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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Mar 05. 2021

어째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싶었어

2월, 벌써 봄이 찾아온 스페인에서의 일상


nubes



구정도 지났으니 이제 새해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2월. 스페인에 온 지 2년 8개월째니 이제 누가 여기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물어보면 ‘2년 반’이라고 할지 ‘3년’이라고 할지 조금 고민된다. 중간중간 한국에 가느라 혹은 여행을 가느라 스페인 밖으로 벗어났으니 이번 달까지는 ‘2년 반’으로 얘기하기로 했다


산세바스티안의 2월은 생각보다 꽤 따뜻하고 날씨가 좋았다. 작년 2월에도 이곳에 있었지만 1월 말에 낙상하고 팔뼈가 부러져서, 게다가 슬슬 코로나가 시작되는 분위기였던지라 당시의 날씨나, 주변 모습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magnolio



그리고 스페인과 프랑스가 반반 섞여 예쁜 이 도시의 빈 공간을 꽃들이 메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목련


발렌시아에 살 때는 볼 수 없던 목련이지만, 이곳 산세바스티안에는 목련나무가 꽤 흔하다. 센트로에는 목련나무가 가로수로 쭉 이어진 길이 있어서 사람들은 지나가다가 다들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는 했다


지중해 기후와는 완전히 다른 날씨 덕분인지, 목련뿐 아니라 한국에서 보던 꽃들이 여기에는 제법 있다. 예를 들면 벚꽃, 무궁화, 수련 등이다



la concha
pasear por orilla



날씨가 좋아지니 기분이 좋아진 나는 내친김에 바닷가까지 나갔다. 평생 ‘바다 있는 도시’에서의 삶을 동경했기 때문인지 스페인에 나와 있는 3년간 나는 바다가 있는 도시만을 고집했다


하지만 지중해 바다와 달리 스페인 북부의 바다는 계곡물처럼 물이 차갑다. 몇 발짝 걷지 못하고 다시 모래사장으로 나와 햇빛에 얼은 발을 녹였다. 돗자리를 피고 벌러덩 누워 이 날씨와 이 기분을 즐겼다


그러고 보면 2월 초중순에는 기분 좋은 일이 많았다. 우선 지난 11월에 본 스페인어 시험에 합격했고-3개월이 지난 후에야 시험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마케팅 무료 수업 신청한 것도 인터뷰를 통과했다. 바닥을 드러내려 하던 통장잔고도 지난겨울, 몇몇 한국 회사에서 글 쓰는 일을 준 덕분에 바닥은 보이지 않게 채웠다

“아, 별별일 다 있던 작년이 조금씩 보상되는 건가”



bicicleta



2월 말에는 1년 만에 자전거에 올렀다. 팔이 부러진 그 날이 문득 생각나 조심조심하면서 탄 자전거. 오랜만에 탄 자전거와 그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람이 썩 기분이 좋았다



작년부터 먹고 싶던 스트로베리 케이크도 먹었다



그렇게 여유로운 일상을 즐겼다. 마케팅 수업이 원래 2월 초에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중순으로 밀리면서 생긴 여유였다. 오랜만에 심즈 게임도 하고, 즐거운 하루하루였다


이제 정말 곧 시작될 수업에 ‘내가 수업 내용을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되던 마케팅 수업 시작일 이틀 전,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내용은 수업이 한 달 더 지연됐다는 것


시간도 마음도 허하게 며칠을 보내며 3월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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