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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Feb 21. 2020

2월의 두 번째 편지

안녕 우리 딸.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영화를 보는 날이라고 실로 오랜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등원을 했어. (심지어 빨리 가자고까지)

"선생님이 커튼 다 내리고 깜깜하게 하고 본대요." "엘사 나오는 거 본대요." 엄마가 물어보지 않아도 조잘조잘 말해주는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너.


지난해에 겨울왕국 2 열풍일 때 영화관 가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딸이 안 가고 싶대서 못 봤었잖아.

유튜브에서 겨울왕국 영상을 틀어줘도 별 관심 없고 영화관이 얼마나 재밌는 곳이고 보면서 팝콘도 많이 먹을 수 있는 좋은 곳이라 설명해도 싫대서 결국은 포기했었지. 그런데 요즘엔 친구들이 겨울왕국 얘길 많이 해서 그런가 며칠 전부턴 렛잇고를 부르고 올라프가 제일 좋다면서 영화관 가서 보고 싶다고...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안된다고 얘기했지. 정말이지 요즘엔 갈 곳이 없어...(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하원하고 매일 집에서 비슷한 놀이만 하니까 엄마도 너무 따분해서 어젠 약국에 들러 비타민과 비타쮸를 넉넉히 샀어. 너와 같이 소분해서 예쁘게 포장도 하고 이름 스티커도 붙이려고 말이야. 물론 아침마다 너무 등원하기 싫어하니 친구들 나눠줄 간식을 싸주면 아침에 조금은 기분 좋게 가지 않을까 싶은 계산도 있었지.

예상대로 포장한 비타민이 든 종이가방을 손에 꼭 쥐고 영화 빨리 보고 싶다며 먼저 서두르더라.

지금쯤이면 다 보고 낮잠 잘 준비하고 있겠다.

이따가 집에 오면 엄마한테 말해줘. 진짜 겨울왕국을 본 건지, 다른 걸 본 건지 모르겠지만 반짝이는 두 눈으로 만나 본 너의 첫 영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우리 딸 주려고 생딸기 우유 사놨어. 마시면서 꼭 들려주렴.

이따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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