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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재 May 17. 2019

프로그래머와 수학

앤드루 호지스의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을 읽다 말고 쓰기

일을 기계에 입력하려면 유능한 수학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할 겁니다. 수학자들은 문제에 대해 사전조사를 한 다음 컴퓨터에서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합니다



앨런은 만능 계산기를 만들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생길 거라고 예측했다. 그 시대에 이미 프로그래머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한 게 참 신기하다. 다만, 프로그래머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고 수학자라고 불렀다. 지금 시대에는 프로그래머와 수학자는 유사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분명하게 구분되는 분야다.



앨런은 새로운 계산을 할 때마다 기계를 새로 만드는 대신 문서를 집어넣는 방식을 생각했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만능 계산기를 만들었다. 기계에 문서를 집어넣는 행위가 일종의 프로그래밍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절 프로그래밍은 기존 계산 공식을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계산 공식으로 바꾸는 '수학적'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프로그래밍이 그렇게까지 수학적인 것 같지는 않다. 프로그래머가 수학을 잘하면 매우 유리하지만 꼭 그러한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사람에게 더 친숙해며 더 high-level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전혀 모르는 프로그래머도 이제는 있을 수 있다. 선풍기를 사용하는데 선풍기를 이해할 필요는 없듯이, 수학이 많이 필요한 부분조차도 추상화되고 모듈화되어 이해하지 못해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제는 기계 혹은 수학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비즈니스 혹은 사람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아직은 기계 혹은 수학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프로그래머는 1차적으로는 기계 혹은 수학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발전은 기계 혹은 수학을 잘 몰라도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나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서 차별화가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학은 매우 중요하다. 프로그래밍에 수학이 1도 필요 없게 되더라도(그럴 리는 없겠지만) 수학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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