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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Mar 08. 2020

바깥은 봄

다들 코로나로 바깥활동을 줄이고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듯이 우리 가족도 그러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식을 앞두고 시작된 뜻밖의 방학은 이달 22일까지다.(이것도 더 미뤄질 것 같은 느낌) 최대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길고 긴 은둔 생활을 하는 중이다. 지루할 법한데 밖에 나가잔 말없이 혼자서 잘 노는 아이의 등이 딱하다. 우리 어릴 적엔 쉬는 날 항상 밖에서 뛰어놀기 바빴는데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못 나간다니. 영화 속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 이전에도 행동반경이 넓지 않았던 나지만 자주 가던 카페도 못 가고 도서관도 문을 닫아버려 그간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따분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느끼고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울려대는 재난문자에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 가슴이 철렁이고 우울해진다.


방학이 시작된 지 이제 2주 지났다. 첫주엔 정말 집에만 갇혀있었는데 지나온 주엔 이틀에 한번씩 가벼운 산책을 했다. 햇빛이라도 쬐여주고 다리 운동좀 시킬 요량으로 말이다.

하루하루 뭐하고 놀아줄까 그리고 무엇보다 삼시세끼 걱정을 제일 많이 한다. 밤늦게 잠자리에 누우면 내일 아침 점심 저녁 메뉴 고민을 하게 되는 건 아마 모든 엄마들의 고민일 거다. 아침엔 누룽지나 모닝빵, 점심엔 면 종류나 볶음밥을 해주고 나면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면서 느려진다.

그토록 느리게 가던 시간은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갑자기 빨라진다. 서둘러 저녁을 준비해 먹고 정리하고 책 좀 읽어주면 낮잠을 안잔 아이가 일찍 잠든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나만의 시간에 부지런히 글을 쓰면 좋으련만 2주 동안 단 하나의 글도 쓰지 않고 게으름을 피웠다. 남편과 야식을 먹고 예능을 보거나 마냥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브런치에 꾸준히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그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하며 라이킷을 누르고 '난 뭘 써야 할까' 머릿속에 떠올려보기도 했다.

주말은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다. 혼자 마트에 다녀오거나 셋이 같이 드라이브도 하고 차 안에서 커피 한잔 하며 여유를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이를 자전거 유모차에 태우고 제법 멀리까지 걸었다.

마스크를 껴 답답했지만, 이미 와버린 봄에 기분만은 상쾌했다.

목이 마르단 아이 말에 인적 드문 곳에 있던 카페에 들러 가볍게 커피와 초코우유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우리의 산책은 끝났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내가 불쌍(?)하다며 바쁜 일 제치고 칼퇴근하던 남편은 도저히 일을 미룰 수 없어 저녁에 회사로 갔고 난 김밥을 말고 먹이고 뒷정리하고 재우고 나니 9시 15분. 산책의 효과일까. 답답하던 가슴도 뻥 뚫렸고 설거지도 아이 재우기도 숙제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말에 어디 갈까 고민하던 일상이 그립다. 아무렇지도 않게 마스크 안 쓰고 걷던 날도, 아무데나 털썩 앉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그냥 누르던 때도 말이다. 봄은 왔는데 마음은 아직 겨울인 요즘, 우리 모두의 일상에 꽃샘추위가 지나고 따스한 볕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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