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라는 죄
나는 민주주의를 혐오한다. 그렇다고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우매하고 무지한 민중들 때문에 민주주의를 혐오한다. 이 말 또한 나와 정치 이념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말도 아니다. 나와 같은 정치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해서 정치에 무지한 채로 또는 감정적으로 투표를 일삼는 모든 사람을 비판한다는 뜻이고, 이번 글의 주제다.
"대중은 우매하고 선동에 약하다."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혐오했다. 충분한 지식과 논리 없이 감정에 휩쓸려 쉽게 선동당하고 투표하는 우매한 민중이 많았기에 그의 나라 아테네는 점점 산으로 갔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배를 조종하는 사람이 훈련받은 선장이어야 하지, 승객들의 투표로 능력 없는 선원을 선장으로 뽑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비유를 들며 정치도 전문가가 해야 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우매한 민중들의 감정적 투표로 인해 사형되었다.
나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정치에 대해 아무 지식 없이 투표하는 것은 운전에 대한 지식 없이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목적지에 안전히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투표를 함에 있어서 정치도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투표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지식은 가지고 투표를 해야 본인이 옳고 그른지 알고 감정적 투표를 할 경향이 줄어들 것이다. 그저 성인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투표권을 쥐어주는 것보다 정치 자격증이 있는 청소년이 투표를 하는 게 나라를 이끔에 있어서 더 현명하지 않은가?
나 또한 과거 20대 초반에 투표권이 생겼을 때, 나라 상황과 여러 조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 이득만 보고 돈을 지원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며 투표를 했었다. 포퓰리즘에 혹한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과거의 나를 반성하는 글이기도 하고, 그런 청년과 사람들을 비판하는 글이기도 하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 다른 정치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존중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치에 관심 갖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대부분도 필자와 이념이 다르더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면 당연히 이런 이념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멍청한 건가?"라고도 생각했고, 심지어 혹시라도 친구나 지인이 나와 다른 정치 이념을 가졌다면 손절까지도 생각했을 정도로 정치에 몰입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내가 그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해서 방구석에 앉아서 그들을 비판하고, 길거리로 나가 집회에 참여한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는 가?'였다. 감정소모를 하는 건 나 자신뿐이었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존중'하는 것이었다.
살다 보면 의견이 다른 사람이 너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상의 남녀 비율, 이성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 연인사이의 논쟁거리 등등의 의견들은 거의 반반이다. 또한 이 세상 모든 논쟁거리들 모두를 계산한다면 대수의 법칙에 따라 거의 반반이 될 것이다. 정치 또한 내가 아무리 이해가 안 된다고 해도 세상의 반이 나와 다른 이념이다. 따라서 내가 위에서 생각한 것을 실천했다면 그럼 나의 친구들도 절반을 손절해야 할 것이니, 이런 행동이야 말로 멍청한 짓이 따로 없었다. 애초에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그걸 받아들이는 게 더 현명하다.
우매한 민중들을 제외한 남은 사람들은 죄가 없다. 오히려 각종 패악질과 부정부패에 가장 가깝게 있는 올바르지 못한 국회의원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지하는 이유는 나의 이념과 가장 잘 맞고 어느정도 대변해 줄 수 있기에 지지할 뿐, 그들이 자랑스럽거나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닐 만큼 떳떳하지 않다. 누가 잘했네 잘못했네 하며 왈가왈부해 봤자 그저 감정싸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가지고 가치를 판단하고, 비판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에 정치 글을 쓸 때 어느 정도 비난이 섞인 글을 썼었는데 이제 생각을 고쳐 먹고 그런 내용들을 좀 수정했다. 결국 내가 여태 정치글을 쓴 이유는 그저 필자의 관점은 이러해서 이런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뿐이고 비난하려고 쓴 글도 아니었다. 나와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이 부디 이 글을 본다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하며 이해는 하지 않더라도 존중을 할 수 있는, 더 나아가서 필자의 새로운 관점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면 인정하고 언제든 이념도 바뀔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진 성숙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어릴 적 어른들을 보며 정치에 왜 저렇게 핏대를 세우며 다른 이념을 비난하는지, '나는 커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며 다짐했던 것과 '그럴 수 있지'하며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행동이었는데, 내가 그대로 하고 있었고 여태 내가 했던 행동은 모순 그 자체였다. 그래서 지금은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정치는 참 신기하다. 수많은 논쟁을 해도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지만 나와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적'으로 느껴져서 왠지 모를 벽이 느껴지곤 한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 같은 편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자는 목적은 같을 테니까. 단, 그가 우매하고 무지한 민중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이제 준비 됐다.
"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이래서 지지해. 너의 생각은 그래서 지지하는구나. 나는 관점이 이렇고 이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라고 말하며 비난이 아닌 일상 같은 대화를 할 준비가. 친구, 가족, 친척, 이 글을 읽는 독자 간에 나와 이념이 달라도 그저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하며 거리낌 없이 정치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성숙하고 지적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받아들이기로 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