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첫 만남: 2022년 11월 30일
2022년 11월 30일, 내가 알던 지식의 경계가 무너져 내렸다
2022년 11월 30일, 그날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평일이었다.
사무실 창밖으로 흐르는 시간은 무덤덤했고, 나는 기계처럼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AI에 대한 호기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벡터로 글자를 치환하고, 유사도를 비교해 의도를 맞추는 1세대 챗봇의 방식은 이제 지루하기만 했다. ‘Intent’와 ‘Entity’라는 이름표를 달고 움직이는 그 구조는, 규칙의 틀 안에서만 유효한 퍼즐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설렘도, 기대도 없었다. 오직 반복적인 운영가운데 식상함만이 무겁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사실 그 당시, 챗봇은 이미 개발 단계를 지나 운영 모드에 들어선 지 오래였다. 익숙함에 길들여진 업무였고, 새로운 도전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내 홈페이지의 AWS 인프라를 담당하며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었다. CDN, APM, 네트워크 아키텍처, 클라우드 자원 할당까지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다룰 수 있었다. 기술의 근본을 파고드는 성격 탓에, 지식 없이 지시만 내리는 일은 나와 맞지 않았다.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내가 설계한 인프라가 기대한 대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은 마치 복잡한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희열을 안겨주었다. 이 업무는 단순한 책임이 아니라, 탐구와 제어의 기쁨을 선사하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1년 정도 인프라 업무에 몰두한 뒤, 문득 나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AWS Certified Cloud Practitioner 시험에 도전했다. 실전에서 다져진 경험 덕분인지 시험은 예상보다 수월했다. 그러나 만족은 오래가지 않았다. 더 큰 도전을 갈망하던 나는 Professional 자격증에 응시했다. 결과는... 아슬아슬한 합격이었다. 비록 턱걸이였지만, 합격은 합격이었다.
주변에서는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나의 마음은 뜻밖의 공허감으로 가득 찼다. 목표를 달성한 순간, 그 목표가 사라져 버린 자리에 공허함이 찾아왔다. 성취의 기쁨은 잠시였고, 끝내 또 다른 목표를 찾아야 한다는 막연함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2022년 11월 30일, OpenAI가 ChatGPT를 공개했다. 처음엔 그저 또 하나의 AI 모델이 등장한 것뿐이라 생각하며 무심코 뉴스를 스크롤했다. 그러나 화면 너머에서 쏟아지는 반응들은 달랐다. 사람들은 놀라움과 흥분 속에서 이 새로운 기술을 시험했고,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기술 혁신의 새로운 서막을 목격하고 있었다. 세계는 마치 집단적으로 숨을 들이쉰 채, 이전에는 없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알 수 없는 전율이 몸을 타고 흘렀다. 이건 단순한 진보가 아니었다. 내가 알던 AI의 한계를 부수는,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내가 알던 AI는 인간이 설정한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기계였다. 의도를 정의하고, 입력값에 따라 정해진 답을 내놓는, 한계를 가진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ChatGPT는 달랐다. 그것은 단순히 명령을 따라가는 도구가 아니었다.
ChatGPT는 마치 인간처럼 확률적 추론을 통해 최적의 답을 찾아냈다. 이 새로운 접근은 신생아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누군가가 언어의 문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말 속에서 자연스럽게 패턴을 익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의미 있는 단어가 튀어나오듯, ChatGPT 역시 방대한 입력값과 학습을 통해 스스로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래밍의 결과가 아니었다. 언어와 사고가 맞물리며 새로운 지식이 생성되는, 인간의 학습을 구현한 혁신이었다. AI가 기계적 한계를 넘어, 이해와 추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이었다.
숨죽였던 호기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머릿속은 잊고 있던 열정으로 가득 차올랐고, 새로운 가능성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AWS 인프라와 DevOps 지식을 총동원하면, 영화 속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AI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 가능성은 경이로울 만큼 넓고 깊었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사고 흐름을 재현하고 창조적으로 반응하는 AI라니. 그것은 기술을 넘어서 존재의 본질에 도달한 듯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지식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이런 철학적 질문들이 다시금 내 안에서 울림을 일으켰다.
나는 오랜만에 탐구자로서의 본능을 되찾았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이제 더 크고 담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친 듯했다.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