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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May 04. 2022

스페인에서 첫 면접

날 찬 그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마드리드에 거주 중인 지원자를 원하니, 면접은 없던 일로 하자'라는 회사에 코멘트에 다소 충격을 받은 게 겨우 가실 때쯤,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 글 참고) 그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혹시 면접을 보러 올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다.


'하, 좀 어이없네?'싶은 마음 반, '네네 그럼요, 다시 연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마음 반. 최소한 처음 그들에게 연락이 왔을 때처럼 방방 뜨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캘린더 앱을 열고 언제 시간이 괜찮은지 체크하고 메일 회신을 했다.



정확하게 따지면 이게 스페인에서의 첫 채용 면접은 아니다. 얼마 전 산세바스티안에서 채용박람회가 작게 열렸고 이력서만 보내면 행사장에서 바로 면접을 볼 수 있었기에 연습 삼아 참여를 해봤더랬다. 인터뷰는 생각만큼 어렵거나 긴장되지는 않았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을 뿐, 대답을 청산유수하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면접을 보면서 '아, 여기서 누굴 뽑겠다는 기대나 의지가 별로 있지 않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면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회사는 내 이력서를 검토해보고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고, 일 할 사람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니 내가 면접을 잘 보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면접이었다. 일주일간 나는 나름 열심히 면접을 준비했다.




산세바스티안에서 마드리드까지는 기차를 타고 편도 다섯 시간 반 거리. 마음먹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도 있겠지만 면접날 하루 전인 목요일에 내려가서 월요일에 돌아오는 기차표를 끊었다. 혹시 2차 면접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것이 바로 K취준생의 준비 정신이다- 이후 예상한 것처럼 2차 면접까지 보게 되었으니 나의 선택은 아주 적절했다.


회사는 마드리드 중심가에서는 떨어져 있었지만, 회사 바로 근처에 숙소를 잡았으니 문제없다. 도보 10분 거리. 면접 날에는 일찍 일어나 준비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어보고 거의 문장이 다 외워질 때쯤 회사로 향했다.


면접장에는 두 명의 직원이 들어왔다. 메인 업무는 다른 실무이지만 회사에서 인사 업무도 맡고 있는 직원인 듯했다. -나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적지 않게 했고, 인사 일도 했었기에 이런 건 보다 보면 보인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나 너한테 물어볼 거 잔뜩 있어'라는 문장이 잔뜩 띄어져 있었다. 채용박람회에서 봤던 직원들과는 사뭇 다른 눈빛과 표정이었다. 그녀들의 질문은 내 예상 질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예상 밖 질문들도 꽤 있었지만 알아듣기 어렵거나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은 아니었다. 30분 정도 인터뷰를 보고 자리를 나섰다. 느낌이 좋았다.


그날 오후, 대표님과 함께 2차 면접을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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