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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A Jan 21. 2018

개발자가 바라본 트론 코인

 근 몇 달간 암호화폐 때문에 지구가 난리다. 나도 코인에 관심이 꽤나 있어 적은 금액이지만 코인들을 구매하여 보유하고 있고, 주위 사람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트론(TRON/TRX)이라는 알트 코인을 통하여 약 6배까지 돈을 벌었다(..가 폭락으로 3배 수익으로 줄었다). 많이 줄었다지만 친구 자산 기준으로 적지 않은 돈을 넣었기 때문에 번 돈도 꽤 컸는데 한번 큰 가격을 봤던 경험 때문인지 친구는 무조건 팔지 않고 갖고 있겠다면서 트론을 맹신하고 있었다. 트론에 대해 나도 궁금해지기도 했고 개발을 전혀 모르는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자 개발자의 눈을 통해 트론을 살펴보기로 했다.

친구는 저기 십자가로 표시된 지점즘에 들어갔다

 나는 블록체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들에 대해서 깊게 공부해보진 않았고 개발은 꽤 오래된 경력을 갖고 있다. 또한 이 글은 트론을 깊게 분석하고 조사한 게 아니라 1~2시간 정도 트론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을 보고 쓰는 글이다. 나는 투자에 대해서 정말 초보고 코인들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니, 너무 믿지는 말고 그냥 지나가는 개발자의 의견으로 가볍게 읽어보시길 권유한다.

 

우선 트론 홈페이지(https://tron.network/en.html)를 들어가 보자. 트론 홈페이지는 트론에 대하여 많은 정보들을 보여주고 있다.


트론의 목표

모든 코인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발행된다. 트론은 어떤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려는 것일까? 블록체인과 분산 스토리지 기술을 이용하여 전 세계적 무료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쓰여있다. 결과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을 요약하면 탈중앙화 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멋진 목표다. 친구도 이 목표면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하여 트론을 믿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만들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목표는 그럴싸한 것 같다.


대표

각 코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처럼 코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스캠 코인들이 판을 치는 시기에는 대표가 신뢰도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IT 업계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거나, 블록체인 업계의 유명인사거나 등 믿음직한 백그라운드가 있으면 이 불확실성과 불신만 가득한 코인판에서 신뢰도를 조금이나마 높여준다.

 트론의 대표는 Justin Sun이라는 젊은 사람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자기 이름도 사진 왼쪽에 크게 적어놓고 표정에서도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그 외에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지 아래 적어놨는데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Peiwo APP 창업자

2015, 2017 포브스 차이나 30 under 30 (중국 내에서 각 분야별 30세 이하의 30명을 뽑는 부문)

(전) 중국 리플의 수석 대표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Jack Ma)의 제자

Global Shaper, World Economic Forum

Peiwo는 찾아보니 중국의 스냅챗을 노리고 만든 앱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고 천만 회원이 있다고 한다. 마윈의 제자는.. 무슨 기준인지 잘 모르겠고 30 under 30도 중국 한정이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뽑히기 때문에 새로운 코인의 대표로서 이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많이 높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타임라인

그다음에 나오는 건 트론의 타임라인이다. 트론이 어떤 스케줄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인 년도 구간별로 프로젝트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스케줄도 2027년까지 있고 다음 트윗을 보면 이 프로젝트가 10년짜리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많이 의아하다. 변화무쌍한 IT 업계에서 그것도 가장 변화무쌍한 블록체인 회사이면서 만들어진지도 얼마 안 된 신생 회사가 10년 치 계획을 가지고 있다니. 당장 6개월 뒤의 미래도 예측하기 힘든데 10년 치 계획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다니 조금 놀랍다.


그 아래에는 팀원들의 사진과 간략한 소개를 표시해놓았다. 15명의 개발자와 1명의 디자이너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런 홈페이지에는 무슨 말을 적어놔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여기 있는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우선 100% 믿어보기로 하자. CTO와 테크니컬 디렉터를 제외하곤 대부분 4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4년 경력도 웹, 파이썬, 자바 개발자로만 적어놓고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다. 블록체인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을 한 사람은 CTO와 테크니컬 디렉터 두 명뿐인 것 같다. 나머지는 대부분 4년이라는 경력을 적어놓은 것으로 보아 대학생 시절도 해당 언어 경력으로 쳐주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코드

그다음은 마지막으로 코드를 보자. 자신이 있는지 Github(https://github.com/tronprotocol)에 코드를 작년 말에 공개했다. 트론 백서(whitepaper, https://dn-peiwo-web.qbox.me/Tron-Whitepaper-1031-V18-EN.pdf)를 Java로 구현한 트론 프로젝트와 위키의 내용을 담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코드의 내용을 자세히 파헤쳐 볼 것은 아니고 다음 항목들만 확인하려고 한다. 누가 기여를 하고 있는지. 그 사람은 이전에 어떤 코드를 작성했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에 어떤 코드가 커밋되고 있는지.


누가 기여를 하고 있는지

Github에서는 누가 이 프로젝트에 기여를 하고 있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가장 기여를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은 conglinduye와 sasaxie 이 두 사람인데 프로젝트가 공개된 시간이 짧아 전체 커밋 수가 적지, 같은 기간으로 다른 유명한 프로젝트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프로젝트 기여 페이지: EOS, 이더리움(Go언어만), Bitcoin


그 사람은 이전에 어떤 코드를 작성했었는지

그럼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이 평소에 어떤 코드를 작성했는지 보자.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을 위하여 설명을 조금 덧붙이면, Github은 전 세계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개발자용 SNS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계 대부분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이 Github에서 일어나고 있고 개발자들이 Github에 오픈소스로 작업한 내용들은 그 개발자의 프로필 페이지에서 다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두 명 모두 Github에서 활동을 별로 안 하는 것인지, 트론 개발을 위한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작업을 하는 것인지 기존에 작업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프로필 페이지에서 우측 하단 테이블에서 초록색 칸은 해당 날에 기여를 얼마나 했는지 나타낸다. 회색 칸은 그날 한 기여가 없다는 뜻이고 진한 초록색은 그날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음은 비교를 위한 비트코인 프로젝트의 최고 기여자 프로필 페이지다.


최근에 어떤 코드가 커밋되고 있는지

커밋수가 많으면 활발한 프로젝트일 확률이 높지만 핵심 코드와 무관한 내용만 많이 커밋되고 있으면 활발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볼 수 없다. 

간략히 훑어보았을 땐, 핵심 로직에 대한 커밋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코드 스타일 변경, 문서 수정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 툴 설정, 코드 스타일, 커밋 메시지 등을 보았을 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력이 뛰어난 개발자의 코드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론

약 1~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첫인상을 본 것이기 때문에 트론을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은 "글쎄.."이다. 살펴본 것들 중 뭐 하나라도 나의 신뢰도를 키워주지 못했다. 물론 코인 가격은 아직까진 감정적이고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기술력이랑 큰 상관관계를 보이진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트론이 또 몇 배 비싸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위험에 베팅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업계가 탄탄해지고 우상향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몇 년 뒤에도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코인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할 것 같다.


P.S

그리고 이 글이 쓰여지기 약 1주 전 친구한테 이 말을 바로 전해줬고 친구는 그때 내 얘기에 공감을 하고 대부분의 트론을 팔았고 그 후 트론의 가격은 훨씬 더 떨어졌다. 그리고 친구가 팔때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또 올라가고있는 중이다. 아직 기술적인 신뢰도와 가격은 정말 별 관계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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