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하우스와이프의 삶은 진정 꿀이었다...!
1년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실컷 놀러 다니고 쇼핑하고 집에서 살림하는 하우스와이프의 삶을 살았다. 내일부터 출근을 시작하기에 오늘은 하우스 와이프 마지막 날로써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먼저 나는 아이가 없는 하우스와이프의 삶을 한심하게 바라봤다는 것을 고백한다. 일이 인생에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일을 사랑했기에 아무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또 막연히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고기를 먹어보지 못한 자가 소고기 맛을 상상하곤 소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이 없는 하우스 와이프의 삶은 지상 낙원 같았다. 이 세상 모든 아이 없는 하우스와이프들은 가장 좋은 걸 택했던 거구나 생각했다. 이 좋은걸 나는 몰랐는데 그동안 그녀들은 누려왔다니.. 갑자기 막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사회생활, 일과 비교해서 집안일은 쉬운 정도도 아니고 그냥 아무런 힘듦을 주지 않았다. 2인 가구에 청소가 얼마나 필요하단 말인가. 청소도 빨래도 일주일에 1-2번이면 충분했다. 점심 저녁 요리가 일이라면 일이었을 텐데 요리에 막 입문한 나는 매번 요리하는 게 설레 다음 식사를 기다리곤 했다. 점심을 만들고 저녁이 언제 오지? 또 뭘 만들어볼까나 룰루랄라 했던 나날이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소꿉장난을 하는 기분이었다.
하우스 와이프가 심심하고 지루할 거라 예상한 나의 오만 방자함을 반성한다. 매일이 신나고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남편이 일하면 나는 베란다에 나가 햇살을 받으며 고양이처럼 웅크려 앉아 노래를 듣고 책을 읽었다. 어느 날엔 혼자 돗자리를 가지고 집 앞 바닷가로 가 피크닉을 즐겼다. 매주 게스트를 불러 재우고 먹이고 같이 캘리포니아를 실컷 여행했다. 남편은 그렇게 행복해하는 나를 보며 "내 꿈은... 영주야"라고 했다. 매일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산다며 나를 부러워했다.
나는 하우스와이프를 할 수 있게 해 준 남편에게 매일 고맙다 인사를 했다. "여보 이거 너무 꿀이야. 나 너무 행복해! 하우스 와이프 최고야... 진짜 좋아!"
사실 내가 하우스 와이프가 된 것은 1년간 쉬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비자가 나오기 전엔 미국에서 일을 못했기 때문에였다. 내가 운이 좋았다. 경험해 보길 참 잘했다. 이제 나는 결혼하고 아이 없는 하우스 와이프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아니라 팔자가 참 좋은 복 많은 여자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들은 가장 좋은 것을 택한 것이었다.
남편은 내가 너무 좋아하니 계속 하우스 와이프 하고 싶으면 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야망녀라 1년째가 되니 다시 일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우스와이프를 그만두기로 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건 나중 글에서 밝히도록 하겠다)
1년간 쉬며 배터리가 100% 채워지듯 몸과 마음이 튼튼하고 건강해졌다. 앞으로 몇 년간은 이 배터리로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제대로 잘 쉬고 회복한 1년이었다.
다시 야망녀로 돌아가 일을 할 나 자신도 기대되고 설렌다. 누군가 나한테 물어봤다. 왜 굳이 일 하시냐 남편이 있는데. 나는 말했다. 저는 일을 하고 성과를 낼 때 나오는 도파민 맛을 한번 봐서 못 끊는다고. 하우스 와이프도 재미있었지만 일을 할 때 나오는 성장과 성취의 도파민 맛이 그리워 나는 천국에서 지상으로 스스로 걸어 나와 본다. (천국에 살기엔 나는 아직 젊거든!)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아이 없는 하우스 와이프는 꿀이었다. 어느 때고 졸리면 낮잠 자고 일어났던, 고양이 강아지같이 여유로웠던 나날... 참으로 짜릿했다. 안녕 그리울 거야 하우스와이프 영주.
(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내가 워커홀릭으로 사는 모습만 보다 쉬는 모습을 본 많은 지인들이 내가 쉬는 게 참 보기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줬다. 내 애씀이 안쓰러웠던 그들은 나의 안식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나는 거기서 감사함과 사랑을 느꼈다.
내 쉼의 시간을 축복해 줘서 고마웠습니다.)