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Le Bon Marché[르 봉 마르셰]
백화점(百貨店), 여러 가지 상품을 부문별로 나누어 진열, 판매하는 대규모의 현대식 종합 소매점
걷다가 문득 발걸음이 향하는 곳. 늘 좋은 향기와 사치품이 쌓여있는 곳. 누구나 설레는 그곳은 '백화점'이다. 그 이름의 뜻처럼 수많은 상품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오프라인 유통 업태다. 흔히 백화점을 욕망의 쇼윈도라고 부른다. 백화점 쇼윈도에 수많은 상품은 인간의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이러한 현대식 채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 Aristide Boucicaut(아리스티드 부시코), 영업사원에서 최초의 백화점을 만들다.
부시코는 1810년 벨 렘므(프랑스의 북서부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직물을 파는 노점상으로 일했다. 그리고 1834년 파리에서 영업사원이 되었고 그의 판매 품목은 '목도리'였다. 그의 영업 실력은 탁월했고, 그는 빠르게 부서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허나, 그가 일하던 Pet Saint-Thomas(여성 의류, 모자, 직물 등을 판매하는 상점)가 문을 닫게 되었다. 일자리를 잃은 그는 근처에 Au Bon Marché Videau라는 여러 개의 상점(주로 의류)을 소유한 Paul Videau를 만나게 된다. 곧 Videau의 파트너가 되었고, 그의 영업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Videau의 상점에 적용했다.
그가 Videau와 일하며 적용했던 아이디어는 다음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두며 이후 그는 Videau로부터 매장의 지분을 인수했고, "1852년" 세계 최초의 백화점 '르 봉 마르셰'를 열게 된다.
■ 세계 최초의 백화점
1852년부터 현대 백화점의 모든 개념이 탄생한 것은 아니다. 그의 판매 전략은 꾸준히 발달해나갔다. 최초의 백화점은 4개의 카테고리(의류, 생활용품 등)와 12명의 직원, 그리고 약 90평의 공간에서 시작했다.
1. 휴게공간
봉마르셰의 타깃은 '여성'이 주력이다. 예나 지금이나 남성들이 쇼핑을 함께하는 것은 아마 곤혹이었나보다. 봉마르셰는 남성들을 위한 휴게실(대체적으로 책이나 신문을 읽을 수 있는)을 별도로 마련하여 여성들이 쇼핑하는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여러 장치들도 함께 있었고, 여성만을 위한 (아름다운 꽃과 감미로운 음악으로 포장된) 휴식 공간과 화장실이 있었다.
2.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
유리로 상품을 이쁘게 진열한 쇼윈도, 구석구석 빈 공간 없이 채워진 매장 배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화장실과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된 매장 인테리어는 당시 중산층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이러한 분위기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당시 부르주아 계층의 라이프스타일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했다. 봉마르셰에서 판매하는 옷을 걸치고, 봉마르셰에서 연주하는 클래식을 들었다. '부르주아'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봉마르셰는 보여줬다. 오늘날의 백화점의 고급스러움은 봉마르셰에서 출발했다.
3. 많이 팔자.
봉마르셰는 대량 생산을 통한 원가절감과 박리다매에 충실했는데, 일단 많이 팔자를 목표로 했다. 조금 남기더라도 많은 판매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른다고 봤다. 유행을 만들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다. 지금은 익숙한 '미끼 상품'의 개념도 이때 등장했다. 저렴한 상품을 미끼로 매장에 방문하고, 더 큰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4. 상품의 고정된 가격
과거 상행위는 적절한 가격의 정함이 없었다. 소비자는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는데 봉마르셰는 품목마다 '가격표'를 부착하여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달했다. 또, 당시에는 구매하지 않을 상품을 보거나, 만지는 행위는 금기시되었는데 봉마르셰는 누구나 자유롭게 상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5. 직원 복지
봉마르셰가 커져감에 따라 고용인원도 증가했다. 이러한 고용인원을 감당하기 위하여(당시 대부분 여성 판매원 위주) 기숙사를 설립했다. 또, 병든 직원을 돕기 위한 기금 설립과 20년 간 근속 시 연금을 제공했다. 현대의 인사 및 조직관리에서 익숙한 개념이지만 '경력 트랙'이라는 개념도 봉마르셰에서 나타났다. 영업사원 - 카운터 책임자 - 부서관리자에 이르기까지의 발전을 위한 경력 트랙을 제공했다. 각 직원들은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6. 재고처리를 위한 할인 판매
프랑스에는 '솔드(Les soldes)'라는 단어가 있다. 이 어원의 유래도 부시코와 백화점의 탄생과 관련해서 등장했던 개념이다. 부시코가 처음 일했던 쁘티-생-토마스에서 실시했던 할인 판매 개념이다. 즉 현대의 바겐세일과 동일하다. 아마 쇼핑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백화점의 정기세일은 의외로 어마어마한 매출과 집객을 동반한다.
세계 최초의 백화점은 인간의 소비욕을 자극하고, 현대의 오프라인 소매 유통업의 대부분의 개념을 만들어냈다. 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 모든 오프라인의 현대적 채널은 이 '욕망의 쇼윈도'에서 판매 아이디어를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온라인 채널에 밀려 전 세계적으로 백화점의 업황은 내리막길이다. 시어즈를 비롯해서 서구권에서는 백화점 기업들이 파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 현대식 채널을 만들고, 선도한 것처럼 새로운 오프라인 포맷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참. 그리고 세계 최초의 백화점 봉마르셰는 1984년 우리에게 익숙한 LVMH(루이뷔통 그룹)이 인수하여 소유하고 있다. 명품과 백화점. 어울리는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