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능을 앞둔 너에게
재수생 아들에게 보내는 까칠한 엄마의 편지
몇 번을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는 너를 본다.
남들은 그런 아이가 안쓰럽다는데 나는 왜 속이 끓을까.
재수를 하겠다는 말에
그런 건 좀 잘하는 애들이 하는 거 아니야? 싶다가도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하지 않는 네가 내심 기특했단다.
너만 열심히 하겠다면 밀어주겠노라 다짐했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뜬 연말에 각오를 다지고서 재수 학원으로 향하는 널 보니
작은 희망이 돋아나더구나.
그도 잠시, 코로나로 학원 문을 닫은 3,4월 두 달여.
방에서 뒹구는 널 볼 때면 여간 속이 터지는 게 아니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했다.
내가 보는 건 집에 왔을 때의 모습뿐이지.
전세 낸 듯 화장실을 독차지하고
모두 불 끄고 누우면 그제야 뭘 먹겠다며 쿠당탕거리고
시시덕대며 친구들과 전화하기 일쑤고
주말이면 점심때가 지나도록 일어나지 못하고
픽업하러 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혼자 걸어가겠다며 그냥 가라고 했지.
잘못된 습관 탓도 있지만 수험생의 정체된 장운동이 원인이고
지친 몸을 씻고 쉬고 나서야 뒤늦게 허기가 몰려오기 때문이고
수다라도 떨어야 스트레스가 꿈쩍거릴 기미라도 보이며
카페인을 들이켜며 버티고 버티다 주말에 기절하듯 숙면을 취하는 것이고
밤길을 걸을 때나마 바깥공기를 쐬며 살아있음을 느끼며,
그냥 가라는 말 뒤에 미안함이 묻어 있다는 걸
나도 알긴 안단다.
아는데도 아는 척하기 싫은 이 마음을 넌 알겠니?
대학생이 된 네 친구들이 한껏 멋을 부리고 올린 프사를 보면
후줄근한 츄리닝에 슬리퍼를 끌고 학원으로 가는 너의 뒷모습이
짠해 보일 때도 있단다.
그러면서도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오지.
"어이구, 이놈아. 그러게 학교 다닐 때 열심히 좀 하지. 이게 뭔 고생이냐."
너는 말했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라면서도 빨리 지나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나도 그렇다.
시쳇말로 '쫄린다'고도했지.
나도 그렇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란 말을 실감하지만
내 넋두리는 이쯤에서 갈무리 하마.
이제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구나.
내 못마땅한 눈빛과 참다못해 터져 나온 한숨과 너의 진정성을 의심했던 얄팍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힘들었을, 노력했을 너의 일 년에 박수를 보낸다.
답답하고 막막한 길, 포기하고 싶고 두렵기만 한 그 길을
묵묵히 걸어 낸 너에게 칭찬을 보낸다.
남은 길, 쫄지 말고 굳건히 나아가자.
그리하여 그 날,
무사히 그리고 담대히 시험에 임하길.
네가 준비한 만큼
너의 기량을 최대한 펼치길.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결과에도,
언제나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너의 전 생애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