㅎㅎㅎ...”
감정을 감춥니다.
마음은 위로를 받고 싶으나, 머리는 상의도 없이 거짓 감정을 표현하라 합니다. 얼굴이 미소를 만들어냅니다.
‘힘들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누군가 제 거를 다 뺏어가 버리는 거 같아요...’
누군가 내 마음을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나를 닮아가는 A.I.
“이건 웃는 표정이고, 이건 슬픈 표정이야.”
“아니! 그건 화난 표정이 아니라고! 몇 번을 알려줘야 해?”
하루하루 내 감정을 알려줍니다. 어린아이에게 숫자를 가르치듯, 하나하나 내 얼굴에 보이는 감정을 알려줍니다.
웃고 있어도 화가 났다고 말하고, 가만히 있는데 슬프다고 얘기하는 A.I.가 바보 같고 답답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A.I.가 기특하기도 합니다. 점점 나를 닮아갑니다. 천천히 만들어져 가는 또 다른 나를 보며 씩~ 웃어봅니다.
A.I.가 성장하듯 저도 나이가 들면서 표정이 변합니다. 다시 가르쳐 줘야겠네요. 이건 웃는 게 아니라 주름이 늘어난 거라고... >.<
어쩌면 A.I.는 영원히 저와 똑같아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657,803원 감정 소비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어떤 감정을 얼마나 소비했을까요?
제 하루 감정을 정산합니다. 감정 메신저가 영수증을 전달합니다.
기쁨, 슬픔, 화남... 어느 감정 하나 소중하지 않은 감정은 없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감정을 소비했을까?’
누군가가 궁금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넌 내가 될 수 없어!
‘사람의 감정이 학습될 수 있을까?’
많은 과학자들은 기계에 감정을 넣으려 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빚으시고 생기를 불어넣었던 것처럼.
과연 감정은 교육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감정 메신저는 실패한 프로젝트입니다. 아니, 실패하기를 바라는 프로젝트입니다. 나를 닮아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닮지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혼재합니다.
어쩌면 이 멍청한 A.I.는 절대 내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싶은 프로젝트 일수도 있습니다.
A.I.를 연구하면 할수록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인간계에 침투하고 있는 이놈이 어떤 세상을 만들지 두렵기도 합니다.
A.I.는 지금까지 인간이 가져본 적이 없었던 엄청난 도구입니다.
너무나 위험한 도구...
A.I. 코로나를 닮았다.
언제쯤 끝나나...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코로나로 인해 미래의 불확실성은 극도의 불안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 불안감과 좌절은 약한 자일수록, 없는 자일수록 더욱더 큰 공포로 다가옵니다.
‘버텨야 한다!’ 하루하루 마음을 가다듬고 있지만 이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희망이란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I.가 일자리를 앗아갑니다. 약한 자의 일자리부터 하나씩 하나씩...
A.I.로 인해 파생되는 새로운 직업들이 생기겠지만, 그것 또한 그분들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A.I.로 인해 일상을 잃게 될까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감정 메신저 (Emotion messenger), 2020
최재필 x 최영림
<Play on AI>
2020. 12. 17. ~ 2021. 1. 29
artcenter nabi
http://www.nab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