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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Dec 18. 2018

발렌시아 에어비앤비의 기억

스페인 발렌시아 힙플레이스, 루싸파(Ruzafa)를 아시나요?



1년간의 스페인 어학연수. 장기로 묵을 집은 현지에 와서 찾을 계획이었던 지라 처음 여기에 오고 며칠간은 에어비앤비에 묵었었다.

이래저래 학원이랑 가급적 가까운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루싸파(Ruzafa/Russafa)라는 동네 에어비앤비를 찾아 예약했다. 발렌시아는 5년 전에도 여행차 잠시 들렀었지만 이 동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루싸파는 발렌시아의 중심부, 씨우닷 베야(Ciutat vella)에서 한 걸음 아래에 위치한 지구로 레스토랑과 카페, 편집샵 등이 많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특히 이탈리안, 일식 등 외국 음식을 서비스하는 곳이 많은 루싸파는 실제로 그 나라 사람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또 방문하는 루싸파는 어떻게 보면 우리네 이태원과 조금 닮은 느낌이 있다.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의 이야깃소리로 떠들썩한 곳이 이 곳 루싸파다.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전에는 지금처럼 힙플레이스 느낌의 동네는 아니었다고 한다. 오래된 집들과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많은 동네. 하지만 예술과 맛으로 루싸파는 크게 변화되어 왔고 많은 사람들은 이 지구의 매력에 빠져 단골 방문객이 되었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고 말이다.

거의 매일 이 동네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어학원이 루싸파에 있다보니 일단 주중은 루싸파에 꼭 한 번은 들른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필라테스 수업이 있는데 이 또한 학원이 루싸파에 있어 점심식사를 집에서 챙겨먹은 후에는 다시 한 번 루싸파로 향한다.

주말에 노트북이나 책을 들고 뭔가 작업을 해야할 때도 결국 루싸파에 있는 카페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게 된다. 그저 이런 매력적인 동네가 집에서 가까움에 감사할 뿐이다.





그 매력적인 루싸파에 있던 나의 에어비앤비. 깨끗한 느낌을 좋아하는 호스트의 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호스트 세르지오는 동양 문화의 매력에 폭 빠져 있었는데, 집 안에서는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지 않았고, 낮에는 한 번씩 거실에서 명상 시간을 가졌으며, 명상 후에는 녹차를 한 잔 마시는 사람이었다. 100% 순도의 동양인인 나에게는 좋은 일이오, 조금은 신기한 그였다.

하루는 나도 호스트 커플의 명상 시간에 동참하기도 했다. 조계사 문화센터에서 요가수업을 들을 때 잠깐씩 명상시간이 있긴 했지만 그 때는 온전히 명상을 하지 않았던터라, 어쩌면 명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눈을 감고 나에게 집중하고 천천히 생각하고.... 그렇게 20여분을 보내고 녹차 한 잔을 마시니 새삼 싱그러운 기분이 들었다.

녹차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커플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윽고 눈이 마주치니 질문이 쏟아졌다. 개인적인 질문부터 마지막에는 한국의 역사와 북한과의 관계까지....

스페인 생활을 하면서 간간히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내가 나의 조국을, 내가 몇 십년을 산 동네를 생각보다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나라의 역사는 물론이오 여기에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도시 거주 인구나 면적 등을 묻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하는데 바로바로 대답하는 그들과는 달리 나는 핸드폰 검색 찬스를 써야 할 때가 다수였다.

얼마 전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는 역으로 아버지가 발렌시아의 면적과 평균 강수량, 인구를 물으시니.... 이건 내가 호기심과 기억력이 무척 부족함에 틀림 없는 것 같다.

‘호기심이 부족한 나’에 대해 서술하자면 브런치 10편은 써내려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분명 지루하고 긴 얘기가 될테니 그만하도록 하자.

아무튼 이 매력적인 동네와 편안했던 에어비앤비의 덕으로 나는 스페인살이 첫 주부터 발렌시아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이 곳이 좋아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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