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요 유통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다. 걔 중 국내 1위 할인점 체인인 이마트는 어닝 쇼크에 빠졌다. 2분기 매출액 4조 5,810억 원을 기록했으나(전년 동기 대비 +14.8%), 영업 손실은 299억 원으로 (전년 2분기 533억 원 흑자) 적자 전환했다. 이마트 창사 이래 처음 발생한 적자다.
매출은 늘었지만....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롯데백화점, 마트, 슈퍼 등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실적 발표는 선방했다. 2분기 매출은 4조 4,565억 원(전년 동기 대비 +0.8%), 영업이익은 915억(전년 동기 대비 +161.9%)을 기록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백화점 사업의 흑자가 적자 사업부를 살린 모양이다. 롯데마트는 339억 원의 영업손실을, 롯데슈퍼는 19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대로, 어닝서프라이즈와 함께 한 유통사들도 있다. 편의점 업계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6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8.2%), 세븐일레븐도 영업이익 230억 원(전년 동기 대비 +0.14% p) 개선했다. GS리테일은 영업이익 868억 원(전년 동기 대비 +32.9%)의 실적을 보였다.
이커머스 업계는 어떨까? 국내는 여전히 왕좌를 노리며 출혈 경쟁 중에 있다. 다만 일부 흑자 전환한 사례도 있다. 11번가는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매출 1,458억 원, 영업이익 4억 원), 2분기 실적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는 큰 폭의 영업이익을 냈으리라 추정된다.
해외로 시야를 돌리면, 중국의 징둥은 2분기 1,503억 위안(약 25조 8천억 원, 전년 동기 대비 +22.9%), 순이익 35.59억 위안(약 6,111억 원, 전년 동기 대비 +644%)을 달성하고 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간 물류 기반 기술 개발과 투자에 대한 효율성 증대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년 적자 왕 소리를 들었던 징둥은 이제 확실한 수익이 나는 구조를 만들었다.
알리바바는 2분기 매출액 1,149억 2,400만 위안(약 19조 8,000억, 전년 동기 대비 +42%), 순이익은 212억 5,200만 위안(약 3조 6,330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145%)의 실적을 보였다. 특히 수익을 떠나 연간 실사용자 수는 6억 7,400만 명으로 (전 분기 대비 +2,000만 명) 증가했다.
아마존의 경우 634억 달러(약 74조 9,000억 원)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26억 3,000만 달러(3조 1,150억 원)를 기록했다. 다만 당초 추정보다 크게 줄어, 되려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커머스 업계의 강력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장 오래된 유통산업을 공격하고 있다. 유통의 본질은 무엇일까?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다. 과거에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물건과 판매할 장소가 필요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전은 시공간을 초월하고, 심지어 "물건"이 없어도 판매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앞으로 오프라인 유통은 어떻게 될까?
거대한 유통 공룡들이 온라인의 공습에 그대로 무너질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미 유통 공룡들도 이커머스 산업에 진출하고(SSG닷컴, 롯데 이커머스 등), 아직 흑자 구조를 만들지 못한 이커머스 기업(쿠팡, 마켓 컬리 등)도 많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는 밖에 나간다. 출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학교에 가거나 우리는 야외 활동을 종종 한다. 모든 순간 모든 소비재를 온라인을 통해서만 소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오프라인 업계에선 이걸 '체험 소비'라고 이야기한다.) 아마, 오프라인의 시장 규모는 다소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아마 예전에는 물물교환으로.) 유통산업은 그 형태가 달라질 것이다. (급격한 기술 혁명으로 더 이상 누구도 노동과 소비를 하지 않았도 되는 삶이 온다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