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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Oct 28. 2022

이상한 아이 세실 cecil

세실은 이상한 아이였어요.

세실은 언니 두두니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 다녔어요. 세실은 학원을 마치고도 피아노를 치고 싶어 종이 피아노를 두드리곤 했지요. 그게 재밌어 보여 두두니도 따라 쳤지만 금세 시들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엄마가 피아노에 로망이 있었던 걸까요, 꿈에 그리던 피아노가 거실에 떡하니 놓여있는 게 아니겠어요? 우와! 세실과 두두니는 방방 뛰며 환호했지요.


그날 밤이었어요. 꿈속을 헤매다 잠을 깬 두두니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옆에서 자던 세실이 머리를 산발한 채 덩그러니 앉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던 거예요. 피아노를 향해서요. 세상에! 세실은 피아노를 갖게 된 것이 너무 좋아 잠을 이루지 못한 거였어요. 정말 이상한 아이지요?


자매는 비슷하게 피아노 진도를 나갔어요. 두두니는 악보를 봐야 칠 수 있는 반면, 세실은 악보 없이도 잘만 쳤지요.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노래 반주는 물론이고, 빼먹지 않고 보던 맥가이버 주제가도 멋들어지게 연주하면서요. 화음을 자유자재로 넣고 어떤 음을 들으면 그게 무슨 음인지 바로바로 알아채곤 했고요. 세실은 자기 나름대로 음악을 이해하고 뚱땅뚱땅 쳐 보며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낸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참 이상한 아이지요?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두두니와 달리 세실은 속을 그대로 내보이는 아이였어요. 남 앞에 나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죠. 엄마의 로망에 걸맞은 아이라고 할까요? 그 로망은 세실을 어린이 합창단에 가입시켰어요. 합창을 부르던 세실은 반주자의 부재를 틈타 반주자로 발탁되는 특혜(?)를 누리기도 했어요.

중, 고등학교 때는 학교 축제 때마다 혼자 피아노를 치며 에레스 투(Eres Tú) 같은 노래를 부르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죠. 이렇듯 세실은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두두니가 보기엔 참으로 이상한 아이였죠.


이렇게 음악에 깨발랄하던 세실은 어른이 되면서 음악과 멀어졌어요. 어른이 되면 으레 그렇게 되기 마련이잖아요. 좋아하던 것과 멀어지고 자연히 잊어버리고...

하지만 세실은 마음속에 음악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나 봐요. 결혼을 하고 예쁜 두 딸을 낳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나니 마음속 불씨가 깜빡였나 봐요. 무언가 자신을 위한 것, 즐거운 무엇을 찾고 싶다고 두두니에게 말했어요. 그러고는 우쿨렐레라는 악기를 배워봐야겠다고 하더군요. 말을 꺼낸 지 며칠 후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목소리로 두두니에게 전화가 왔어요. 우쿨렐레를 배웠는데 소리가 좋은 데다 너무너무 재밌다는 거예요. 두두니는 그저 잘 됐네, 좋은 취미가 되겠다.... 하고 말할 뿐이었어요. 그 작은 시작이 어떤 결과가 될지 전혀 몰랐으니까요.


배웠다고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세실은 댐에서 물 폭탄이 쏟아지듯 한 번에 우쿨렐레의 기법들을 습득하더니 수업을 나간다는 게 아니겠어요? 배우는 게 아니라 가르친다는 거예요. 두두니는 우쿨렐레가 엄청 배우기 쉬운 악기인가 보다 했죠. 두두니는 몰랐어요. 세실이 우쿨렐레에 반하고 우쿨렐레를 사랑하게 되고 거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 줄을요. 티를 내진 않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마한 시간이 수두룩했을 거란 걸요.  


작은 강좌에, 성당 취미반에, 방과 후 수업에, 문화 센터에, 개인 레슨에.... 세실은 가르치는 영역을 점점 넓혀갔어요. 우쿨렐레 대구지부장에 앙상블 밴드 단장도 턱턱 맡으면서요. 한창 탄력이 붙었을 무렵 세실은 고향을 떠나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쌓아 온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죠. 고향에 비해 수도권은 이미 우쿨렐레 교육이 널리 퍼져 있었어요. 그래서 세실이 설자리는 없었죠. 세실은 어떤 욕심도 없었어요.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면서 작은 모임부터 하나하나 해 나갔죠.


성당 수업을 시작하면서 신기하게도 여기저기서 길이 열렸어요. 세실은 열린 길을 다져가며 나아갔죠. 수업을 하고 연주단을 꾸리고 밴드에 가입하고 투데모 밴드를 함께 만들기도 하면서요. 그러면서 틈틈이 성당 반주 단장을 맡고 유튜브를 개설하고 편곡 프로그램을 배웠어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쓰임이 있는 곳에 봉사하고 즐거운 곳에 함께 어울리고 언젠가 쓸 수 있을지도 몰라 익힌 것들이지요.


그러다 같이 우쿨렐레 하는 이들이 자주 부르는 가톨릭 성가와 아름다운 생활 성가를 보다 쉽게 연주하도록 편곡해 나갔어요. 코드를 따고 화성을 바꾸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죠. 그렇게 악보가 쌓여가자 책으로 만들어 필요한 이들에게 쓰이도록 하고 싶어진 거예요.


세실은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편곡 작업에 돌입했어요. 곡 선정부터 편곡까지 몇 달이 걸린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모든 작업을 마쳤을 때 곡의 저작권 문제로 출간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순간이었어요. 포기하고 기다린 시간이 일 년을 훌쩍 넘었을 거예요. 전례의 목적이 아닌 노래로 기도하고픈 신앙인을 위한 악보집임을 인정받고 뒤늦게 허가가 떨어졌답니다! 그때의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우쿨렐레로 기도할게>라는 책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어요. 이 의미 있고도 어려운 걸 해 낸 세실, 참 이상하지 않나요? 아니, 이젠 대단하다고 말해야겠지요?

두두니는 동생 세실리아를 무척 자랑스러워하게 되었다고 해요.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걸 즐기는 세실이 신기하고 부럽다고도 하고요.

아 참, <우쿨렐레로 기도할게>의 표지와 삽화를 두두니가 그렸다는 걸 깜빡했네요. 알고 보면 두두니는 세실이 걷는 길을 같이 걸어온 거예요. 그렇게 숟가락 얹는 거죠, 뭐.


앞으로 세실의 길에 음악 소리가 계속 울리겠지요?

그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요!


가톨릭성가 생활성가 연주곡집.  체칠리아(세실리아) 편저  photo by duduni



#유튜브 : 체칠체칠 우쿨렐레

#우쿨렐레로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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