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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ul 14. 2020

달라도 너무 다른 스페인 북부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발렌시아랑 다른 점을 꼽아보다



산세바스티안 1년


스페인 북부의 아름다운 도시, 산세바스티안에 거주한지도 1년 하고 1개월이 지났다. -비록 그중 3개월 정도는 코로나 때문에 내가 한국인지 스페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 있긴 했지만-


땅덩이가 우리의 5배는 되는 스페인은 지역마다 기후도 문화도 많이 다르다. 심지어는 현지인들 외관도 차이가 있으니, 어찌 보면 정말 스페인은 한 나라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발렌시아에서 산세바스티안으로 이사하고 적응해가던 1년 전 이맘쯤 ‘산세바스티안과 발렌시아는 이런 게 다르구나’하고 생각했던 것-지금도 물론 동일한 의견이다-들을 늘어놔 본다






그리웠던 산(山)이여




발렌시아에서는 작은 동산 하나 볼 수 없었다. 잘 가꿔진 공원이 많기에 언제든 초록빛 나무들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었지만, 그건 산에 올라 산바람이 실어 나르는 산 내음을 맞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전에는 내가 ‘산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산세바스티안에는 라콘차 해변 양쪽에 우루굴 산과 이겔도 산이 있다. 산보다는 동산이라고 해야 적당한 사이즈로 가볍게 산책 겸 둘러보기에도 좋다. 뿐만 아니라 공원도 언덕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고 나무가 울창하다. 지중해성의 따뜻한 기후의 스페인 남부, 동남부 도시와 다른 스페인 북부에서는 숲과 나무의 모습도 많이 달랐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와 조금 더 비슷한 모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여기는 은행나무도 있으니 말이다





도시의 중심에는 강도 흐르고 있었다. 바닷물이 들어와 굽이굽이 도시를 통해 지나가는 우루메아 강은 날이 좋은 날이면 종종 이렇게 투명한 모습을 보여준다


산세바스티안이 속해있는 북부 파이스 바스코(País Vasco)는 산지가 많다. 덕분에 도시를 산이 둘러싸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도시 높은 곳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산이 보인다. 자연의 복을 받는 곳이다



태양의 스페인? 여기는 NO


우산은 무조건 장우산이도, 우비는 필수품이다


반면 압도적인 단점을 꼽아 보자면 ‘비가 많이 온다는 것’. 여름 시즌에는 그나마 비가 오는 날이 적지만 가을부터 봄까지는 비가 오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만큼 많다. 게다가 바람도 거세게 부는 날이 많아서 비바람이 무섭게 치는 날이면 길은 폐쇄되고 파도는 건물을 덮친다


그런 산세바스티안이기에 우산은 무조건 튼튼한 장우산. 방수가 잘 되는 신발과 우비는 필수품이다. 비가 별로 오지 않은 지역에서 막 올라와 어벙벙하던 나를 위해 S가 우비를 선물해 줬다


‘비 오는 날’에는 적응했지만 그래도 일주일 넘게 비가 올 때면 기분이 다운된다. 빨래도 내 마음을 닮아 축 늘어지기만 한다. 뽀송하게 햇빛 내음이 나던 빨래가 그립다



우유 자판기라니




어쩌면 산세바스티안에서 제일 신기한 것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우유 자판기


산세바스티안 시내 몇 군데에 설치되어 있는 우유 자판기에서는 주변 목장에서 짜낸 신선한 우유를 살 수 있다. 500ml에 0.5유로니 가격도 괜찮다. 병은 집에서 가져와도 되고 자판기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멸균이 안 된 우유라 2-3일 안에는 다 마셔야 하는 신기한 우유. 그리고 우유 자판기



매주 목요일은 핀초포테




핀초(Pintxo)는 ‘가볍게 먹기 좋은 음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곳 스페인 북부에서 유래되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보통 핀초는 ‘바게뜨 위에 재료가 올라가 있고 이쑤시개가 꽂혀 있는 것’으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곳에서의 핀초는 더 넓은 개념이다



핀초포테로 유명한 그로스 지역, 목요일 밤 풍경
가스트로포테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 그중에서도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산세바스티안에서는 특히 ‘핀초포테’가 인기다. 핀초포테란 핀초 한 접시와 음료 한 컵이 2-2.5유로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행사인데, 그로스(Gros) 지역의 바에서 매주 목요일에 진행되는 핑초포테 행사가 특히 더 인기다


여름날이면 이 동네 거리 벤치며 인도 길바닥에도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핀초포테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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