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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ul 18. 2020

유럽 결혼식은 어떻게 다를까

친구 결혼식을 위해 비엔나에 갔다


M으로부터 청첩장이 왔다. 9년 전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알게 된 M은 선한 웃음이 예쁜 아이 었다. 성격은 다르지만 같이 있을 때 죽이 잘 맞음에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서글서글한 웃음을 짓는 M은 굉장히 똑 부러지는 성격이기도 했는데, 결국은 말로만 "나는 해외로 나갈 거야"라고 말하던-사실 나는 두 번이나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그냥 날렸다. 결국 지금은 학생비자로 스페인에 나와 있지만- 나와 달리 체계적으로 계획을 딱딱 세우더니 먼저 해외로 나갔다. 1년 채 되지 않아 "비엔나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어!"라고 연락하는 그녀를 보며 역시 똑 부러진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결혼식은 물론 오스트리아 비엔나다. 유럽에서의 결혼식이라니! 처음 가 보는 외국 결혼식이라 괜스레 더 들떴다. 결혼식 하루를 포함한 3박 4일 일정. 어차피 저가항공을 타고 갈거라 짐은 가볍게 챙기기로 했다. 결혼식에서 입을 옷은 M이 미리 체크해주었는데 흰색 옷만 피하면 되는 한국과 달리, 유럽 결혼식에서는 검은색도 피해야 했다. 검은 원피스와 남색 원피스 중에 뭐를 입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입을 옷이 정해졌다


"여기까지 와 주는 거로 고마우니 축의금은 괜찮아"라는 M의 말이 고맙고 미안했다. 3박 4일 머물 숙소를 예약해준 것으로도 고마운데, 뭐라도 주고 싶은데.... 주섬주섬 아이패드를 꺼내고 M의 웨딩사진 이미지를 열어 따라 그렸다. 학생이자 백수인 내 상태에서는 그녀에게 서로 부담 없이 줄 수 있는 선물이 이 정도였다





야외에 세팅된 예식 공간은 아담하지만 아름다웠다. 햇빛이 조금 덥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신부를 보고, 사진에 담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식장에 도착하자 M의 어머님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뵌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어머님은 M으로부터 내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너무 반가워해 주셨다. 조금은 어색한 이 곳에서 어머님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M의 선한 눈매와 미소는 어머님을 닮았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친구 결혼식으로 예식장에 도착하면 무조건 신부 대기실부터 가는데, 여기 결혼식에는 신부 대기실이 없다. '신부 입장'의 순간 전에는 신랑도 하객들도 신부를 볼 수 없다. 이건 행운과 관련된 유럽의 풍습이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스페인에서 들은 터라 오스트리아도 동일한 이유에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웃음) 덕분에 신부는 예식장에 도착하면 아무도 모르게 쏜살같이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간다


그렇기에 '신부 입장'의 순간은 더욱 설레고 빛난다. 하얀 옷을 곱게 입은 신부가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침에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있을 때 이미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M은 너무 예쁘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신랑도 행복한 미소를 한껏 짓고 있었다





독일어로 진행되기에 내용을 알 수 없었던-하지만 한국과 내용상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았다- 예식이 빠르게 지나가고 공간 한편에 음료가 준비되었다. 가볍게 음료를 마시면서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뻘쭘해질 수 있는 이 상황에서 J언니와 같이 있는 게 다행이다. 우리는 샴페인을 마시며 마음 놓고 한국어로 수다를 떨었다. M이 한국에 있는 친구들 중 유일하게 비엔나 결혼식에 초대했다는 J언니와는-이후 한국에서의 예식이 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J언니를 제외하고는 초대하지 않았다- 비슷한 점이 많아서 서로 깜짝깜짝 놀랐다. 많이 친해지기에는 조금 짧은 시간이었던지라 아쉽다. 또 기회가 있겠지 :)

 




곧 피로연 장소로 이동했다. 피로연은 강가 풍경이 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이었는데 정해진 자리에 네임택이 올려져 있었다. 뭔가 VIP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테이블에 누구누구를 앉힐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을 두 사람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웃음이 났다. 비슷한 나이 때의 사람들이 주변에 앉은 덕분에 사람들과 대화를 조금씩 나누며 식사를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결혼을 축하해!






아, 그리고 '내 인생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었던 경험. 나는 이 날 내내 웨딩카를 타고 이동했다. (시내> 예식장, 예식장> 피로연장, 피로연장> 숙소....) '웨딩카는 신랑 신부만 타야 하는 거 아닌가!?!'싶은데 두 사람은 상관없다며, 나와 J언니를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며 우리 둘을 계속 웨딩카에 태워줬다.... 지금 생각해봐도 '세상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유럽에서의 결혼식은 길다. 물론 예식 자체는 길지 않지만 여기서는 보통 예식-피로연-파티로 공식 스텝이 하나 더 있기 때문. -물론 우리나라도 결혼식 끝나고 친구들끼리 저녁 먹으러 가거나 피로연을 파티 형태로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공식 절차라고 할 정도로 일반적이진 않지 않은가- 신랑 신부와 친구들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혹은 바로 저녁 파티 장소로 향한다. 파티는 보통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bar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빨리 끝나면 12시, 혹은 밤새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게 얼마 만에 칵테일인가!' 나는 즐겁게 술을 마셨다




짧은 비엔나 관광


몇 년 전 M을 포함한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하고 같이 비엔나를 여행한 적이 있다. M이 자리를 잡은 이 도시가 궁금했다. 알차게 코스를 준비해 준 M 덕분에 우리는 그냥 그녀를 따라다니며 보고 먹고 즐기며, 짧은 일정이지만 알차게 비엔나를 여행했다. 덕분에 이번 일정에서 '가보고 싶다!'는 관광지는 없었지만, 모처럼 만난 대도시.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없었던 것뿐이지 가고 싶은 곳들은 많았다. 한식당도 가고 싶었고, 한인마트도 가고 싶었다. 다른 아시안 레스토랑도 가고 싶었다. 유럽 여행자와 유럽 거주민의 차이는 바로 이런 것이다


도심에 규모 있는 놀이공원이 있을 줄이야
한식당에 가서 감자탕을 먹었다. 행복했다
빙수도 먹었다 (아 먹고 싶다....)
J언니가 찍어준 나. 베트남 음식집 찾는 중
비엔나 한인마트에서 (행복)



우리의 행복과 건강을 빌며 :) 나의 친구 M이 오늘도 내일도 남편과 함께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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