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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e Aug 21. 2019

'90년대생이 온다'를 읽은 그들

기성세대는 변할까?


'90년대생이 온다'를 읽었다. 이 책은 기성세대들의 새로운 소비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회를 이끌어갈 '90년대생'들에 대한 좋은 책이다. 회사원으로서 90년 대생들은 독특한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이전의 세대와는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는 90년대생이다. 내가 90년대생인데 굳이 90년대생을 알아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나'라는 개인과 '90년대생들'의 평균은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고, '아 나도 평범한 90년대생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책을 덮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90년대생이 연일 히트를 거듭하면서 수많은 기업에서 이 책을 읽고, 조직문화와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더하자는 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좋은 현상이다. 기성세대가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우리 회사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책이 하달되고, 읽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90년대생을 읽은 그들은 '무언가' 깨닫지 못하고, 나에게 책의 요약을 부탁했다. 책을 읽은 것을 보고를 해야 한다나 뭐라나. 90년대생에게 90년대생에 대한 책을 읽고, 90년대생을 요약하라는 아이러니 한 부탁. 차라리 그냥 '너에 대해서 요약해봐'라고 하던가.


어느 평범한 출근길에 그들은 90년대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에게 물었다.

"90년대생은 어떤 세대입니까?"

"음.. 병맛이고, 일단 싸가지 없어."

아마, 나와 다른 책을 읽었나 보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생각 부작용은 의외로 이상한 데서 발생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너 90년대생이지?"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나온 그들의 모습을 읽으며 우리의 '꼰대'들은 '90년대생들은 원래 그래.'라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책의 순수한 의도였던 신 세대를 이해하고 기성세대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결말은 드문 것 같다. (물론, 직장 분위기마다 다를 것이라 본다.)


문득 존경하는 회사 선배가 떠오른다. 그 선배는 (나와 근무하진 않았지만) 본인의 팀원들을 잘 챙겨주기로 유명했는데 어느 날 내가 물었다.

"과장님. 그렇게 챙겨주시면, 뭐가 남나요?"

그러자, 선배는 이야기했다.

"이 친구들은 씨앗이야.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더 나은 조직문화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씨앗. 내가 이들에게 해준 것처럼 이들이 후배들에게 해주고, 그 후배들이 후배들에게 베풀면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좋아지지 않겠니?"

선배는 이미 그들을 이해하고 있었다. (기성세대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90년대생인 내가 바라보는 90년대생은 비참한 세대이다. 인력시장의 공급이 수요를 아득히 추월해버린 버림받은 세대들. 취업도 어렵고, 사는 게 퍽퍽해 작은 행복을 누리기를 원하는 세대. 아마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00년대생, 10년 대생들이 사회에 나올 때는 지금처럼 힘들진 않겠지. 그래서 뭔가 억울하다. 그 누구보다 힘든 취업시장에서 고생하는 모든 90년 대생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


90년대생이 기성세대에게 전하는 몇 가지 팁

업무 지시 전에 업무가 얼마큼 중요한 일인지 설명하세요. 

    - 그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합니다. (야근도 알아서 합니다.)

업무가 틀렸다면,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부드럽게 이야기하세요.

    - 자존감은 제일 높은 세대니까요.

'답정너'라면 그냥 답을 이야기하세요. 

    - 듣고 싶은 답이 나올 때까지 유도하지 마세요.

경험이 일천해도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 괜히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닙니다.

행동에(퇴근, 휴가 등등) 대해 묻지 마세요. 

    - 별 이유 없어요. 프라이버시 입니다.

자기 계발을 막지 마세요. 

    - 그들은 노느게 아니라, 공부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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